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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센터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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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장현석]

<김모 호커센터>

01-161 S, 20 Ghim Moh Road, 270020

호커센터를 다닌다는 말이 대개 맛집을 찾아다닌다라는 말로 들리나보다. 틀린 말은 아니나 늘 맛집만 다니지는 않았다. 인터넷만 켜도 어디가 유명한지 쏟아져 나오지만, 적당한 게으름과 호기심으로 때론 모르는 호커센터도 가곤 했다.

   
▲ 오후 세 시에 찾은 김모 호커센터

미지의 장소에서 음식을 맛보는 순간은 선물상자를 열 때처럼 설렌다. 기억에 남는 선물로 부오노 비스타 MRT역 부근에 있는 김모 호커센터가 있다. 싱가폴에 오는 관광객들 중 김모 호커센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나 역시 이 곳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부오노 비스타 MRT역 근처에서 길을 잃어 구글맵을 켜다 우연히 발견한 호커센터였다.

   
▲ 내 마음 속 최고의 차쿼티아오 스톨

최근 리모델링을 했는지, 김모 호커센터의 간판들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오후 세 시 무렵 들어갔는데 애매한 시간대라 호커센터에 식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두운 호커센터 한가운데로 긴 줄이 눈에 띄었다. 유난히 긴 줄은 Guan Kee라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차쿼티아오 스톨에서부터 나왔다. 차쿼티아오는 중국식 국수 요리로, 한 번에 여러 사람 몫을 조리하기가 어렵다. 딱히 맛있어 줄이 길다기보단 원래 그러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별 기대없이 따라 줄섰다.

단지 사람이 많아 줄이 긴 게 아니었다. 음식이 놀라우리만치 천천히 나오고 있었다. 세 시가 되도록 밥도 못 먹었는데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인고의 시간이었다. 한 끼 식사를 받기 위해 30분을 기다리는 건 가치있는 일일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른 스톨에 갈까 갈등했다. 그럼에도 막연한 기대에 결국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 노란색 국수는 미(Mee), 하얀 국수는 쿼티아오(Kway teow)

차쿼티아오는 넓은 면(쿼티아오)과 가는 면(미)을 함께 사용해 만드는 볶음 국수다. 팟타이와 묘하게 닮았는데 그 느끼한 맛에 반해 싱가폴에서 즐겨 먹었다. 김모 호커센터의 차쿼티아오 스톨은 내가 가본 가게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조리가 느렸다. 왜 느린고하니 주인 아저씨가 요리에 들어가는 계란을 일 인 분씩 그때그때 넣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차쿼티아오를 만들 때 삼, 사 인 분 정도를 한 번에 만들던데 여기선 용납할 수 없나보다. 고집스럽게 하나씩 계란을 깨 넣으며 웍을 휘젓는 모습은 방망이 깎는 노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요리조리 궁리하며 아저씨를 원망하기 시작하던 찰나 차쿼티아오가 나왔다.

   
▲ 때론 사진 따위로 담아낼 수 없는 맛이 있다

내 일은 여기까지니 맛은 알아서 확인하라는 양, 땀흘리던 아저씨가 무심한 표정으로 차쿼티아오를 내었다. 한 젓가락 크게 떠 입에 넣자마자, 음식을 먹고 ‘미미’를 외치며 날아가던 만화가 생각났다. 내 감상이 30분에 대한 보상심리에 가려지지 않길 바랄 정도로, 훌륭한 차쿼티아오였다. 랍청(소시지)부터 꼬막, 계란, 국수까지 여러 식재료 맛이 고르게 느껴졌다. 지금껏 먹은 차쿼티아오를 무색하게 만드는 쫄깃한 식감이 있었다. 계란을 하나씩 풀던 고집의 까닭이 와닿았다. 덕분에 차쿼티아오란 무엇인가를 김모 호커센터에서 처음 배웠다.

오랜 시간 불 앞에 서 커다란 국자를 들었을 저 사람이 장인이구나, 존경심마저 일었다. 아저씨는 누가 먹든 말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국수를 풀고 있었다. 여전히 긴 줄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비로소 확신했다. 우연하게 들어온 호커센터였는데 나가기도 전에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그보다도 놀라운 선물을 받은 기분으로, 신명나게 그릇을 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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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석
smileboy10@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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