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feels so scary getting old,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김범진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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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네이버 영화 | ||
[디아티스트매거진=김범진] 기나긴 시간을 걷는다. 지나간 시간들과 지금의 시간이 같지 않음에 안타까워 한다. 뒤로는 걸어갈 수가 없어 그냥 앞으로 걷는다. 걷고자 했던 길보다는 조금 돌아가지만, 지금 걷는 길이 걷고자 했던 길과 다르다는 것에 감사해 한다. 또 그 감사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며 걷는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나 곁에도 있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느껴 가면서, 지근거리에서 빛나는 현실보다 멀리서 멈춰있는 추억을 그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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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네이버 영화 | ||
한 해 두 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이 많아지고 살아갈 시간이 적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에게는 그녀와의 추억이 엷어진다는 거리감을 새로운 단위로 재게 하기도 한다. 시간은 야속해서 뒷걸음질치지 않으며 뒷걸음질치는 것은 그저 자신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는 그러지 않는다. 멀어지는 거리만큼 아쉬움은 배가 되고 어쩌면 훨씬 그 이상이지만 그는 무시한다. 처음에 무시하는 마음이 그 마음에 낸 생채기는 흉터로 뒤덮여 단단해지고, 점점 무시하는 마음도 그도 그에 무뎌진다.
무뎌진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덮고자 하는 지나간 시간이 강렬해서 무뎌지는 것이 그는 속상하다. 하지만 그 아픔도 곧 사그라들며, 사그라드는 모든 것이 이제는 그는 아쉽다. 나아진 것이라고는 전보다는 쉽게 무시하고 무뎌지며 불태우는 그 자신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어떠한 진통제에도 불구하고 추억이 불러내는 아픔이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 아픔을 다루는 방법만이 능숙해졌을 뿐이다. 그러한 능수능란함을 스스로는 혐오하면서도 어쩔 수 없기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또는 틀어막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릴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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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네이버 영화 | ||
그는 가난하여, 가진 것은 오직 꿈뿐이라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걸어만 준다면 그걸 깔아주려 했었다. 그녀는 그의 꿈을 밟지는 않았으나 꿈이 되어 떠났다. 즈려밟힌 꿈보다는 다소 쓸쓸하게 바닥에 내려앉아 버린 꿈이 없는 그의 꿈을 그는 주섬주섬 챙겨 들쳐메고 그녀가 떠나버린 자리를 뜬다. 그는 안다: 자신이 메고 돌아가는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만 그는 버리지 않는다. 애초에 버리지도 못할 것이었거니와 버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꿈이 사그라들어 탈색되어 버린 빨간 카펫을 그는 그녀 없는 성공으로 물들이지만, 그 색은 전과 같이 또는 이루어졌더라면 그랬을 그의 사랑만큼은 붉지 않다.
걷고자 했던 일상의 따스한 길들은 디딘 길도 아니고 디딜 길도 되지 못하였지만, 지금 발 밑에서 그를 떠받치는 화려한 바닥보다 열등하지만은 않다. 공허의 흔적은 그 바닥이 갈라진 틈 사이를 파고든다. 그는 그 상실감으로 부실했던 그를 묵묵하게 다독이며 붙여간다. 때때로 그 틈을 그걸로 메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애초에 틈이 생기지 않았다면 어떠하였을지를 생각한다. 갈라진 틈들은 빈 마음으로 견고하게 붙여두었지만, 그 단단함보다 그녀와 함께했었더라면 물렁물렁했을지언정 살아 숨쉬었을 그의 삶을 말없이 아쉬워한다.
변해버린 자신에 대한 죄스러움과, 지나간 시간을 마주하기에는 황망한 마음은 뒤섞여서 용기 있게 과거로 돌아가는 뒷걸음질의 방향을 앞으로 바꾸어놓지 못한다. 이걸 시간이 지나 당연하게 찾아오는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하다. 회한과 불안과 아쉬움을 지나치지 못했던 시간의 흔적들은 흔적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고 그러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에 대한 미안함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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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네이버 영화 | ||
잊혀진 기억들과 몇몇 누락된 추억들, 허락도 없이 찾아오는 순간들은 지나간 일상들이 더 이상 지금에서야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사실 일상은 어떻게 대충 찾긴 했다. 특정한 일상을 꿈꾸며 그에 맞춰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보다야 이미 지나간 궤적들과 앞으로 어디를 디디고 걸어가야 할 지 모르는 부분들이 모여서 만든 일상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리고 그에 담긴 자부심은 가장 슬프고 힘들 때 스스로에게 해 주는 가장 공허하고 가장 긍정적인 격려와 닮아 조금 덜 그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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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네이버 영화 | ||
그냥, 짧고 깊은 꿈을 꾼 셈 치면 된다. 일렁이는 기억들에 채색하는 시간들도 나쁘지만은 않다. 시간을 돌아오지 않으며 시간에 얹힌 자신들의 시절들도 그렇다는 것 하나만 잘 동여매면 말이다. 눈빛이 머금은 많은 세월과 감정들은, 옅은 미소가 더해졌기에 그리움 너머로는 나아가지 않는다. 그런 것이라면, 그 정도라면 나이 든다는 것에서 빛바랜 아쉬움만 뒤적거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은 ‘Lorde – Ribs’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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