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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그의 이름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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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책 원본

[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10년도 넘은 책 하나를 꺼내들었다. 노랗게 변색된 책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특유의 오래된 책 냄새가 나고 있었다. 좋아한다면서 왜 이렇게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았을까? 문득 부끄러움이 몰려오며 윤동주, 그의 시 <쉽게 씌어진 시>가 절로 읊어졌다. 그리고 영화 <동주>를 꺼내들게 되었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책 원본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황을 영화는 흑백으로 무심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금 더 밝고 환했다면 배우 강하늘의 내면연기가 잘 보였을 텐데… 이내 그런 아쉬움은 경건히 영화를 지켜보는 내 마음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하늘과 박정민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다. 이준익 감독의 이러한 시대극은 <왕의 남자>(2005), <사도>(2014)와는 다르게 낯설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 역시나 아니 좋을 수 없었다.

   
▲ ⓒ네이버 영화

우리는 이 영화에서 독립운동을 위한 강력한 움직임을 찾아볼 수는 없다. 시대의 상황을 심정으로만 표현하는 동주(강하늘)의 나레이션으로 그의 가슴 아픔을 인지해야 했다. 어떤 열사나 지사, 의사들처럼 소리 높여 독립을 외치지도 않고 오히려 문학 뒤로 숨는다는 말까지 듣는 수동적인 동주의 삶을 오로지 쫓고만 있다.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영화는 애석하게도 거의 일본어로 이루어져 있다.

   
▲ ⓒ네이버 영화

그가 하는 반항은 창씨개명계를 숨어서 찢는 것과 교련 수업을 듣지 않은 변명을 소심하게 말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몽규(박정민)는 자신의 신념이 가득찬 독립 운동에 참여시키지 않는다. 그마저 동주를 나약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한테 그렇게 동주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동주는 괴롭다. 그런 그와 그를 그렇게 보는 몽규 사이에서 동주는 방황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동주는 시 쓰는 것 외에 몽규처럼 필사적인 사람일 수는 없다.

   
▲ ⓒ네이버 영화

일본의 대학 시절 만난 쿠미(최희서)의 말처럼 몽규는 동주의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동주의 시가 남아서 나의 책장에,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 당시의 애절하고 간절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네이버 영화

아주 슬픈 영화는 아니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보여주는, 위인의 전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만 이 영화는 슬픈 영화이다. 시대상을 반영하고 동주 개인의 괴로움과 그의 인생 말미에 겪었던 아픔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찬란한 시대의 타당함을 반성하듯 보여준다.

강하늘이라는 배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 배우의 역량을 아주 늦게 확인했지만(사실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 배우가 원탑이 되는 영화에 출연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아직 배우 보는 눈이 좋지 못한 탓이겠지만…)이 배우는 엄청난 힘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뒤늦게… 최근 드라마 <달의 여인-보보경심 려>(2016)에서 강하늘은 그가 가진 외적, 내적 매력을 가감 없이 내뿜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그의 역량을 뒤늦게 확인하고 본 이번 영화 <동주>는 왜 윤동주역은 강하늘이어야 했는지, 그가 왜 원탑이어야 했는지 그 어떤 의심도 품지 않게 해주었다. 어쩌면.. 당분간 난 이 배우에게 꼼짝없이 사로 잡혀 있을 것 같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설민석 강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운동가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기꺼이 해내며 목숨을 바치고 그것을 당연히 치러야 하는 숭고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의로운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매주 이루어지는 촛불 집회를 여러 이유를 들어 가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한없는 실망감을 감출 길이 없다. 물론 현 시대의 상황에 가슴 아프고 똑같이 울분을 터뜨리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지 않는 내 모습이 가끔 한심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윤동주 시인처럼 시대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훌륭한 시를 적을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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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sm10040209@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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