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일로셰프 다음으로 내가 예약한 가이드 투어는 일로에그렛(Ile aux Aigrettes)이었다. 모리셔스의 환경 단체인 ‘모리셔스 와일드 라이프 협회’가 관리하는 자연 보호 구역이다. 이곳 역시 모리셔스로 떠나기 전 가보아야 할 곳으로 체크 해 놓았던 장소다. 굉장히 작은 섬이지만 이 곳에서는 모리셔스에서만 자생하는 동식물들을 보존 중이며 멸종된 종들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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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방에 보이는 섬이 에그렛 섬이다. | ||
섬은 내가 머물고 있는 그랑베이(Grand baie)에서는 아주 정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자연 보호 구역인 덕분에 개인적인 관광은 금지되어 있고, 무조건 가이드 인솔 하에 섬을 돌아야만 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하지만 에그렛 섬뿐만 아니라 근방의 일로코코(Ile aux coco) 방문을 비롯해 점심 식사까지 포함이 되어 있어 돈이 아주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에그렛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항이 위치한 마헤보그(Mahebourg)를 지나 블루베이(Blue bay)까지 가야 했다. 이 날 에그렛 섬 투어를 가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는지 운전기사와 단 둘이 섬을 가로질러 달리게 되었다. 운전기사는 자신을 ‘디프’라고 소개하며 모리셔스는 처음이냐고 물었다. 아마도 모리셔스 사람들이 외지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이것일 것이다. “모리셔스는 처음인가요?” 하지만 나는 “정말 혼자 왔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모리셔스까지 혼자서 온다는 것은 꽤나 별난 경우라는 듯.
블루베이까지 가는 길목에는 피닉스(Phoenix)라는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시 이름이 ‘불사조’인 것이다. 불사조시(市). 왠지 멋있다. 도시 입구에는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기둥 위에 불사조가 날개를 활짝 형상의 돌 조각이 있었는데, 디프는 여기가 피닉스 스트리트(Phoenix street)라며, 불사조는 모리셔스의 상징이라고 했다. 심지어 모리셔스를 대표하는 맥주도 피닉스 맥주다. 전에 벤과 세냐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마신 적이 있는데, 벤은 피닉스 맥주를 무척 좋아했다. 독일인인 자신이 인정하는 맥주라고. 물론 그가 인정할 만큼 정말 맛있는 맥주였다. 불사조 맥주라는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모리셔스는 조류와 이래저래 인연이 깊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도도새가 불사조가 되어 맥주와 도시로 환생한 것이 아닐까 하고 디프에게 얘기 했더니 피식 웃는다.
블루베이는 이름과 걸맞게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인접한 소도시다. 이른 오전이었지만 바다에는 새하얀 요트들이 평화롭게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에그렛 섬은 블루베이에 위치한 한 선착장에서 가이드와 함께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들어가야 했는데,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한 영국인 가족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섬은 마치 녹색 접시를 엎어놓은 듯 얄팍하고 둥근 모양이다. 가이드는 이 섬은 죽은 산호들이 기반을 이루고 있다며 산호에 발이 찔리거나 베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이 섬의 이름이 에그렛인 이유는 ‘에그렛’이라는 새들이 많아 살았기 때문인데 지금은 단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는다고. 사람이 모리셔스를 찾은 이후 모두 이 섬을 떠났단다. 에그렛이 없는 에그렛 섬. 지금의 에그렛 섬에는 멸종 위기라는 딱지가 붙은 몇 종류의 새와 식물들만이 마치 유배를 지내는 듯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었다. 모리셔스에서는 본질적인 것들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무수히 상실되어 간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들은 그저 자의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물건으로, 그저 언어뿐인 이름으로 힘겹게 흔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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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그렛 섬의 식생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가이드. | ||
에그렛 섬에는 오직 새 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만이 평화롭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늘어지게 잠만 자는, 올해 90살이 넘었다는 자이언트 거북과 희귀하기로 유명한 에보니 나무를 비롯해 나무 사이로 재빠르게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을 구경했다. 우리를 이끌어준 모리셔스 와일드 협회 소속인 가이드 로즈는 이 일이 무척 즐겁다고 했다. “저는 도시는 딱 질색이거든요.”
에그렛 섬에서의 짧은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블루베이로 이동해 다른 가이드와 만나 일로 코코(코코 섬)로 가는 배를 탔다. 배는 특이하게도 아래쪽이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어서 바다 속이 보였는데, 해변으로부터 꽤 멀리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바다가 어찌나 투명한지 밑바닥은 물론 열대어들이 모터보트의 소리에 놀라 이리저리 흩어지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가이드는 물고기와 산호들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었지만(그는 어디에 어떤 산호가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인도식 억양이 너무 강해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빙긋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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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 섬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 ‘소울’ 넘치는 선원 아저씨. | ||
점심때가 되어 우리는 코코 섬의 백사장에 앉아 가이드들이 준비해준 점심식사를 했다. 맛있는 생선 요리 뿐만 아니라 그들은 직접 만든 럼과 파인애플, 사과를 섞은 칵테일을 우리에게 대접했는데, 나는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백사장에서 생선요리와 칵테일을 먹으며 도도새고 뭐고 다 잊어버릴 뻔 했다. ‘관광이란 참 좋은 것이구나…’ 하면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칵테일 한잔을 더 청해 바다를 바라보며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영국인 가족 중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잔을 들고 다가왔다. 자기를 알렉스라고 소개한 그는 부인과 딸, 손녀와 함께 일주일 간 여행을 왔다고 했다. 그는 역시 내게 조심스럽게 혼자 왔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며 나는 한국에서 온 아티스트다. 라고 하니까, 놀라운 표정을 짓더니 흩어져 있던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헤이! 여기 아티스트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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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도새를 찾으러 왔다는 나를 신기해 했던 소녀 알렌. | ||
할아버지 덕분에 나는 영국인 가족에게 둘러싸여 도도새와 내 작업에 대해서 거의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짧게 끝내기에는 내가 여기까지 온 사연이 너무 복잡하고 기이했던 것이다. 그들은 도도새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나는 도도새에 대한 장황한 역사도 곁들여 설명해야만 했다. 마치 도도당(黨)의 대변자 같다. 이러저러해서 우리는 지금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찾아 볼 테면 찾아보십쇼.
내가 생각해도 엉터리인 영어를 그들은(원어민이라 웬만큼 알아서 알아들어 준다.) 주의 깊게 들어주었고 무척 흥미로워 했다. 모든 설명이 끝난 뒤 할아버지의 손녀인,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알렌이 내게 물었다. “원래 한국 사람들은 도도새를 찾으러 모리셔스에 오나요?”
투어는 코코 섬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고 우리는 다시 블루베이로 돌아가 헤어져야만 했다.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자는 작별 인사와 함께. 그들은 내게 꼭 도도새를 찾으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무수한 만남과 이별, 방황이 지속되어 가는 동안 이 여정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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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도새 드로잉, 종이에 수채, 2015 | ||
다음 기사에서는 마지막 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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