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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그물 안에 있는가? 영화 <그물>

김진아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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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애증의 영화였다. 단 한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으로 감독에게 빠져버린 후로 거의 빠짐없이 그의 영화를 챙겨보며 감독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그러면서 그의 영화는 애증의 관계로 바뀌어버렸다. 애와 증의 관계가 수없이 왔다 갔다 했던 그의 영화가 이번엔 온전히 애(愛)의 마음으로, 사랑의 시선으로 그렇게 바라보게 되었다. 이번 영화 <그물>은 왠지 모르게 그렇다.

   
▲ ⓒ네이버영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나열하자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니 최대한 자제하려한다. 유혈낭자한 직접적인 그의 영화들이 언제부턴가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니 그가 담으려고 하는 메세지 마저도 부정하기 시작했다.영화 <일대일>(2014)은 그런 메세지 마저 부정하고 애증이 극으로 달했던 영화이다. 심지어 오래된 그의 영화 <시간>(2006)은 김기덕의 아류가 만든 작품이라며 매우 증(憎)한 작품이었다.
 

   
▲ ⓒ네이버영화

류승범과 페르소나 김영민

김영민이란 배우는 그가 대학로에서 연극을 할 때부터 몇번씩 그의 작품을 보며 소위 쫓아다녔던 배우이다. 그를 대학로의 무대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었다.

심지어 이 배우는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기다림을 두배나 가중시켜주는, 굳이 따지자면 김기덕감독 영화의 애증에서 애(愛)를 담당하는, 내게는 매우 훌륭한 배우이다.

그에 비해 류승범은 첫 작품이다. 연기 참 잘하는 이 배우는 마치 오랜 시간 이 영화를 위해서 두문불출,  잠적한 것 처럼 아니 정말 북에 다녀온 사람처럼 능수능란한 연기로 대적한다. 두 배우는 대립하는 듯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진것처럼 보이나 영화처럼, 영화에서처럼 둘은 매우 닮아 있다.
 
“불쌍하잖아 독재정권에서 구해줘야지”

남한과 북한, 다른 체제와 다른 이념에 대한 대립. 선천적인 옳고 그름으로 인해 애초에 고민없이 시작된 마녀사냥. 영화는 꽤 복잡한 소재를 힘겹게 다루는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이념도 체제도, 시시비비도 아닌단지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한 가장에 대한 이야기로 분명해진다.

남쪽 조사관(김영민)의 불타는 극단적 애국심은 6.25 당시 가족이 모두 피해자였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그름의 총구를 북으로 겨누고 온갖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몰려 안간힘을 쓴다. 그것만이 희생된 내 가족의 원수를 갚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상이 뒤틀렸을 때 울려퍼지는 악으로 뭉친 애국가.

남철우(류승범)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에도 현혹되지 않고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그의 간절함은 애초에 세뇌된 독재정권의 충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저 그가 바라는 것은 일상으로의 복귀일 뿐이다. 아무리 남쪽에서 갖은 회유를 해도 그가 변하지 않았던 것은 국가체제에 대한 신념이나 뼛속 깊은 신뢰가 아니라 가족을 지켜내야만 하는 가장의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복잡하고 심각하고 방대하고 신중한 그런 삼류 코미디 같은 그 행위는 결국 가정을 지키고 싶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더 나은가?

우리는 이 영화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거나 북한 체제에 거세게 반항하거나 하는 등의 거추장 스러운 행동은 필요하지 않다. 김기덕 감독은 그물이 국가라면 물고기는 개인이라고 말했다.

그물 안에서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물고기를 그물 밖으로 풀어준다고 해도 그 물고기는 자유를 느끼지 못한다. 애초에 부여받은 자유는 그물 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물 밖에서의 세상과 그물 안에서의 세상이 어떤 사상이나 이념을 차치하고서라도 다르지 않다면 굳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물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다만 그물 밖의 빛과 그림자 중 그림자만을 경험했던 남철우에게 많은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다. 나은 것을 꼭 집어 말할 수 없다. 각자의 그물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그 누구도 객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감독은 대놓고 말한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마치 어른들의 세계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남철우의 어린 딸의 손에는 화려한 불빛을 내며 움직이는 영어로 말하는 곰인형말고 기우다 기우다 더이상 해질 곳 조차 없어 보이는 낡은 곰인형이 들려 있다. 김기덕 감독이 우회하지 않기 시작했다.
 

   
▲ ⓒ네이버영화

감독 본인도 15세 관람가 판정에 놀랐다던 이 영화는 감독 답지 않게 유해한 장면을 피해갔다.꼭 잔인한 것이 모두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반드시 필요한 장면도 있다) 이번 영화 <그물>은 도려내고 싶은 장면이 단 하나도 없었다. 내가 변한 건지 감독이 변한거지 모르겠지만 이런 변화가 싫지 않다.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감독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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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sm10040209@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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