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고 피우는 인생의 참 맛! 영화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2003]
남소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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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남달라]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알아 챌 겨를 도 없이 피곤함을 안고 잠자리에 들어버리는 허무한 하루와 같은 이 영화는 1986년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쇼(Saturday Night Show)’를 위해 만들어진 콩트 형식의 단편 ‘자네 여기 웬일인가?’에서 시작해 17년간 촬영한 11개의 단편을 엮어 옴니버스 프로젝트로 ‘커피와 담배’라는 영화로 재 탄생했다. 인디영화의 대가 ‘짐 자무쉬(Jim Jarmusch)’ 감독의 유쾌, 통쾌한 이 영화는 짧게 흩어지는 장면 속에 커피를 마시며 인생의 씁쓸함을 달래고, 담배를 피우며 고독을 날리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매력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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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 To Meet You, 자네 여기 웬일인가?
이미 중독의 상태를 보여주는 듯 손을 덜덜 떨며 진한 커피를 연신 들이키는 실업자 로베르토(Roberto Benigni)와 그와는 처음 만난 것 같은 스티븐(Steven Wright)이 만나 허름한 커피숍에 앉아 있다. 로베르토는 상대의 의사도 묻지 않고 스티븐의 커피에 설탕을 쏟아 붓고, 그의 이름을 헤어질 때 까지 스티브라고 잘못 부른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그 둘은 원인 모를 커피와 담배 예찬을 하고 그 안에서 싹튼 그들의 우정(?)은 스티븐의 치과 예약에 로베르토가 대신 가기로 하는 뜬금없는 약속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대화로 인한 소통의 부재 따위는 밀어둔 채 커피와 담배를 함께 마시고 피운 것 만으로도 그들만의 소통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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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in California, 캘리포니아 어딘가에서
음악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두 뮤지션, 이기 팝과 톰 웨이츠, 금연한 자신들의 의지력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며 담배를 못 끊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우린 그 동안 금연을 위해 인내해 왔으니 한 개피 쯤은 괜찮다며 핑계 김에 담뱃불을 붙인다. 자신의 금연 의지가 무너진 것에 대한 죄책감을 나눈 듯 동지애가 느껴질 때쯤 음악 이야기를 나누게 되며 서로에 대한 묘한 신경전이 벌이게 된다. 마치 처음부터 나는 너와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었어 라는 표정으로 이기는 자리를 뜬다. 혼자 남겨진 톰은 주변을 살피는 듯 하지만 이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그간의 불편한 긴장감을 담배 연기로 날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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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se Things’ll Kill Ya, 담배는 해로워
연인 사이에 흡연자가 있다면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일 것이다. ‘담배 좀 끊어’. 애초에 관심과 애정이 없는 관계에서는 나오기 힘든 말로 여기에 오래된 친구 인 비니와 조 역시 애증의 우정을 거침없는 어투로 표현한다. 도대체 이 나이가 되도록 담배 하나 끊지 못하는 의지박약의 친구가 한심한 듯 한 표정이다. 반대편에 앉아 커피만 마셔대는 조에게 비니는 카페인 중독자라며 같은 기호식품끼리 다를 것이 뭐냐며 퍼붓는다. 서로가 조금 더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마음이 담겨있지만 그 들 모두는 커피를, 담배를 끊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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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E, 르네
이미 적당한 색깔에, 적당한 온도에, 딱 좋았거든요.
누가 봐도 아름다운 그녀는 조용한 카페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잡지를 읽고 있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았던 이 시간은 카페 종업원에 의해 무너진다. 알맞은 온도를 위해 우유를 조금 붓고, 적당한 당도로 맞춰 놓은 커피에 무례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다시 커피를 들이 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분함을 유지하는 르네는또 다시 커피를 리필하기 위해 걸어오는 그를 보고 반사적으로 손바닥으로 커피 잔을 막아 선다. 그녀에게 달콤한 커피 한잔과도 같았을 그녀의 온전한 시간은 담배 한대를 다 태울 때 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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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sins, 사촌
유명 여배우인 케이트와 약간은 반항기 가득한 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은 그녀의 사촌 쉘리는 케이트가 묵고 있는 최고급 호텔의 카페에서 만난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과 그 반대에 서 있는 사람이 서로 친해지기란 하늘의 별 따기 처럼 어려운 일이다. 본능적으로, 아니 그 보다는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말해주는 괴리감과 이질감이 자연스러운 관계의 거리를 만들어 준다. 그 차이가 얼마나 나느냐에 따라 거리감은 더 멀어만 진다. 우아한 금발머리에 자신감이 잔뜩 묻어 있는 케이트의 곧은 자세가 쉘리의 눈에는 잘난 척으로 보일 뿐이고, 겉으로라도 유지하고 싶지만 이미 일그러져 가는 평정심을 이성으로 겨우 붙잡고 있다. 똑같이 커피를 마시고, 담배 한대를 나눠 피우지만 우리가 마시는 공기 자체는 다른 것이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누군가 한번쯤은 어느 쪽이었을 지 모를 둘 중 한 명의 상황에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이번 편에서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케이트와 쉘리의 1인 2역을 해 내며 2005년 Central Ohio Film Critics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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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No Problem (별일 없어)’, ‘Delirium (흥분)’ 등으로 이어지는 총 11편의 에피소드 안에 어떠한 기승전결이 담기지도 않았지만 공통의 장소 카페, 커피, 담배를 놓고 그들의 고독, 질투, 사랑, 경계, 우정 등이 담긴 모든 감정을 어떤 이는 허무한 듯 썰렁한 유머가 담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어떤 이는 솔직한 감정 기폭을 담배 연기에 가득 담아 뿜어내며 그들의 대화 자체 만으로도 관객의 흥미를 제대로 저격함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내로라하는 유명 배우들의 실명 그대로 출연해 연기하는 모습 또한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짐 자무시 감독과 모든 배우가 있는 그대로 이끌어 낸 감각적인 영상은 느긋한 주말 오후 옅은 커피 한잔을 마시며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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