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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뮤지엄 제주: 탑동 시네마, 동문 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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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도혜린] 아라리오 뮤지엄은 국내에서 손 꼽히는 현대미술 컬렉터인 김창일 회장이 설립한 박물관으로, 서울 종로구 소재에 구 공간 사옥을 다시 활용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와, 제주도 제주시 탑동에 위치한 ‘탑동 시네마’와 ‘탑동 바이크 샵’, 그리고 ‘동문 모텔 1,2’ 총 다섯 곳에 전시 공간을 두고 있다. 탑동 시네마와 동문 모텔 1은 컬렉션을 상설 전시하며, 탑동 바이크샵과 동문 모텔 2는 특별 기획전으로 이루어진다. 서울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필자에게는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지만, 탑동 시네마와 바이크 샵, 그리고 동문 모텔은 어마어마한 컬렉션 규모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제주도에 있는 네 군데의 공간들을 돌아보니 왜 김창일 회장이 제주도의 문 닫은 영화관과 오래된 모텔이라는 특수한 장소를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 시켰는지 알 것 같았다. 관람객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한에서만 개축을 하고, 옛 장소의 정통성은 그 상태 거의 그대로 보존해 놓았다는 아라리오 뮤지엄만의 차별화된 건축 철학과 제주도라는 특이한 위치 선정이 함께 어우러져 작품을 관람하는 데에 있어서 타 미술관이나 전시 공간들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 ⓒTHE ARTIST MAGAZINE

제주도 아라리오뮤지엄은 이처럼 우리의 옛 공간 안에 동시대 서양 미술 작품이라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두 요소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탑동 시네마나 동문 모텔이 지어진 시기와 전시된 현대미술 작품이 제작된 시기가 공유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 중에서도 탑동 시네마는 가장 규모가 크고 모던한 공간으로, 리처드 세라나 안젤름 키퍼, 백남준, 앤디 워홀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누구나 이름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법한 명작들을 국가 기관이나 대기업 재단이 아닌, 개인이 애착을 가지고 수집했다는 사실이 필자는 매우 놀라웠다. 실제로 작은 매점을 운영하던 김창일 회장은 이후 버스 터미널 사업 성공에만 안주하지 않고, 매년 2~30억의 비용을 들여 컬렉션을 개인적으로 일구어 냈고, 그 결과 세계 권위의 미술 매체인 ‘아트넷’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 톱 100인의 아트 컬렉터’로 선정되었다. 탑동 시네마의 컬렉션 중에서는 2 층에 위치한 듀에인 헨슨의 <벼룩 시장 상인>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라리오 뮤지엄에는 작품을 보존하고 관람객들을 통솔하는 ‘스태프’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계단을 오르면 들어서는 2 층의 입구에 배치된 이 극사실주의적인 인물 조각을 보고 실제로 필자는 작품을 지키는 ‘스태프’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였다. 

   
▲ ⓒTHE ARTIST MAGAZINE

한편, 동문 모텔은 최소한의 개축만이 이루어진 채, 이전에 사용되던 공간을 탑동 시네마보다도 더 거의 그대로 남겨 두었다. 실제로 2 층에는 동문 모텔에서 사용된 침대나 장들을 작가가 직접 재구성한 작품들도 디피되어 있었고, 모텔에서 사용하던 화장실마저 그대로 남겨 두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아트 작품의 경우 별도의 암실을 새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조명을 거의 설치하지 않은 긴 복도에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태의 모텔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암실로 재활용한 전시 기획 방식이 내게는 매우 참신하게 다가왔다. 탑동 시네마와는 달리, 동문 모텔은 비교적 마치 ‘귀신의 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공간도 음산했고, 작품들 자체도 그로테스크한 작업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특히 엄청난 규모의 채프먼 형제의 작품들을 마주했을 때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시장 전체가 이루고 있는 공포스러움은 특히 마지막 층의 한성필 작가의 ‘해녀 시리즈’라는 미디어아트 작품에서 정점을 이루었는데, 푸른 타일로 이루어진 오래된 모텔 화장실과 어두운 조명 사이로 새어 나오던 영상의 푸른 빛, 그리고 영상에서 흘러 나와 전시장의 마지막 층 전체를 울리던 해녀의 목소리의 조합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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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린 기자
haerinl@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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