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한예령] 어느 순간부터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좀비물만 찾아서 보는 마니아들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좀비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직 국내의 이야깃거리로 쓰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과 외국의 사실적이고 공포가 극대화된 수준 높은 좀비들에 눈이 맞추어진 관객과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금기를 영화 <부산행>이 깼다. 한국형 좀비물도 꽤 흥미롭고 사실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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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은 이야기의 사실성도 담고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좀비사태라는 소재를 가지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다. 영화 속의 뉴스에서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좀비로 변하는 상황을 폭력시위라고 말하는 정부가 나온다. 사태의 원인과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의 발표와 정부를 믿고 따라 달라는 무미건조한 이 말은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공포스러움을 전한다. 지금까지의 각종 사건사고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책임을 미루는 사이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 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해야 할 정부와 언론이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는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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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은 좀비들로 득실거리는 KTX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진희가 죽은 줄 알았던 친구 영국의 전화를 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몇몇 사람들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장면이 그렇다. 영국과 석우, 상화 등이 좀비들에게 쫓기며 진희가 있다는 칸의 문 앞까지 오지만 꽉 닫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영국과 석우 등에게 차가운 얼굴로 다른 칸으로 가라며 윽박지른다. 좀비가 득실거리는 칸을 넘어 온 그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의 생소함과 압박이 사람들을 변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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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사태라는 영화적 소재를 선택한 <부산행>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영화적이라고 못 박을 수 없다.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사람들이 의지할 데라곤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영화 속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은 충분히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섬뜩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부산행>의 흥행을 바라보면서 문득 문득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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