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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센터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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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장현석]

<홍림 호커센터>

531A Upper Cross Street, Singapore 051531

교환학생을 왜 하필 싱가폴로 갔냐는 물음을 받으면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우고 싶었다고 대답한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싱가폴에 있으며 중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있다면 가게에서 음식을 포장해갈 때 말하는 ‘다바오打包’ 가 유일했다.

떠나기 전 내 머릿속 싱가폴은 중국과 비슷했다. 가보니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사람들 생김새가 닮았으니 길 가는 사람 얼굴만 봐서는 중국인인지 싱가포리언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싱가폴 인구의 3/4가 중국계다. 오래전 하카(객가), 호키엔(복건성), 캔토니즈(광동성) 등 여러 계통의 중국인들이 건너와 형성한 나라가 싱가폴이다.

덕분에 싱가폴 문화와 중국 문화를 나누긴 힘들다. 싱가포리언 역시 중국식 이름을 짓고, 중국 명절을 쇤다. 특히 음식에 있어서 유사성이 두드러지는데, 돌이켜보면 그간 먹은 싱가폴 음식 대부분이 중국계의 음식이었다. 인구 대다수가 중국계인 만큼 그들 음식이 종류에서나 양에서나 많을 수밖에 없다. 서점에서 구한 ‘싱가포리언 쿠킹’ 책을 보면 중국계 음식 레시피가 절반을 차지한다.

   
▲ 가장 중국적인 호커센터, 홍림 호커센터

싱가폴의 제대로된 중국계 음식을 찾는다면 차이나타운에 가야 한다. 이곳은 싱가폴 시내의 중심인데, 홍림, 맥스웰, 차이나타운 푸드 콤플렉스 등 큰 규모의 호커센터가 세 군데나 있다. 그 중 중국적인 색채가 가장 짙은 곳이 홍림 호커센터다. 홍림 호커센터는 차이나타운 포인트라는 대형 몰 옆에 위치해있으며 분위기만 보면 싱가폴보단 중국에 가깝다. 홍림 호커센터를 찾아가는 길엔 한자가 쓰인 간판이 많았고, 영어보단 중국어가 자주 들렸다.

   
▲ 장사가 어찌나 잘되는지, 스톨을 세 개나 갖고있다

계단을 올라 홍림 호커센터 건물에 들어서면 테이블들이 흩어져있다. 기둥이 많고 꺾이는 면이 많아 한 층이 한 눈에 들지 않는다. 다소 어수선한 이곳에서 싱가포리언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Ji Ji Wanton Noodle이라는 스톨을 찾았다. 장사가 얼마나 잘되는지, 당당히 스톨을 세 개나 붙여놓은 곳이다.

   
▲ 단짠단짠의 매력을 지닌 완탄 누들

맛집은 조리도 빠르다. 주문하자마자 노란 Mee면에 우리 짜장면 소스처럼 짙은 갈색의 소스가 얹어져 나온다. 한 젓가락 떠 넣으면 단맛과 짠맛이 엎치락 뒤치락 반복되는데, 흔히 말하는 ‘초딩입맛’을 만족시킨다.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가 곁들여져 느끼하지 않다. 국물 없이 나오지만 옆에 만두가 뜬 국물이 따로 나와 퍽퍽하지 않게 먹을 수도 있다. 은혜로운 아주머니가 고명으로 차슈 고기를 듬뿍 얹어주신 덕에 배부른 한 끼 식사였다.

스톨에 사람이 없을 때면 주인들이 곧잘 나온다. 그들은 앉아 끼리끼리 혹은 찾아오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눈다. 아주머니들끼리 수다 떠는 모습은 영화 <쿵푸허슬>에 나오는 중국인 동네같다. 솟았다 꺼졌다 강한 억양의 중국어가 귀에 콕콕 박힌다. 소리만 들으면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듯 하나 실은 다들 웃고 있다. 주구장창 중국어만 들리는 이곳을 둘러보면, 그 모습이며 냄새며 중국이 따로 없다.

반 년 남짓 잘 놀다 가면서 이런 인상을 받아가는 내게 싱가포리언 친구들은 못마땅한 눈치였다. 그들은 내게 싱가폴과 중국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설명했다. 쌍둥이가 서로 닮았다는 말을 싫어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가 보다. 어떤 선입견 때문일까, 미안하지만 난 여전히 싱가폴을 얘기하는데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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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석
smileboy10@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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