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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암시적 기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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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남달라]

   
 오세열 : 무제, 2013, 혼합매체, 182x227cm ⓒ 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지난 3월 26일까지 오세열 작가의 개인전 ‘암시적 기호학’을 선보였다. 오세열 작가는 2016년 파리, 런던, 상하이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연이어 선보이며 국 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작가의 40년간의 작품 활동을 망라하여 60년대 구작부터 최신작을 포함한 약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오세열 ‘암시적 기호학’ 전시전경 ⓒ 학고재 갤러리

한국은 물론 국제 미술계에 이르기까지 유행처럼 들이닥친 ‘단색화’의 부상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온 한국 미술의 위치와 정의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인한 인간의 불행한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너무 물질적인 것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신적인 것이 소멸해가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후기 산업사회 또는 고도 소비 사회 병리 현상에 대한 대항적이고 치유적인 메시지를 문화, 미술을  통해 만나보는 기회를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다.

   
 오세열 – 무제, 2012, 혼합매체, 80x100cm ⓒ 학고재 갤러리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난 오세열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사랑했고 하루의 모든 시간을 그림 그리는 데에 쏟아부었다. 부모님이 도배를 새로 할 때면 마치 도화지인 듯 그 위에 그림을 그려대 혼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 모습은 최근 작품에서도 ‘장난기’라는 맥락 위에서 여전히 드러난다. 생각하지 않고 본능에 의존한 채 의식 속에서 무의식을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중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 시절을 거치면서 그는 관습에 대한 저항을 내 외면으로 반복하면서 반 추상적인 작품 일맥의 형태를 잡아가면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 작품 세계를 찾아갔다.

   
 오세열 ‘암시적 기호학’ 전시전경 ⓒ 학고재 갤러리

그의 작품의 특징이라면 단색 화면과 그 위에 드러난 기호로서의 인물, 숫자, 그리고 오브제를 꼽을 수 있다. 작가가 그림에 사용하는 배경은 대체로 단색이다. 단색을 통하여 좀처럼 속내가 잘 드러나지 않는 바탕을 만들어 놓고 관람객이 집중할 만한 소재를 작지만 분명하게 표현함으로써 회화성은 물론 회화의 언어를 극대화 한다. 이것은 표현의 경제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표현이 최소화될수록 캔버스의 평면은 침묵의 열기로 들뜨게 되며, 반대로 표현이 극대화되거나 노출될수록 평면은 인내의 갈망에 시달리게 되는 경험들을 알려준다.

   
 오세열 – 무제, 2017, 혼합매체, 97x130cm ⓒ 학고재 갤러리
 
 오세열 ‘암시적 기호학’ 전시전경 ⓒ 학고재 갤러리

작가는 인물을 중심으로 숫자 그리고 오브제로 소재를 발전시켜 작품을 완성한다. 팔이나 다리가 하나씩 없는 불완전한 몸을 가진 인물을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 위에 뻣뻣하게 누워 있다. 작가는 이를 ‘백치와 같은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6.25 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박약한 사람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애특한 애정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레 그를 작품에 등장시키게 되었다. 작가는 화폭 안의 인물들 주위로 단추, 장난감 따위의 천진한 오브제를 늘어놓거나 숫자나 드로잉 따위의 낙서와 같은 기호들을 새긴다. 쓸쓸한 인물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감싸 안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오세열 – 무제, 2017, 혼합매체, 130.3x194cm ⓒ 학고재 갤러리
   
 오세열 – 무제, 2016, 혼합매체, 45x53cm (2ea)  ⓒ 학고재 갤러리
   
 오세열 ‘암시적 기호학’ 전시전경 ⓒ 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본관과 신관 모든 공간에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여러 작품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구상에서 추상으로, 그리고 다시 구상으로 화법을 넘나들며 지금의 작품 방식에 이르게 된 과정을 관객의 입장에서 어렴풋이 짚어볼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전시는 내렸지만 작가의 오묘하면서도 깊은 회화의 소재와 이야기들은 암시적 기호가 되어 꾸준한 한국 미술계의 무게 중심이 되어줄 것이다.

학고재 갤러리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0, 110 –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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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영 기자
namdalra@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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