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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너무 서운하게 하는 거 아닙니까?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

홍진희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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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홍진희]나의 지난 인간관계에서의 사건들을 곱씹어 보자면 갈등은 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었다. 큰 사건으로 관계가 벌어지는 것보다 작은 일들에 마음이 상해 갈등의 불씨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어린 시절에야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서로 내가 맞다고 우기고 싸워댔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게 되자,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아온 만큼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상대방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행동한다는 건 자칫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몸으로 부딪치고 학습하고 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어른의 탈을 쓴 아이들을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우리 나이 많은 어린이 캡틴 같은 사람 말이다.

   
▲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 영화를 보고 주변에 캡틴이 잘했네, 아이언맨이 잘했네, 하며 토론이 오가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 저마다의 가치관이 다르니 누가 맞다고 결정지을 수 없지만 캡틴의 광팬인 나는 이번만큼은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그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다. 그의 끝없는 버키에 대한 애정은 이해하지만 그 애정을 바탕으로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만 고집하니 보고 있는 나는 갑갑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특히 자신의 실수로 무고한 인명피해를 낸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완다를 위로한답시고 저런 비난들을 다 새겨들으면 큰일을 할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캡틴의 발언은 정말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구나 싶었다. 게다가 어벤져스의 이러한 강대국 중심 사고에 피해를 보고 증오심을 갖게 된 소코비아 출신 완다가 캡틴의 발언에 아무런 항변조차 하지 않고 그의 편을 들기로 결정했다는 건 더 놀라웠다.

   
▲ 이번 영화에서 그는 이름값 제대로 한다.

물론 히어로 등록법에 싸인하고 싶지 않은 그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서 쉴드라는 조직의 붕괴를 경험한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막강한 파워를 가진 어벤져스가 자칫 오염된 조직에 속하게 된다면 오히려 인류 평화를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거대 기업의 오너이자 히어로로서 세상의 이목을 끄는 이력을 가진 아이언맨으로서는 약자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제 3국의 약자들의 공간을 파괴하고 인명피해를 낸다는 비난을 정의수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멘탈의 승리로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 둘 사이의 인간적인 감정을 빼면 그들 각자의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둘 사이의 갈등은 극을 향해 치닫고 결국 각 진영끼리의 패싸움까지 일어나지만 아이언맨은 이 사건의 의문점을 가지고 제모 남작의 음모를 파헤친다. 이는 캡틴의 행동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아이언맨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며 사과까지 하는 더욱 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며 캡틴과의 우정을 이어나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캡틴은 버키에게 푹 빠져 있었다. 자신이 캡틴이니까 당연히 옳다는 그의 판단 때문에 결국에 가서는 제모 남작의 계획이 성공하는데 일조를 한다. 말로는 토니를 위한다는 거였지만 그는 버키는 철썩 같이 믿어도 토니는 믿지 않았던 것이고, 이건 토니에게 분노를 낳아서 더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 이번 만큼은 캡틴보다 토니가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따지고 보면 캡틴 아메리카, 그도 인간이다. 얼굴이 엄청나게 동안인데다 잘생기고 힘이 센 평범하지 않은 노인이긴 하지만 그 역시 한 명의 흠 많은 인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보여줬던 캡틴의 융통성 없는 정의감 때문에 비록 갑갑하긴 해도 결국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결론을 낼 거라고 믿었던 기대에 대한 배반감 때문에 화가 난 걸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티격태격하긴 했어도 아이언맨 역시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인데 버키와 너무도 차별을 하니 나도 친구였다고 항변하는 아이언맨 때문에 마음이 짠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 캡틴은 버키와 토니를 너무 차별한다.

그러니까 결론은 캡틴에게 삐졌다 이거다. 결론이 이상하긴 하지만 화났다기 보다는 삐졌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거 같다. 함께 뉴욕과 새빛둥둥섬을 돌아다니며 활약하던 어제의 친구를 2차 대전 때 함께 뛰던 친구를 만났다고 내동댕이친 것이 참 섭섭하면서도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부모님의 원수인데 알았으면 귀띔이라도 해서 어느 날 갑자기 고아가 돼버린 토니 스타크를 달랠 시간이라도 가져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따지고 들고 싶긴 하다. 하지만 이미 일은 터졌고 다 큰 어른 둘이 치고 박고 싸우다 결국 우리 아빠가 준 방패 내놔, 라는 유치한 상황에까지 둘은 치 닿고 말았다.

   
▲ 자신이 맞다고 고집만 부리다가 결국 일이 커졌다.

마지막에 캡틴이 어느 정도 사과의 뜻을 표명했지만 난 아직도 그에게 서운하다. 수중감옥이 털려도 출동하지 않은 아이언맨을 보니 다시 방패도 돌려주고 결국엔 화해도 할 것 같지만 한 번 서운해진 마음은 분명 또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정말 눈 앞에 있다면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캡틴 아메리카, 사람 너무 서운하게 만들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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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희 기자
daluma@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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