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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센터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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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장현석]

<비샨 킴산렁 호커센터>

511 Bishan Street 13, Singapore 570511

어느 순간 지루함을 느꼈다. 짧은 시간동안의 싱가폴이 겉만 화려한 도시처럼 느껴졌다. 시내 어딜 가나 외국인이 가득한 도시의 본래 모습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보다 ‘싱가폴스러운’ 무언가가 필요했고, 어딘가 내가 모르는 진짜 싱가폴이 있을 거라 믿었다.

구글 맵에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며 싱가폴 전역을 훑었다. 서쪽에 있는 학교로부터 멀고 시내로부터도 먼 낯선 동네를 찾았다. 작은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이 쏟아져 나왔다. MRT 옐로 라인과 오렌지 라인이 교차하는 지점에 듣도 보도 못한 비샨이란 동네가 있었다. 이곳이라면 왠지 때묻지 않은 싱가폴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비샨 일대는 주거지역이다

비샨 부근은 주거지역이다. 큰 동네라고는 하지만 길을 잃은 게 아니라면 관광객이 갈 만한 곳이 아니다. 꾸미지 않은 싱가폴 고유의 얼굴들이 있길 기대했다. 싱가폴스러움을 찾아 비샨으로 향하는 MRT 옐로 라인에 올랐고, 아니나 다를까 보태닉 가든 역을 지나고부터 열차 내에는 온통 싱가포리언뿐이었다.

비샨 MRT역을 올라오면 쇼핑몰과 커뮤니티 클럽이 있다. 이들은 싱가포리언 일상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폴은 작은 국토 곳곳에 MRT역이 있으며 이들을 기점으로 몰이 발달해있다. 덕분에 많은 싱가포리언은 먼 걸음을 하지 않고도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구한다. 커뮤니티 클럽은 우리 주민센터 정도 될텐데, 이들은 각종 수업부터 의료 서비스까지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쇼핑몰과 커뮤니티 클럽 덕분에 싱가포리언들은 웬만한 일들은 주거 구역 가까이에서 해결한다.

   
▲ 비샨 킴산렁 호커센터는 딱 이만한 규모다

버스 인터체인지 건너편엔 지나치기 딱 좋을만큼 작은 호커센터가 있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비샨 킴산렁 호커센터다. 싱가폴에는 호커센터가 100 곳이 넘으며 당연히 곳곳에 외국인은 커녕 외지인조차 모르는 작은 호커센터들이 있다. 비샨 킴산렁 호커센터는 싱가포리언도 비샨에 사는 경우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이름없는 호커센터다. 싱가포리언의 일상을 찾아온 나로선, 작고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에 끌렸다.

지금껏 가본 호커센터들 중 가장 작은 규모였다. 뒷편에 호커센터가 하나 더 숨어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담했다. 비샨 킴산렁 호커센터의 뭐가 맛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발 닫는대로 아무 스톨 앞에나 섰다. 스톨은 다섯 곳 정도 있었고 내가 찾은 곳은 용타우푸를 파는 Koo Kee Yong Tow Foo Mee였다.

   
▲ 건강한 맛이 느껴지는 용타우푸

용타우푸의 타우푸는 두부를 의미한다. 용타우푸는 두부가 주재료가 되며 어묵 육수에 국수를 내는 요리다. 이곳 가게에선 고명을 얹은 국물과 노란 Mee국수를 따로 주었다. 다진 돼지고기와 함께 국물을 떠먹고 소스에 어묵을 찍어먹었다. 처음 먹을 땐 밍밍한 맛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씹을수록 감춰진 고소함이 드러났다. 고소한 맛이 사라질 즈음 심심한 맛이 다시 찾아오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선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언제라고 사람들이 밥 먹을 때 내 눈치를 봤겠냐마는, 늘 그래왔다는 듯 각자의 일들에 충실했다. 음식을 국물까지 비우고도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호커센터에 왔다 가기를 반복할 동안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내게 낯선 곳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들 틈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이방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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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석
smileboy10@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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