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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권지용, 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김혁준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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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지용 ⓒYG엔터테인먼트

ACT 1. 지드래곤 그리고 권지용

 지드래곤은 이번 콘서트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사람 ‘권지용’을 강조하고 싶었다. 타인에게 계속해서 이러한 내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는 것, 반복되어 잊지 않으려는 자기 암시가 보였다. 서른이 된 지드래곤 그리고 사람 권지용은 자신의 인생을 삼분할 하여 10대, 20대, 30대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의 많은 것을 기억한다. 사람 권지용이 가진 너무나 많은 것들을 좋아하여 좋아함의 이유조차 찾을 수 없다. 마치 좋아함이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처럼 내 인생의 10대를 구성했고 20대를 이끌며 앞으로의 삶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그를 생각한다. 그의 음악으로 세상을 봤고 그의 감성으로 사랑에 지표를 삼았다. ‘천국’의 말마따나 사랑한다는 말에 기억한다는 말을 덧붙여 이제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너를 기억한다는 말이 더 오롯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덧 이번 콘서트는 다섯번째로 관람한 콘서트가 되었다. 2011년 빅쇼, 2012년 빅쇼, 2013년 지드래곤 One of a Kind, 2016년 0.TO.10, 2017년 지드래곤 M.O.T.T.E. 각각의 콘서트는 해를 더할 수록 발전하는 빅뱅과 쌓이는 역사로 각각의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직접적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지드래곤 말고 멋부린 ‘척’ 하며 허름한 ‘권지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콘서트의 선곡표 또한 앨범을 발매한 순서대로 가져가되 구성은 끝에 가선 단조롭고 덜어낸 무대를 보여준다.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기억하게 되고 생각하게 하는 준비였고 꿈과 현실의 분간 없는 사이에서 초심을 찾으려는 콘서트였다.

 사실 수백, 수천 번의 무대에서 우리는 이미 권지용을 보았다. 앙코르 공연을 끝내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떠나는 모습에서, 같은 음악에 발맞추어 뛰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다는 말에서, 일상의 공허함과 외로움 속에서, 빅뱅 멤버들과 스스럼없이 나누는 대화에서, 누구보다 순수한 미소를 띠는 얼굴에서 우리는 이미 권지용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권지용’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별을 수놓을 수 있을 만큼 많은 말들을 건네줄 수 있다. 그의 많은 곡들에 따라 우리도 같은 호흡을 했고 같이 아쉬워했으며 같은 꿈을 꾸었다. 꿈처럼 지나가버린 콘서트를 보며 오랜 시간 끝나지 않는 여운에 잠겨야 했고 긴 숙취에 헤맸다. 많은 일들을 겪고 나서야 나는 그가 말하는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저만치 멀리 있는 지드래곤이 아닌 조용한 서울을 같이 보는 권지용을 알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마주하게 된 사람 권지용. 오래지 않은 몇 년 전부터 명사 지드래곤이 사라지는 곳에 동사로서 피어오르는 권지용의 삶을 그제서야 드디어 볼 수 있었다.     

   
▲ CRAYON ⓒYG 엔터테인먼트

ACT 2. XXXIBGDRN 그리고 PEACE MINUS ONE

 지드래곤은 2015년 피스마이너스 원이라는 이름의 현대미술 전시를 열었다. peace minus one은 지각하고 상상하는 세계의 다른 이름으로 이상향인 평화(PEACE)로운 세상을 지향하지만 결핍(MINUS)된 현실 세계에서 이상과 현실의 교차점(ONE)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으로 사용할 정도로 애착이 있는 이 ‘피스마이너스원’은 권지용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M.O.T.T.E(진실의 순간, 진실 그자체)를 이름으로한 콘서트에서 그는 얼마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을까. 모태, ‘어미의 몸 속 안에 자리잡은’이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콘서트는 빨간색 계열의 조명과 영상을 위주로 사용하고 지드래곤 자신도 핏덩이라는 빨간색 계열의 옷을 입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 특성과 모성에 대한 신비, 영감을 볼 수 있었다. 콘서트에서 사용된 VCR에서 의료실험실, 차트, 피와 관련된 인과 관계가 불명확한 영상, 파편적이고 산발적인 영상은 흩뿌려지면서 재현적 의미를 지웠고 관객과 겹쳐지는 지드래곤의 모습, 흑백으로 처리되고 몸선을 따라 영상에서만 보이는 빨간 섬광들은 영상매체 어디선가 봤었던 그의 이미지들과 시뮬라크르의 영역이었다.

 권지용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점이 그에게 무거운 마음으로 전하는 아쉬운 점이다. 4년만에 발매된 앨범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서른의 그가 말하는 감성이 이전보다 나아지길 원했고 또 다른 새로운 모범이 되어주길 바랬다. 물론 오래 기다린만큼 질리도록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나왔다는 점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다섯 명 중에서 지드래곤 한 명에게만 꽂히던 시선은 이제 다섯 명에게 나눠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성숙한 빅뱅의 영향력도 있지만 권지용이 조금만 더 첨예한 감성을 지니길 원했다. 지드래곤의 자작곡은 자전적인 내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번 앨범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의 감성이 발목을 잡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는 앨범의 성공이나 영향력에 대한 의문이 아니다. 권지용이란 사람은 혼자서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채우고 빅뱅 내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며 이번 앨범은 전세계 39개국에서 발매 1위를 차지했다. 그러한 사람의 ‘무제, 2014’전 원래 타이틀 곡이었던 ‘개소리’는 기존 앨범 타이틀 곡들을 뛰어넘을 아성이 보이지 않는다. ‘하트브레이커’의 패기도, ‘one of a kind’의 자신감도 ‘크레용’의 새로움도 ‘삐딱하게’의 완결성도 따라오지 못했다. 빅뱅의 곡들도 지드래곤이 작곡을 하기에 그 혼자서 부르는 버전을 상상하고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이번 ‘권지용’ 앨범 이후로는 정규 앨범 MADE가 워낙 강력했던 터인지 그러한 상상을 이제는 더 이상 피기가 쉽지 않다. 다섯 명이 부르는 노래도 혼자 감당할 수 있던 그의 모습이 희미해진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복잡 미묘하다.

 또한 변경된 타이틀 곡 ‘무제, 2014’는 서른살의 지드래곤이 들려주는 노래이지 서른살의 권지용이 들려주는 노래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가 타인 한사람으로 귀결되는 사랑과 절실한 고양감, 멋진 멜랑콜리, 찌질함을 보여주어 완성된 그를 보여주었음에는 일말의 의심도 없다. 그러나 인간 권지용이 이면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무제, 2014’라는 곡이 타인에 대해 노래하는 것이 아닌, 더 나아가 태생적, 선천적 요소와 사랑에 머무는 기존의 그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권지용을 말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영원할 것이란 사랑을 말하던 그가, 상처 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면을 바라보려는 것과 때로는 유희적 감성에 몸을 던짐으로부터 이제는 마치 우리가 지드래곤의 예술에 속았다는 것처럼 생각이 들게, 현실은 그가 말하던 것과 다르고 실제 세계는 그가 그토록 바라보던 곳이 아니란걸 권지용의 말로 듣고 싶었다. 자신의 10대, 20대, 30대를 과거 현재 미래로 바라 본 것과 다섯곡의 내용이 각자 타인, 자아, 외로움, 사랑, 어머니라면 이것은 과연 권지용이 말하는 다섯명의 지드래곤인가 아니면 다섯명의 지드래곤이 모여 권지용을 만드는 것일까. 

 이전의 곡들은 권지용의 찌질함과 감정에 뒤덮여 무너져 내림은 타인에게 수렴하는 희생이 되었고 가장 개인적인 것인 노력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초월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에 있어   권지용에게 어찌보면 더 이상 실존의 차원이 아닌 구조의 영역과 선천성의 영역이 아닌 구성의 영역을 사유하라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앞으로 그에겐 앞서 보여준 일련의 네 개의 앨범의 연장선이 아닌 또다시 새로운 모범을 보고 싶다. 현재의 20, 30대가 그로부터 많은 것을 빚졌듯이 그 또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갔으면 한다. 권지용은 이러한 이분법의 간극마저 무너져 내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나는 그가 원하는 퍼렐 윌리엄스의 모습도 좋지만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보고 싶다.

   
▲ 삐딱하게 ⓒYG 엔터테인먼트

ACT 3. 권지용 그리고 지드래곤

 “엄마 아무 걱정 하지말아요. 난 문제가 아냐 문제의 답이에요”. 권지용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까.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문을 콘서트에서 말했듯이 “제가 대단한가요 여기 와준 여러분들이 대단하죠”. 그는 이 말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여실히 느끼고 있을까. 그를 보러온 4만명의 시선과 저마다의 이야기 저마다의 역사를 그도 느끼고 있을까.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너를 볼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다 잃어도 괜찮아. 꿈에서라도 너를 만나 다시 사랑하기를”. PEACE MINUS ONE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더 이상은 발견과 서술에만 멈추지 않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그리고 실천을 그가 계속해서 열망과 자기 존재 고백의 언어로 풀어나갈 수 있기를 원한다.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 The revolution is in your mind. The revolution is here”. 혁명을 하겠다던 그의 출사표와 함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평화와 혁명, 꿈과 현실의 간극, 권지용과 지드래곤이라는 말들이 닿을 수 없는 텅 빈 단어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해서 살아가고 몸부림치며 삶을 온전히 영위하는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

‘권지용’ 그의 이번 앨범이 삼십대의 새로운 포문을 여는 교량 역할을 하길 바란다. 지드래곤이라는 사람도 시시한 사람, 시시한 어른, 시시한 권지용을 알아가며 조금 더 첨예해질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만이 할 수 있는 것들로 계속해서 우리 곁에 남아주길 바란다. 몇년 전 방문했던 콘서트와 달리 이제는 가족 단위, 남녀노소, 외국인 할 것 없이 그를 보러 왔다. 그가 가진 영향력에 다시 한 번 형언할 수 없는 감사를 느끼며 그처럼 우리도 각자의 존재미학을 이룰 것이다. 그 언젠가 만나서 별을 수놓을 수 있는 끝이 없는 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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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준 기자
hj0723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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