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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청춘들

김진아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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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갑자기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발이 젖을 걱정 없는 집안에서 그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영화를 다 본 후였다. 영화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진 않았지만 소나기가 와서 매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거짓말을 하는 페이(왕페이)가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소나기를 자주 기다리진 않는다. 아주 가끔 씻겨내려 갈 것들이 생겨나면 이따금…

하지만 청춘은 자꾸만 기다리고 찾는다. 떠나간 연인, 다시 올 사랑,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없는 것들이지만 소나기를 기다리 듯 청춘들은 자꾸만 기다린다. 그렇게 기대하며 살아간다.

   
▲ ⓒ네이버영화

223

경찰 223(금성무)가 기다리는 메이가 누군지 너무 궁금했다. 그 궁금증으로 223과 함께 그녀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5월 1일의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찾으며 막무가내 억지를 부리진 않았지만 나도 그녀가 돌아오길 바랐다. 저토록 잘생긴 223이 저토록 간절히 기다리는 여자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지만 끝내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모습을 볼 수도 없었다. 한 달이라는 나름의 이별을 마치고 223은 다시 사랑을 찾아 나선다. 223의 결핍. 이 영화의 첫 번째 결핍이다. 애정 결핍이라고 단정 짓지 않겠다. 물론 그런 종류의 결핍이겠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시작된 결핍을 애정으로 채우려 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우리는 그 결핍을 해소 또는 해결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떠나간 연인의 자리를 다른 연인으로 채우려 하는지도 모른다. 223도 마찬가지이다. 메이의 마음을 돌리려고 그녀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쓸모없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짐작컨대 223은 홀로 무척이나 외롭게 자랐던, 살았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과거의 메이를 한 달간의 이별로 떠나보내고 223은 다른 메이를 찾는다. 하지만 인연은 마냥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열심히 찾아 헤맨다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223이 찾아낸 방법은 우연히 만난 여성을 사랑하는 일이다. 영화 내내 기다리는 223.

   
▲ ⓒ네이버영화

223은 자신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방법으로 기다림을 선택한다. 지루해 보이지도 않지만 딱히 설레보이는 것도 아니다. 호텔 바에서 만난 마약상(임청하) 여자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도 223에게는 어렵지 않다. 경찰과 범법자라는 판이하게 다른 삶이더라도 모두가 그렇게 기다리고 찾고, 모두의 삶이 비슷하게 돌아간다. 기다리는 이 청춘이 안타까운건 목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메이를 기다리는 223은 꼭 메이가 아니어도 좋다. 누구든 메이의 자리만 채워주면 문제없다. 그게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223의 기다림과 결핍이 안타까운 것은 이상형과 이상향 없이 채워지기만을 바라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때문일 것이다.

   
▲ ⓒ네이버영화

663

두 번째 결핍.

겉보기에 663은 결핍 되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떠나간 연인에 무덤덤하다.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의 그녀가 언젠가 그녀의 직업처럼 훨훨 날아 사라져버릴 것을 아는 사람 같아 보인다. 페이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그저 매일 같은 샐러드를 고르며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살아간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던 지난 날을 후회하며 꼭 될대로 되라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어차피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오래도록 함께 할 것이라 생각해도 대사처럼 연료가 가득 찬 비행기는 항로를 바꿀 수 있다. 분명 그것은 결핍이지만 223처럼 반드시 채우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 채워지면 비워지는 것이 순리지.

페이는 그런 663 모르게 조금씩 채우고 있었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채우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가 자신에게 스며들도록 했다. 외로운 일이었지만 마치 663과 연애하듯 그 안에서 질투도 느끼고 소소한 행복도 느끼며 서서히 자신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페이와 663 둘 다 딱히 시간을 정해놓고 다시 사랑할 때를 기다린 건 아니었지만 서서히 스며들고 물든 두 사람은 결핍도 서서히 비워내고 채우고 있었다. 사랑의 결실을 눈 앞에 두고 떠나버린 페이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마 순식간에 채워지는 결핍이 어색했을 것이다. 페이는 663 모르게 그를 자신의 방법으로 물들이는 자체에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재회한 그들은 무척이나 성숙해있었다. 더 이상 어설픈 갈증으로 서로를 갈구하지 않을 그런 딱 좋은 성숙 앞에 그들은 놓여 있었다.

   
▲ ⓒ네이버영화

모든 성공은 실패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모든 인연은 거침없이 달려와 주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마치 모든 청춘들은 한번쯤은 아파야 하는 것처럼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것이라고 아픈 것을 합리화 시킨다. 물론 맞다. 이들은 결핍을 알았기에, 그 결핍을 통해 채우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고, 미성숙 했기 때문에 성숙하기 위해 다른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런, 조금은 함량 미달인 것들과 싸우며 모든 결핍을 해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청춘이 기다릴 필요는 없지만, 청춘이라고 모두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청춘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보채고 재촉하지 않고 그 쓰디쓴 기다림을 견디다 보면 그 끝자락에서 달디달게 잘 성숙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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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sm10040209@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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