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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사람의 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민선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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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트 인 더스트 포스터>

[디아티스트 매거진=민선영] 우리는 자본에 파묻혀 있고 어떻든 간에 그 영향을 수용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이 가장 먼발치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은 결국에 이 땅도 자본이라는 것, 가끔 사람의 이기를 부추기고 생산시키는 무서운 자본의 소유물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올해의 영화 TOP10에 선정된 이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원제:Hell or High Water)는 안정감 없는 이 불안한 대지에서 버티기 위해 선택한 두 형제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부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두 형제가 도로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며 종종 마주치게 되는 여러 굵직한 글귀들(ex. Debt(빚))로 해당 영화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암시하기도 한다.

   
▲ <로스트 인 더스트 스틸컷 中>

두 형제는 가족의 유일무이한 재산이자,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주신 농장 소유권이 은행의 차압일로부터 얼마 남지 않게 되자 이 단 하나의 재산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것도 해당 땅은 유전이다. 이 땅만 되찾으면 지금의 삶, 지겹도록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깜깜한 현실을 끊어버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 여기서 이 굴레는 없어져야 한다. 결국 두 형제의 선택은 은행 상환 날까지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또 다른 은행을 터는 것. 범죄경력이 있는 형 테너(벤 포스터)와 두 아이를 둔 이혼남 동생 토비(크리스 파인)는 치밀하고도 어설픈 은행 강도가 되어 CCTV가 없는 아침 시간대의 소규모의 은행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 <로스트 인 더스트 스틸컷 中>

이 둘은 추적될 수 있는 금액의 뭉치는 절대 털지 않으며, 타고 온 자동차는 일이 끝난 후 곧바로 매장한다. 모든 계획을 지시하고 준비하는 동생 토비와 다르게 형 테너는 자신의 분노와 같은 감정조절에 여유롭지 못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기 때문에 은행을 터는 테너의 모습에는 애초에 불안함이 감지될 수밖에 없다. 계획대로만 움직여주면 이 두 형제의 목표금액은 달성되고, 순조롭게 유전이 된 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항상 이러한 일들은 계획대로 진행되어주진 않는다.

   
▲ <로스트 인 더스트 스틸컷 中>

텍사스 주의 은퇴를 앞두고도 노련한 노년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경찰 마커스(제프 브리지스)와 원주민 혈통의 경찰 알베르토(길 버밍엄)는 이 두 형제의 뒤를 바싹 쫓아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은 형 테너에 의해 충동적이고 계획에 없던 일들이 생겨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더욱 더 손에 쥐게 된다. 마커스는 이 두 형제가 아직 필요자금을 완성하지 못했으며 다음 은행털이 지점은 ‘포스트’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두 형제는 예상했던 은행 지점이 계획과는 달리 폐쇄된 것을 알자 한꺼번에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는 ‘포스트’점으로 향하게 되면서 최후의 은행털이를 준비한다.

 최종 장소이자 지점인 ‘포스트’점, 그 곳에서 맞닥뜨리게 된 네 사람의 운명은 자본이 이 땅 위에 짜놓은 궤도에 아주 잘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돌고 돌아 돈을 쫓아오게 된 이곳에서는, 생존을 위한 인간 본연의 공격성과 필요 이상의 희생이 요구된다. 이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허허벌판인 텍사스 땅위에 아주 조그마하게 놓인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한탄하게 만든다.

   
▲ <로스트 인 더스트 스틸컷 中>

결국 이 무수한 꼴을 겪고도 손에 쥐어야하는 원인이자 또 결과인 돈뭉치와 이로 인해 다시 자신의 땅에서 솟게 될 또 다른 돈뭉치, 이 역겨운 쳇바퀴 속에서도 그래도 동생 토비가 찾아야 했던 것은 자신의 아들들에게 물려줄 미래였다. 이미 과정은 어떻던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 토비의 눈에 고스란히 담긴 더럽고 추악한 과정들을 자신의 아들들은 보거나 겪지 않았으면 하는 것. 자본은 그렇게 이 땅 위에 합리화되어 과거로 또 현재로 사람들과 계속 맞물려 숨 쉬게 될 것이다.

  이 영화의 중간 부분에 인디언 배우인 경찰 알베르토가 텍사스 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이 대사는 영화의 전체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다. “이 땅은 인디언들의 것이었지만 결국 백인이 빼앗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백인의 자리는 또다시 자본에게 빼앗겨있다.” 뺏고 빼앗기는 더러운 역사 그 중에서도 더 이상 ‘사람’이 무언가를 빼앗을 수 있는 주체의 자리에서 벗어난 지금,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앞에 그 존재가 보이진 않지만 언제나 발밑에서 생존의 역사를 움켜쥐고 흔들고 있는 가장 큰 그림자가 인간을 얼마나 속박하고 있는지를. 이 영화는 양복을 입은 사람들로 붐비는 바쁜 도시가 아닌, 카우보이가 잔재하는 서부의 느긋함 속에서 무던하게도 이러한 문제를 잘 풀어내고 있다. 그저 저 멋진 자연과 풍경을 오롯한 시선으로 담아낼 수 없게 만드는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로 외면할 수 없는 인간 운명에 대한 질문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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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영 기자
charm7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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