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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르와 왈츠를>, 그 일은 환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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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어떻게 바라볼까? 실제 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우리가 느끼는 전쟁은 그저 뉴스 속의 이야기나 영화 스크린 안의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미디어를 통해 전쟁의 실태나 끔찍함을 알 수도 있고 간접적인 체험도 할 수 있지만, 그 참혹함을 온전히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전쟁과 학살을 바라볼 뿐이고, 포장된 상태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는 전쟁을 실제로 겪어본 사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그들이 목격한 전쟁의 실상을 잊거나 거짓된 환상 속에 묻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탁월한 형식을 사용하여 이런 태도에 강한 경종을 울린다.

   
▲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컷

 <바시르와 왈츠를>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라는 희대의 방법을 사용했다. 이 형식은 잘 생각해보면 이상한 구석이 있다.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사실성이 핵심이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환상을 표현하기 좋은 장르지 사실성을 보여주기 좋은 장르는 아니다. 다큐멘터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성에 강한 타격을 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왜 굳이 이런 형식을 사용한 것일까?

 답에 대한 힌트는 영화 속에 나왔다. 영화 중반 감독은 정신과 의사와 대화 중 ‘분열성 사건’이란 것을 알게 된다. ‘분열성 사건’은 사람이 전쟁의 한복판에 있더라도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영화 보는 것처럼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이게 깨지면 사람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순식간에 실감하게 되고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이 ‘분열성 사건’을 영화의 형식으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안의 사람이나 영화 밖의 사람이나 모두 전쟁과 학살이 실존하는 문제임에도 실감하지 못하고 상황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데, 이 상황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표현해낸 것이다. 말하자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느냐를 밝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이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실제로 어떠한지를 고발(혹은 고백)하는 것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컷

 앞서 말했지만 관객은 전쟁의 실상을 쉽게 실감하지 못한다. <바시르와 왈츠를>에서도 역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전장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그 어떤 실감도 주지 않는다. 어떤 부분에서는 오락성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관객은 자연스레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전쟁의 참혹함을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스크린 밖의 관객들뿐만이 아니다. 스크린 안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레바논 주민들은 눈앞에 총알이 난무하는데 그것을 영화 보듯이 방관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병사들은 팔랑헤 민병대가 학살을 벌일 때,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방관한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심지어 그 일을 직접 겪었음에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다.

   
▲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컷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덕분에 마치 가짜 현실이나 꿈처럼 보였던 영화 속 이야기는 종반부 감독의 기억이 돌아온 순간 애니메이션이라는 필터가 벗겨지면서 그것이 참혹한 현실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실제 있었던 학살 후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관객들은 순식간에 실존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장면이 충격적인 이유는 단지 그 안의 장면이 참혹하기 때문은 아니다. 관객들이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해 현실감을 약하게 느끼다가 마지막 순간 순식간에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분열성 사건’의 카메라가 깨진 후 사람이 순식간에 현실을 직시하고 공포를 느끼게 되듯이 말이다.

 이때 영상 속 진짜 현실을 보는 시선은 기억을 찾은 감독의 시선이며, 이 영화를 방관하듯 바라보던 관객의 시선이다. 영상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울부짖는 주민의 모습은 마치 이것을 잊었던 감독과 이 사태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방관한 관객을 향해 울부짖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영상 속 끔찍한 시체의 모습은 관객을 배려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결국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또렷하다. 잊지 말 것. 포장하지 말고 똑바로 볼 것. 그리고 절대 방관하지도 말 것. 이런 문제는 현실에서, 당신 눈앞에 존재하는 문제다. 우리가 <바시르와 왈츠를>을 통해 본 것은 영화가 아니다. 실존하는 현실이며, 방관할 수 없는 우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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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ashgray1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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