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매거진=양효주] 음력 팔월 보름날이다. 집집마다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을 장만하여 정성스럽게 추석 차례를 지낸다. 일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지만 명절 때만큼은 부모님과 마주 앉아 두런두런 세상 사는 이야기 그리고 해묵은 옛 추억 보따리를 푼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보다 더 키가 크고 어머니 보다 더 아는 게 많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마냥 걱정스럽고 안쓰러운 ‘내 새끼 내 강아지’가 된다. 부모님이란 존재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연세가 많고 약해지셔도 우리에게는 언제나 평생의 보호자 되신다. 오늘 한가위를 맞아, 자신의 아픔을 승화시켜 예술가 아들에게 평생의 작품을 남겨준 사례를 꼽아본다. 쑹둥의 《버릴 것 없는 Not Wast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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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둥宋冬은 현대미술계에서 손꼽히는 베이징 출신 미술가이다. 강렬한 주제의식과 다양한 미디엄을 사용하며 국제미술전을 종횡하는 그를 두고 우리는 개념미술가, 행위미술가, 설치미술가라는 여러 수식어를 붙인다. 베니스 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에 중국 대표로 참여하였으며 뉴욕타임스가 꼽은 ‘가장 창의적인 중국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쑹둥의 미술은 미학적 측면보다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작품, 사회 정치적 이슈를 부각시키는 메시지, 성찰적 실천을 꾀하는 활동이 많은데 그가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작품 《버릴 것 없는 Not Waste 》을 통해서이다. 이 작품은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아무리 사소한 잡동사니라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만 놓고 사는 저장강박증에 걸린 쑹둥의 어머니, 자오샹위안이 30년간 모은 소유물들을 전시장에 진열해 놓은 설치미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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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쑹둥,《버릴 것 없는 Not Waste》 | ||
자오샹위안이 물건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쑹둥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부터이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그녀는 실연의 아픔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또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남편의 부재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그 어떤 것도 버리지 못하고 집에 모아두었는데 그것의 양이 너무 많아서 쑹둥이 폐소공포증을 앓을 정도였다. 한 번은 쑹둥이 쓸모없는 잡동사니 좀 제발 버리라고 어머니를 다그치자 그녀가 말했다. “네 아버지의 빈자리를 견딜 수 없구나. 네겐 쓰레기지만, 내겐 추억이다.”
쑹둥은 이러한 자신의 비극적 가족사와 어머니의 트라우마에서 착안하여 2005년 베이징에서 첫 미술 전시회를 가졌다. 그것은 어머니가 모아온 평생의 소유물들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옮겨 놓는 작업이었다. 비닐봉지, 책 더미, 신발, 가재도구…….. 집에 가득한 온갖 잡동사니들을 통째로 전시장으로 옮겨와 그의 가정사를 고스란히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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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처음엔 ‘내가 이렇게 지저분한 걸 알면 사람들이 널 이상하게 볼 거야’라며 (전시를) 반대했지만, 내가 ‘아니에요. 덕분에 제가 유명해질 거예요’ 하자 기꺼이 승낙했다.” 자오샹위안이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 슬픔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도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아들과 함께 협업을 하면서부터이다. 극도의 방식으로 소유욕을 드러내거나 ‘실연’하며 상실을 부인했던 그녀가 더 이상 물건에 집착을 하지 않게 된 것은 그녀의 트라우마가 미술이라는 – 나만의 비극 이상의 의미를 지닌 – 상징적인 체계로 변환되었기 때문(우정아 :2016)이며 한 여인의 절절한 사부곡(思夫曲) 이자, 문화혁명 이후 중국인의 사고(思考)를 지배했던 ‘검약’의 집결체를 보여준다는 점이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아(곽아람 : 2012) 미술품이라는 공적인 의미를 획득하였다.
자오샹위안이 오랜 세월 동안 강박적으로 모아온 잡동사니는 쑹둥의 대표작이 됐다. 광주 비엔날레(2006·대상 수상), 뉴욕 MoMA(2009), 샌프란시스코 YBCA(2011), 런던 바비칸 센터(2012) 등에 전시되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들에게 평생작을 만들어준 어머니는 2009년 별안간 세상을 떠났다. 나무에서 떨어진 새를 다시 둥지위로 보내주려고 나무에 오르다가 떨어져 사고사를 당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머리카락이 숭숭 빠졌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빠져나가면서, 내 머리카락을 가져가 버린 게 아닌가 생각했다.”
쑹둥의 《버릴 것 없는Not Waste》은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라 가난한 시절을 보낸 우리 부모님들의 생활상을 상기시킨다. 전후세대의 우리 부모님들은 보편적으로 절약과 보관이 생활화되어있다. 침대생활한지 오래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장롱 속에 겹겹이 쌓아둔 두터운 솜 이불, 손바느질한 색동 이불보, 유행이 한참 지난 낡은 스리 버튼 양복, 부엌 찬장에서 좀처럼 나갈 줄 모르는 이빨 나간 컵, 밑이 시커멓게 타버린 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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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둥의 작품이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가 익숙히 봐온 부모님의 일상 습관과 소재들을 미술의 재료로 활용하였고 ‘어머니가 쓰던 물건’이라는 ‘서정’을 함뿍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전시장에 한가득 펼쳐진 온갖 잡동사니들을 보며 ‘버릴 수 없는’ 어머니의 삶을 아프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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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머니의 유품이 되어 버린 엄청난 양의 잡동사니들. 그것들이 펼쳐진 전시장의 한 쪽 벽에는 네온사인이 빛을 번쩍이며 쑹둥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빠, 엄마, 걱정 마세요. 우리는 모두 잘 지내요.”
<참고문헌>
우정아(2016), 『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 휴머니스트
곽아람(2012), http://seni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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