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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흰 배는 파도에 일렁이고 있다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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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 사진출처 : Ninety9 Art Company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디아티스트매거진 = 송우람] 2016년 7월7일. 때마침 숫자 7이 두 번이나 들어가는 다분히 운명적인 날에, 필자가 가장 애정하는 7명의 여성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찾아왔다. 장혜림 안무자와 Ninety9 Art Company의 무용수들이 ‘제 22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되어 <심연>이라는 작품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 것이다. 심연이라는 작품은 ‘2016 크리틱스초이스’에서 최우수안무가 초청 공연으로 초연되었는데, 당시 괄목할만한 관객들의 환호를 얻은바 있다. 또한 현재 Ninety9 Art Company는 뜨거운 반응을 등에 업고 올해 2016 ‘SPAF’에서 또 한 번 관객과 마주할 예정이다. 참고로 이 단체에 많은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해두고 싶다.

<심연>은 가슴 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한국 고유 정서인 ‘한(恨)’에 대하여 이야기한 작품이며, 또한 이 슬퍼 응어리 진 ‘한(恨)’을 아름답고 독특한 몸짓으로서 ‘풀어’내는 시간을 가진 작품이다. 사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이 반영된 ‘한’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무용공연은 이미 무수히 많이 진행되어왔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추상의 영역에 있는 모호한 존재인 ‘한’은 <심연>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 미세하지만 강렬한 떨림을 주었다.

여타 작품처럼 지독하리만큼 섬세하고 철저한 계산에 의한 장면 전환이 아닌, 오롯이 흰 원형무대와 조명, 연주자들과 소리꾼, 그리고 무용수들과의 긴밀한 관계로 작품은 쌓여져갔다. 그렇게 쌓여져 흘러갔을 뿐이다. 물론 작품에 장면전환이나 연출적의도가 부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30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들의 마음은 철저하게 ‘계산’되어지는 것이 아닌, 오롯하게 ‘살아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 <심연> 사진출처 : Ninety9 Art Company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진중권 작가(책을 인용해야 하기 때문에 작가라 칭하겠다)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넘어선 ‘호모 코레아니쿠스’라는 개념으로 현 시대의 우리들을 지칭했다. 그를 통해 모든 일에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이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것과 동시에, 급속한 성장에 제쳐두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러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작품 <심연>을 바라보며 SNS만 보아도 아직도 맥락과는 무관하게 핵심만 간추려 놓은 카드뉴스, 서사는 중요하지 않은 드라마 속 하이라이트 30초, 상품의 장단점에 대한 자세한 비교/분석보다는 자극적인 사진 한 장과 글자들에 환호하는 우리가 떠올라 한참이나 입안이 씁쓸했다.

구태여 진중권 작가의 ‘호모 코레아니쿠스’를 인용하고자 함은 그만큼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빠르게 정확하게 알아듣길 원하는 우리들에게(심지어 필자조차도) 심연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춤 언어는 어째서 감동으로 다가온 것일까”라는 질문이다. 진중권 작가의 책을 구입해 정독을 권하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임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지금 논하고 있는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특정한 타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심연>을 관람하며 많은 사람들이 좌석을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로 보답하고,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모두 빨리 빨리 살아가지만, 분명 그와 동시에 빨리 빨리 병들어가고 있다.

<심연> 속 7명의 그녀들의 손에 들려 있던 하얀 종이배가 생각이 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하얀 배가 파도를 만나 휘청 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혹시나 넘어져 좌초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곳은 매번 잔바람에 찾아왔다가 어느새 부서질 파도가 아니다. 파도의 아래에서 소리 없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어둠이다. 그 어둠의 심연이다. 아무리 파도가 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그 곳을 이제는, 이제는 들여다보고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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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람
song1230@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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