도도새를 찾아서 #마지막회[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나는 모리셔스를 떠나기 전 날 까지 드로잉을 하고, 고양이 도도와 놀며 별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을 보냈다. 모리셔스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이 곳으로 떠나왔을 때만큼의 기묘한 기분이 든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기약 없는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
도도새를 찾아서 #14[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일로셰프 다음으로 내가 예약한 가이드 투어는 일로에그렛(Ile aux Aigrettes)이었다. 모리셔스의 환경 단체인 ‘모리셔스 와일드 라이프 협회’가 관리하는 자연 보호 구역이다. 이곳 역시 모리셔스로 떠나기 전 가보아야 할 곳으로 체크 해 놓았던 장소다. 굉장히 작은 섬이지만 이 곳에서는 모리셔스에서만 자생하는 동식물들을 보존
도도새를 찾아서 #13[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정확히 3일 뒤, 고양이 도도가 돌아왔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따사로운 햇살을 등지고 사뿐사뿐 걸어 들어왔다. 그 날부터 도도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도도는 배가 고프면 냉장고에 머리를 꿍 하고 찧었고, 종일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장난을 치거나 했다. 말로만 듣던 ‘개냥이’였던 것이다. 누
도도새를 찾아서 #12 ▲ 모리셔스에는 어느 길 골목이나 이렇게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벤과 세냐가 떠난 이후 나는 이렇다 할 특별한 일을 겪거나 일을 벌이지도 않았다. 그저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라 쿠벳 비치에 가서 비스듬히 누워있거나 했다. 섬에 도착하고 나서 초반에 내가 돌아다닌 장소들이 이 섬에서 볼만한 것들의
도도새를 찾아서 #11[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모리셔스 남부 플릭 앤 플락에서의 마지막 휴가를 마친 벤과 세냐가 돌아왔다. 이제 내일이면 독일로 함께 돌아간다고. 벤은 다음에는 아시아 투어를 할 계획이니까 그때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며 빙그레 웃었다. 연고 없는 이역만리에서 만나는 인연은 때로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하고 소중하다. 여행자들은
도도새를 찾아서 #10[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이틀 내내 비바람이 요란하게 몰아친 덕분에 집에서 숨죽이듯 가만히 있었는데 일요일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 몇 점이 피어오르고 맑은 햇살이 비추었다. 모리셔스 대부분의 풍경에서 키가 가장 큰 것은 주로 건물이 아닌 야자수들이다. 덕분에 여기서는 매일 매일을 ‘온전한’ 하늘과 마주할 수 있다. 저 멀리서 먹구름
도도새를 찾아서 #9[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모리셔스의 수도 포트루이스(Port Louis)에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스쿠터는 반납한지 좀 됐기 때문에 처음으로 나 홀로 버스타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래봐야 모리셔스는 작은 섬이었고, 거의 모든 버스는 으레 포트루이스로 향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수도로 가는 버스를 잡아 탈 수 있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그랑베이(Grand B
도도새를 찾아서 #8[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내가 머무는 숙소 앞에는 작달막하고 뚱뚱한 인도 아저씨가 항상 지키고 있는 작은 구멍가게가 있는데, 바게트 빵과 계란을 사기 위해 아침마다 자주 들르는 가게이다. 오전 일곱 시 쯤 어슬렁어슬렁 가보면 하루를 시작하는 모리셔스 사람들이 분주히 북적이고, 갓 구워져 배달된,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바게트 빵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여기서
도도새를 찾아서 #7[여행=디아티스트매거진] 벤과 세냐는 모리셔스에서의 마지막 휴가를 보내러 남부의 플릭 앤 플락으로 떠났고 곧이어 게스트로 왔던 남아공 커플도 집을 떠났다. 그래도 적막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이 동네에는 온갖 가축이 거리를 활보하고 밤낮없이 울어대기 때문에 조용할 틈은 거의 없다. 내가 이 집에 처음 오던 날 벤은 내게 이어플러그를 주면서 “이게 필요할
도도새를 찾아서 #6[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날씨가 좋지 않아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이왕 스쿠터도 빌려놨고 놀리기는 싫어서 팜플무스(Pamplemousse) 지역에 있는 한 식물원으로 달렸다. ‘SSR botanic garden‘이라는 곳으로, 1735년부터 전 세계의 식물들을 모아오고 길러왔다니 이 식물원을 처음 설립한 ’Seewoosagur‘씨의 식물에 대한 애정은 그
도도새를 찾아서 #5[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 모리셔스에 도착하고 잠이 들던 첫 날 밤에 나는 상상했다. 한 달이 지나서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는 나의 모습을. 몇 년 전, 일 년 간 유럽으로 떠나던 그 때의 놀라울 정도로 무모했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잠에 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면 때때로 연두 빛 도마뱀이 두세 마리 붙어있다. 그들은 무척 조심스
도도새를 찾아서 #4 ▲ 도도새 드로잉, 종이에 수채, 2015, 김선우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 모리셔스에는 도도새가 더 이상 없지만 여전히 수많은 도도새가 있다. 25루피 짜리 지폐에, 거리의 음식점 간판에, 기념품점의 진열대 위에. 우리는 업적을 남긴 이를 위해 초상을 남기고 그의 역사를 온갖 방식으로 기록한다. 그렇게 따지면 도도새의 업적은 단
도도새를 찾아서 #3[디아티스트매거진 = 김선우] 모리셔스는 지금 겨울이다. 지구 정 반대편으로 왔으니 겨울인 것이 맞는 얘기지만 겨울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만큼 햇볕은 따갑고 들판에는 푸른빛이 넘실댄다. 그러나 너무나도 멀고 먼 타지에 홀로 떨어져 있다는 불안감 때문일까. 이 모든 풍경들이 아직은 내겐 조금 두렵다. 섬은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꽤 컸다. 벤의 집이 위치한 그
도도새를 찾아서 #2[디아티스트매거진(여행)=김선우] 항공권을 받고 검색대를 지나 수속을 마치고 모리셔스로 향하는 비행기가 출발할 터미널 앞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빛무리가 반짝이는 활주로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 미친 여행이 실현됐다는 것이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 마크 트웨인의 말마따나, “신은 모리셔스를 만들었고, 천국을 만들었다.”라고 했을 만큼
도도새를 찾아서 #1도도새를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멸종된 동물들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었을 때였다. 남아프리카 인근 인도양에 점처럼 떠 있는, 모리셔스라는 작고 아름다운 섬에 살던 그들은 원래 날 수 있는 새들이었지만 천적이 없는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더 이상 날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결국 날기를 영원히 포기했다. 그런 상황에서 15세기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낙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