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여행)=김선우] 항공권을 받고 검색대를 지나 수속을 마치고 모리셔스로 향하는 비행기가 출발할 터미널 앞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빛무리가 반짝이는 활주로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 미친 여행이 실현됐다는 것이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 마크 트웨인의 말마따나, “신은 모리셔스를 만들었고, 천국을 만들었다.”라고 했을 만큼 아름답기로는 손에 꼽히는 모리셔스로 떠나는 사람들은 최소 신혼여행 아니면 리조트 현지 조사를 나온 여행사 기자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 어느 것에 해당 되지도 않으며 심지어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도도새를 찾아 나서겠다고 혼자 탑승구에 앉아있다. 이 여행은 지난겨울, 일현미술관에서 주최한 ‘일현 트래블 그랜트’에서 최종 선정된 덕분에 항공권을 지원 받아 떠나게 된 것이다. 당시 나는 도도새를 찾으러 떠나겠다는 황당한 계획을 심사위원들 앞에서 떠들어댔고 믿기지 않게도 그들은 나를 모리셔스로 보내주었다. 사실 막상 그렇게 되고 나서는 조금 무서웠다. ‘모리셔스’라니. 모리셔스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낯설어서 쌀쌀한 기분마저 들었던 것이다.
앞으로 한 달.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분명 지독한 방황이자 탐험이 되겠지. 마치 백 미터 달리기 출발선 앞에서 ‘번치 스타트’ 자세를 잡은 주자 마냥 탑승구 의자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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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밤의 공항. 밤 비행기는 마치 광활한 어둠이라는 수면 한 가운데를 유영해 나가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 ||
아프리카 남부 마다가스카르 섬 옆에 아주 조그맣게 붙어있는 작은 섬이 모리셔스라는 나라다. 세계 지도를 펼쳐 놓으면 돋보기로 찾아야 할 만큼 작다. 이 작은 섬의 아담한 공항까지 도착하는 데에는 두바이에서 한 번의 환승을 포함해 장장 열여덟 시간이 걸렸다. 끝도 없이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 보면, 마치 ‘트루먼 쇼’처럼 그 긴 시간 동안 무대 세트를 바꾸느라 분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묘한 기분이 든다. “자, 서두르자구. 이제 모리셔스가 세트 될 차례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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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셔스 입국을 위한 입국 신고서. 모리셔스의 상징적 동물인 도도새가 인쇄되어 있다. | ||
금전적인 여유가 없던 내가 선택한 것은 ‘Air BnB’였다.(오로지 항공편만 지원 받았으므로-) 일종의 민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싸긴 했지만 낯선 나라에 처음 도착해 낯선 도시의 집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이 나라에는 기차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 도착했을 당시에는 버스도 끊겼기에 모리셔스에서 처음 한 일은 택시기사와 가격 흥정을 한 것이었다. 내가 머물게 될 집의 호스트인 벤은 이메일에서 절대 2000루피(한화로 7만 원 정도)이상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보기 좋게 2500루피나 내고 호갱 인증을 하고 말았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땅거미가 내려서야 도착한 그랑베이(Grand Baie)라는 도시에서 나는 독일인 벤을 만났다. 2미터가 넘는 큰 키에 순딩순딩한 인상을 가진 그는 독일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갑자기 모든 게 귀찮아져서 4달 전 모리셔스로 ‘도망’왔다고 했다. 그의 집은 3층에 위치한 널따랗고 아늑한 집이었다. 러시아인 여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고, 조금 뒤면 돌아올테니 소개시켜 준다며 내게 팬 케익을 만들어 주었다. 팬 케익을 허겁지겁 먹던 와중에 벤의 여자친구 세냐가 돌아왔는데 그녀 역시 러시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쿨하게 때려 치고 모리셔스로 도망 왔다고.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벤의 집에 Air BnB로 머물고 있다가 벤과 사랑을 꽃피우게 되었단다. 내가 “모리셔스는 도피와 사랑의 섬이군.”이라고 하자 벤과 세냐는 웃으며 “그거 말 되네. 근데 넌 여기 왜 ‘혼자’ 왔어?” 라고 묻길래,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서 도도새를 찾으러 왔다고 했더니 그들은 무척 흥미로워 하면서도 조금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어.. 그러니까 도도새를 찾으려고 여기까지 왔단 말이지..?”
오랜 비행으로 인한 피곤에 찌들어서 그런지 긴장이 풀어지자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려고 들어가는 내게 벤은 대뜸 “내일 블랙리버(Black River)로 하이킹 가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라며 물었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난 하이킹을 사랑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리셔스에서의 호된 신고식이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디아티스트 매거진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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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크닉, 116.9x91cm, 캔버스에 먹, 2015, 김선우 ‘어쩌면 우리는 도도새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유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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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여행은 일현미술관 주관 ‘일현 트래블 그랜트’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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