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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는 진정 우리였던 적이 얼마나 될까. 영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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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리가 우리였는데? 대체 언제부터

[디아티스트매거진=유동하] 우리의 ‘우리 형성’ 과정은 까다롭다. 딱히 기준은 없지만, 당신과 나는 우리가 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이유에서 우리는 우리가 되지 못한다. 심지어 살아가면서 그 과정은 한층 까다로워진다. 삶의 체크리스트가 길어질수록 더욱이. 어찌어찌해서, 이것저것 다 고려해가며, 어렵게 만들어진 ‘우리’라는 것의 줏대는 또 쉽게도 흔들린다. 그게 문제다. 겨우 만들어놨더니, 어느새 또 부서져 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에는 어땠을까?  “어렸을 적엔 놀이터에만 나가면 모두가 친구였지.” 아니다. 이건 분명 지나치게 미화된 사실이다. 유년기마저도 순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인간성의 결여를 느끼지 않아도 되니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삶의 중심은 온통 관계에 쏠려있었다.

   
▲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선이와 지아

선이와 지아, 그리고 보라

방학이 시작되고, 따돌림을 당하던 선이는 우연히 전학생 지아를 만나게 된다. 공통점을 가진 둘은 그 방학이 온전히 둘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로의 상처가 내보여질 정도로, 가까워지게 된다. 각자의 상처들이 서로에게 드러날 때 그들의 사이는 어긋나는 듯 보이지만, 그건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의 일부분이었을 뿐이었다. 선이와 지아의 ‘우리‘는 그 상처들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완성되어갔다. 아니, 완성되었을 것이다, 보라를 마주치지만 않았더라면. 단 한 장면, 선이와 지아가 함께 보라를 마주치는 장면, 그 장면에서 그들이 쌓아놓은 관계는 일순간 사라져버린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정말이지 안타깝게도, 쉽게 깨져버렸다. 

답을 낼 수 없는 질문. “보라는 왜 그랬을까?”

단지 외로움이 많은 아이라기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보라는 미시권력이다. 권력에 대한 희열은 제 아래에 위치한 누군가를 짓밟을수록 점점 커져만 가는 법이다. 한 학급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의 보라의 행동은 ‘권력의 휘두름‘이라는 형태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선이와의 관계를 끊어버리기 위해 지아에게 호의적이었던 보라는 지아에게 1등 자리를 뺏기자, 지아마저도 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권력 내에 수그러진 선이와 지아는 그 권력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서로를 물고 뜯기 시작한다. 그들은 처음 ‘우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서로의 상처들을 보라에게 귀띔하는, 대결 아닌 대결을 시작한다. 대결이 심화될수록, 상처는 벌어지고 헐거워져만 갔다. 

이미 헐거워져 버린 그 상처들은 결코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치유될 수 없다. 오직 선이와 지아, 둘만이 서로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라는 놀림을 받고 온 선이가 아버지의 소주병을 깨부수며 나버린 상처를, 선이는 자신의 부모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한 집단 내부에서 나버린 상처를 외부에까지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설령 드러낸다 해도, 그 문제점의 근본은 절대 해결 불가능하다.

   
▲ 해맑게 웃는 동생 윤이

나, 그냥 놀고 싶은데

매일 같이 친구에게 맞고 오는 동생 윤이, 그런 동생에게 너는 왜 맞받아치지 않느냐며 꾸짖는 선이에 대해 윤이의 대답은 인상적이다.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충격적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법칙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당한 만큼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그다음 장면에서 선이는 자신의 손톱을 바라본다. 선이와 지아가 물들였던 봉숭아물, 그 위에 덮인 보라의 매니큐어. 그 매니큐어는 어느새 지워져 가고 있었다. 올바르지 못함을 경계하면서도 그 권력의 손을 어설프게나마 잡으려던 선이의 내면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심이 없는 감정은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더군다나, 그 감정으로 인해 자신이 추락하고 있다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매니큐어와 뒤섞여 있었으나, 그 아래엔 분명 봉숭아물이 남아있었다. 선이의 가슴 속에 지아는 아직 존재했다. 

결말 부분에서, 지아는 선이가 당했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왕따 행위를 당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이는 지아의 편에 서서 지아를 감싼다. 여기에 미시권력에 대한 대항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다. 다만, 선이가 지아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것,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다. 영화는 선이와 지아가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나란히 선 채로 끝이 난다. 그렇게, 절대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던 그들의 간극은 한 걸음씩 차근차근 좁혀질 것이다.  

   
▲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선이와 지아

그래서, 우리는?

이것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 반에 한두 명쯤 꼭 그런 애들이 있었지.’ 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각개의 미시권력들에 손을 뻗기 위해, 그 지독하지만 옅게 자리 잡은 악의 연대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의 진심은 관계의 중심에서 쉽게 멀어져 버린다. 어쩌면, 영화 속의 ‘우리들‘보다 우리는 더욱 엉켜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관계는 어느새 ’우리들’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어색해져 버린, 그저 시스템에 순응하기 위한 어떠한 수단으로써만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관계를 회복해야만 한다. 누군가의 뼈아픈 진실을 발판 삼는 것이 아닌, 진심을 통해 진실을 감싸주어야 한다. 구태여 진실을 밝힐 필요가 없다면. 지금 ‘우리가 우리였던 적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이 당신에게도 맴돌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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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
bugi9522@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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