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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의 또 한 번의 변절. 영화 <밀정>

민선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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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의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민선영] 영화 ‘밀정’이 개봉 11일 만에 500만을 돌파했다. 이는 영화 ‘변호인’, ‘국제시장’보다도 한 발 앞선 기록인만큼 실로 무서운 속도이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의열단의 활동을 다룬 ‘밀정’은 작년 천만영화에 이름을 올린 영화 ‘암살’과 비교해가며 볼 수도 있다. 항일 움직임을 지정된 인물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통해 긴박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그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의 스틸컷 中>

  게다가 두 영화는 변절자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암살’에서는 독립군 출신이면서 친일활동을 한 변절자 염석진 역을 이정재가 맡아 주요 인물로 활약했다면, ‘밀정’에서는 조선인 출신의 일본 경찰 이정출 역을 송강호가 맡아 의열단을 돕는 주요 인물로 행동한다. 영화는 의열단원 김장옥 역으로 특별출연한 박희순이 밀고를 당한 장면부터 시작된다. 의열단이 조선인으로부터 폭탄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김장옥은 일본 경찰들에게 에워싸여 죽음을 당한다. 그 죽음을 바로 코앞에서 지켜본 것은 변절자이면서 일본 총독부 경무국 히가시 부장의 오른팔 역할을 맡고 있는 이정출(송강호), 그러나 그는 김장옥의 지난 벗이기도 했다. “생포해야 한다!”라고 외치던 그의 앞에 결국 주검이 되어버린 오래 전의 동지를 보는 그의 마음은 싱숭생숭하다.

   
▲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의 스틸컷 中>

  김장옥의 죽음 다음 이정출에게 주어진 임무는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과의 접촉을 통해 의열단장을 맡고 있는 정채산(이병헌)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정출은 의도적으로 김우진에게 접근하여 술을 마시고 호형호제하지만, 김우진과 이정출 서로가 이미 상대방의 속내를 꿰뚫은 후이다. 의열단의 정보가 노출되었다고 판단한 김우진과 그의 동지들은 상해로 향하고 뒤를 추적하던 이정출은 히가시 부장이 자신의 임무에 하시모토를 같이 투입시키자 자신의 자리에 대한 위태로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의 스틸컷 中>

  하시모토의 정보원들이 의열단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해내자 위기의식을 느낀 이정출은 김우진에게 서신을 넣어 만남을 조성하고 김우진은 이에 응한다. 그러나 이정출의 예상과 달리 둘의 만남에서는 김우진 뿐 아니라 의열단장인 정채산이 함께 등장한다. 의열단은 이정출의 가슴 한 켠에 자리한 나라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끄집어내 의열단의 ‘밀정’으로 조선의 편에 서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의열단장은 이정출에게 역사의 어느 편에 이름을 남기고 싶느냐고 질문한다. 여기서부터, 이정출이 현실과 타협하여온 시간동안 묻어두었던 조선인 ‘이정출’의 삶을 갈등하기 시작한다.

   
▲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의 스틸컷 中>

  일본 경찰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면서 의열단과의 우정을 적립해가는 이정출의 모습은 실질적인 삶과 이상적인 의지를 번갈아가며 고뇌하는 한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잘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정출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송강호의 명연기는 냉정한 일본 경찰로서도, 나라에 대한 죄책감을 지닌 조선인으로서의 번뇌를 잘 표현하고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양측에서 갈등하고 있는 인물이 주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의 스틸컷 中>

  일본의 눈을 피해 경성역까지 폭탄을 운반하고자 하는 김우진을 비롯한 의열단, 그리고 하시모토의 감시 속에서 의열단의 숨은 멤버로 활약하는 이정출. 이들이 성공적으로 폭탄을 경성역에서 하차시키고 독립을 향한 그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또한, 계속되는 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이정출은 김우진과의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까. 밀정 활동을 주되어 다룬 이 영화는 변절자가 보여주는 동지애와 독립을 향한 굳건한 의열단의 의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두운 시대 한 편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의열단 내의 밀정과 일본 총독부 속의 밀정, 즉 각 단체의 숨은 첩자들로 인해 활동이 좌지우지되는 긴박한 스토리를 꾸며감으로써 한 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밀정, 몰래 활동할 수밖에 없는 다른 편의 인물이기에 이 영화에서는 어떤 인물도 쉽게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악랄했던 일본의 통치와 그 열악함 속에서도 맞서 싸우고자 한 역사를 끌어안고 있는 영화, 밀정을 한국영화의 저력이면서 올해 하반기 또 하나의 천만관객 영화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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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영 기자
charm7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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