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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ing to find my way back home to you. 영화 ‘데몰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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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김범진]내리지 않을 비를 기다리는 것과, 그치지 않을 비의 끝을 기다리는 것은 같아 보이지만 알다시피 완벽하게 다르다. 그에 더하여 기다린다는 말에는 아직까지는 끝이 전제되어 있지 않아서 진행형이며 그렇기에 끝맺음은 언제나 타인이 아닌 자신의 손에서 완성된다.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 분)는 딱히 뭔가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뭘 기다려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냥 찾아본다. 아내의 죽음을 겪고도 슬퍼하지 않는 자신을 궁금해하며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기 위해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장인처럼 즉각적으로 슬퍼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모든 다른 사람들처럼 적당한 애도의 태도를 뒤집어쓰고 일정한 기간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오고 그녀의 묘비 앞에서 추억을 불태우며 그녀 없는 자신의 미래를 한없이 원망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슬픔을 소비하지 않고 동반하는 그 자신이며, 세월과 일상들이 덧씌워져 보이지 않게 된 아내를 향한 마음이다.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는 슬픔은 그가 슬프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아내의 죽음에서 그의 슬픔까지 연결되는 동기와 의사, 마음의 이동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다. 

 동질감을 추출하고 이질감을 기각하는 슬픔에 대한 수많은 가소로운 연대맺기의 한가운데에서, 그가 탈출하는 곳은 다른 어디도 아닌 그 자신인데 이를 통해 그의 삶을 뒤집어 씌웠던 많은 포장지들을 단칼에 베어낸다. 얇은 비닐과 두꺼운 상자의 잘린 단면들은 그전부터 기이한 체액을 흘렸지만 그는 냉장고를 고치지 않았던 것처럼 닦지 않아왔다. 흘러내린 모든 액체들이 집안 곳곳에, 그의 삶 면면에 스며들어 부패해도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내의 죽음 이후로 그걸 반성하는 마음은 조용히 휘산되어 자신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갉아먹는 주변 사물들을 분해해보지만 그건 대승적인 처방에 불과했다. 결국 그가 도달한 곳은 아내와의 시간이 과거완료로 종료된 집이었고 그래서 그것마저 분해해본다. 하나 다른 점은 다른 분해와는 달리 집은 분해라기보다는 파괴에 가까운 해체를 겪는데 그 차이는 작지 않았고 거기에서 드디어 슬픔의 씨앗이 발견된다. 이후로 데이비스는 덜 밝아졌지만 덜 슬퍼졌으며, 명징했던 지난 시절들에 대한 무상함과 무심함이 진실된 인간적인 감정들로 치환된다.

 이런 저런 색을 입혀가며, 때로는 세심하게 몇 번은 대담하게 그은 획들과 채색은 그만큼 삶을 꾸미지만 그만큼 가린다. 인생에 특정한 색을 입히기 글렀으며 가장 밑바닥의 색이 어떤 색이었는지를 잊고 그저 투명하기만을 한없이 바란다면 투명함은 색상으로 승격된다. 파괴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보다도 파괴적인 것은 데이비스의 삶을 낱낱이 해체하는 일련의 도축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결국 애도하는 것은 남은 사람이고 아내가 남긴 선물은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그 애절한 만큼 자신을 향한 사랑의 다른 측정치를 본인에게 반성하게 하는 기회였다. 투명했던 데이비스의 마음을 그대로 통과하는 슬픔과 비통함과 상실감과 후회와 아쉬움들은 족적을 남겨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비의 흔적들에서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리와인딩을 끝마치게 도와준다. 없는 아내를 두고, 애도밖에 할 것이 남지 않은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며 부숴내던 집의 구석과 차의 선바이저에는 아내가 남긴 미진한 숨결이 발각되어 베어낸 포장 안에 있던 나이브한 자신에 가까워지던 그에게 내리지 않을 것 같던 빗방울이 떨어지게 한다. 그는 그제서야 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데이비스는 그처럼 처음 만난 날의 그녀의 모습과 지금의 자신의 모습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사건들이 들어와 있어 자신을 내려놓지 못했음에 대한 징벌을 짧은 시간동안 겪는다. 슬픔으로 인한 가슴앓이보다 고통스럽게 슬픔에 대한 무감각과 슬픔에 대한 당위성에 부연된 의문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벌칙들은 기억의 피안이 생각보다 가까운 자신의 곁에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수많았던 포장을 벗겨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본모습은 애처롭게도 그에게서 멀어지지 않으려 하였으나 그는 무심결에 자신의 여러 표상들을 한데 모아 화려한 포장으로 덮어두었으며 잊혀졌던 안에 남은 감정과 기억들은 다시금 그에게 찾아와 그가 찾던 슬픔을 돌려준다. 

 아내를 사랑했던 만큼 슬퍼하고 싶었던 데이비스는 악인은 아니다. 싸구려 애도와 슬픔으로는 그가 부지불식간에 인식하고 있었던 삶의 가면만큼이나 쓸모없어서 묘비 앞에 바칠 수가 없었고, 대부분의 가진 것들을 내려놓은 결과 그는 새롭게 두 선물을 얻는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잃어버렸지만 그는 새 선물의 포장을 벗긴다. 아내에게 공감하고 슬퍼한다. 슬픔을 시작으로 다시금 감정을 얻는다. 감정을 얻었지만 쓸모없음을 깨닫는다. 지난했던 순간들을 바로 직시해내지만 소용없음도 깨닫는다. 상실의 절대성의 강력함을 인식하고 그걸 채워나가지 못한다. 파괴했던 집과, 분해했던 물건들을 조립해봐야 전과 같은 상태가 되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다. 영화 시작부터 파괴되어 있던 데이비스의 삶이 그 선물을 받은 때에 재조립이 완료되었는지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다. 명시적으로는 아내의 선물이긴 하지만 중도금마냥의 수월한 완성을 견인하는 선물로써, 자신이 스스로에게 준 선물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문득 밟은 오늘의 아침이 때로는 잘못 끄른 남의 선물 같은 때가 있다. 덜 닫힌 문 사이로 새어나오는 겨울 찬바람의 냄새처럼, 이 정도는 내버려둬도 괜찮겠지 하는 작은 방심에서 시작된 느린 환기는 결국 집 안의 공기를 모두 몰아내고야 만다. 하지만 내버려둬도 괜찮기도 하다. 그래 봐야 사람 사는 계절의 기온이다. 그리고 이건 이 영화의 기온이기도 하다.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운듯 하면서도 나른한 찬바람이 싫지만은 않을 딱 적당한 온도이다.

(제목은 marshmello – alone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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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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