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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 김윤아의 ‘타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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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아 4집, ‘타인의 고통’ (ⓒ’김윤아’ 오피셜)

 [디아티스트매거진=문희경] 3년 전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급작스런 죽음보다도 그 소식에 너도나도 목 놓아 우는 세상 사람들 모습에 더 충격을 받았다. 그 때 까지 나에게 ‘신해철’이라는 인물은 특유의 과격한 ‘솔직함’ 때문에, 대중의 호감도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서 무한궤도와 넥스트의 음악이 차지하는 위상과는 별개의 문제로 말이다. 내가 아는 한 우리 사회는 ‘괴짜’, ‘아웃사이더’ 등의 수식어에 관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쉬이 이해할 수 없었다. 죽음이 모든 것을(생전 고인에게 가졌던 증오까지도) 미화한다고는 하지만, 그저 그가 ‘죽었’고, ‘유명’했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한동안 그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슬픔은, 석연찮은 사망원인에 드리운 의혹만큼이나 내게 커다란 질문이었다. 많은 이가 휩쓸려간 슬픈 해였다. 어쩌면 그의 억울한 죽음위에—묘하게도 몇 개월 먼저 일어난 거대한 죽음의 잔상이 겹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개운하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 물음을 곱씹다 이정도로 적당히 결론지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당시의 나에게 뮤지션 신해철의 죽음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이해되었다. 딱히 팬도 아니었으면서 티브이로 중계된 운구행렬에 흘린 눈물을 어떻게든 설명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기 전에 ‘음악인’으로서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적당히 묻어가기에는, 어쩐지 내 눈물이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날의 일을 조금 더 깊게 헤아려볼 수 있게 된 건 김윤아의 솔로 4집이 세상에 나온 직후였다. 자우림 9집 활동 이후 6년만의 솔로 앨범을 내놓기 까지, 꽤나 오랜 시간 팬들을 기다리게 했던 이유가 ‘목소리를 잃을 뻔해서’였다니. 후두염이 성대 이상으로 변해 목에서 쇳소리가 나는 1년을 보내면서,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했다고 했다. 인터뷰 기사를 보며 식은땀이 흘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끼던 이를 잃는다는 건, 아니 잃을 뻔 했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그것은 곁에 가깝게 있던 사람을 잃는 일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슬픔이었다. 내 삶의 껄끄러운 일면을, 그것이 주는 고통을 겁 많은 나대신 세상에 외쳐주던 누군가를 영영 잃는다면—. 두려웠다. 그녀가 목소리를 잃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어쩌면 나의 목소리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흔히 인간의 생애를 네 글자로 표현할 때 ‘희로애락’을 든다. 잠시 평안 속에 있다가도 곧 분노의 늪으로 곤두박질치게 되고, 굽이마다 슬픔 속에 허우적대야하지만 다시 그 안에서도 웃을 일이 생긴다는 게 인생이라는 말. 그렇다면 현대인의 삶, 그것의 언덕들을 세어볼 때 ‘희(喜)’와 ‘락(樂)’이 솟아있는 봉우리들은 몇이나 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김윤아가 바라보는 이 시대 인간 삶의 본질은 비극에 좀 더 가깝다. 그래서 희망이 필요할 때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 우울해진다.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노래라기보다, 오히려 주저앉히는 노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동안 지속되는 이 우울감을 따라가다 보면 그 너머에서 기묘한 힘이 솟아난다. ‘김윤아’표 멜랑콜리를 끊을 수 없는 이유다. 고통의 끝에는 언제나 ‘극복’과 ‘희망’ 따위가 따라붙는 식의 클리셰에서 김윤아는 자유롭다. 울고 난 뒤에는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달려야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또한 애써가며 삶을 사랑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그래서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주저앉아 울 수 있다. 어쭙잖은 격려로 슬픔의 이후를 함부로 말하지 않는 위로. ‘먼저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음악을 한다’던 그녀의 말이 증명하듯—김윤아의 음악은 어둡고 솔직해서 불편하지만, 그래서 따뜻하다.

   
▲ 디지털 싱글 앨범 ‘키리에’ 재킷 이미지 ⓒ’김윤아’ 오피셜

 위대한 문학가의 세계관도 그 시작은 ‘나’로부터 출발한다. 자전적 소설로 탄생한 이야기의 우주는 점차 ‘나’에서, ‘우리’로 넓혀져 간다. 본래 가사가 적힌 노래의 원형은 시(詩)였음을 생각하면, 빼어난 가사를 써내는 가수 역시 한 명의 시인, 혹은 문학가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각각의 장르가 다를지언정 결국 모든 예술이란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내가 속한 세계를 소화하는 작업이다. 오래 그리고 오래 쓰며, 오래 노래한다는 것은 그만큼 광활한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뜻이다. ‘더 넓게 보는 눈’을 갖게 되면 나의 것 만큼이나 남의 상처에 민감해진다. 아이러니한건 그렇게 보이는 게 많아질수록 ‘나’는 점점 더 아파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픈 누군가를 보는 일이 나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 올해로 20년째 노래한 김윤아의 이번 앨범 제목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다.

 스스로가 자신을 ‘SNS와 뉴스 중독자’라고 표현할 만큼 김윤아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 대중을 상대로 음악을 하는 만큼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사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다. 이번 앨범 작업에 지배적인 영감을 준 것도 그녀가 트위터로 수없이 ‘눈팅’했던 팬들의 일상이었다고 하니, 더 말해 뭐할까. 그렇잖아도 어두웠던 음악이 이토록 장송곡에 가까운 정도로 어두워진 건 그녀가 본 사람들의 삶이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타이틀 뮤비로 제작된 수록곡 ‘꿈’의 뮤직비디오 속 인물들은 모두 자욱한 회색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뒷모습만 보인다. 잠시 그 안개 속에서 노래하는 김윤아가 등장하지만 곧 사라지고, 줌 아웃되는 카메라에 잡히는 것은 ‘벽’이다. 부연 안개 속에서도 시커멓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벽 앞으로, 사람들은 그저 계속해서 걸어갈 뿐이다. 마치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 아이와 엄마도, 친구의 휠체어를 미는 학생들도, 군인도, 기타를 멘 청년도, 서로의 손을 잡은 노부부도. 이처럼 슬프고도 정확한 묘사가 있을까.

 수습되지 않는 사고와 죽음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뒹굴고, 서로를 굶기지 않기 위해 가족이기를 포기해야 한다. ‘잘’ 사는 것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생존마저 각박해진 세상에서, ‘꿈꾸는 일’이란 아침이면 깨어나야 하는 그것만큼 값이 싸다. 이겨내자, 일어나자, 극복하자, 밀어붙이는 말들이 더 이상 아무런 위력도 갖지 못하는 시대. 사랑하는 이에게 당장 내일의 그 무엇도 약속해줄 수 없는 사회를, 김윤아는 하나의 거대한 장례식에 비유한다. 희망의 죽음, 내일의 죽음, ‘우리’의 죽음…. <타인의 고통>은 그러니까, 모든 이를 추모하는 레퀴엠인 셈이다. 남의 얘기처럼 털어놓는 ‘나의 이야기’. 결국 김윤아의 ‘타인’은 그녀 자신인 동시에, 우리 자신이다. 저마다가 잃어버린 그 무엇, 그리고 죽어버린 그 누군가들의 이름을 대신해서 하나씩 강물 위로 뿌려주는 목소리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뻐근해져 온다. 이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었더라면. 이 목소리마저 영영 잃어버렸더라면.

 다시, 3년 전의 죽음으로 돌아가 본다. 세상은 왜 신해철을 잃었을 때 그렇게 울었을까. 나에게, 우리에게 그의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좋아하고 싫어하는 문제와는 상관없이, 그는 이 세상에 메아리치던 하나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꽤나 우렁차서, 이쪽에 있는 사람에게든 저쪽에 있는 사람에게든 잘 들리는 목소리였기 때문에. 그런 그를 잃는다는 건 그동안 그가 대신해서 외쳐왔던 누군가의 이름들도 함께 흩어지는 것과 같아서. 그래서 그가 비어버린 구멍으로 드나들게 될 바람소리가 너무 슬펐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그 시린 여백을 덮을 만큼 커다란 목소리를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다들 알았던 거다. 때로 그 방식이 너무 솔직해서 불편하고 미워하게 될지라도, 외칠 줄 아는 이가 너무도 절실한 시대이니까. 이렇게 써놓고 보니 다시 돌아와 준 그녀가 퍽 고맙다. 그리고 김윤아의 ‘타인’이 된 것이, 참 기쁘다. 다행이다. 신해철을 잃었지만, 아직 우리에겐 우리의 이름을 불러줄 이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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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경 기자
sinclair@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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