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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 그 무경계에 관한 이야기 <베스트 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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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유동하] 각자 머릿속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건을 떠올려보자. 그 물건이 지금 당장 경매에 부쳐진다면, 당신은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겠는가?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 데에는 그리 큰 어려움이 따를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감정이 아닌 물건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감정, 그중에서도 사랑, 당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과 관련된 일련의 감정노동을 모두 경매에 부친다면, 당신은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그’ 또는 ‘그녀’를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 경매를 진행 중인 주인공 버질

당신의 사랑을 믿습니까?

정미경의 단편소설 <타인의 삶>에서는 오랜 연인마저도 일순간 완전히 ‘타자’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그린다. 이렇듯, 가장 가깝다고 여기던 사람조차 알 수 없는데, 과연 낯선 사람에게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걱정은 무의미하다. 사랑의 감정은 불규칙적이다. 짧은 찰나에도 금세 부풀어버린다. 이성의 감정을 오롯이 지니고 있어도 그 끈을 단숨에 끊어버리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다시 말해, 이 ‘사랑’이란 감정은 ‘그 사람에 대한 믿음’과는 전혀 상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값어치를 매기는 경매사, 버질

경매사는 어찌 보면 다소 모순적인 직업이다. 온통 감성 지향적인 작품들을 철저히 이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들의 값을 매긴다. 그래서일까. ‘이성’을 동경하나, 실은 감성으로 둘러싸인 버질에게 이는 천직인 것처럼 보인다. 그가 가진 감성의 몽우리를 감추기 위해, 그는 자신에게 단단한 페르소나를 씌운 채로 다른 이들을 모두 의심하려 한다. 그리고 아마 그는 스스로 생각했을 것이다. ‘울타리 내부에 존재하는 자신만의 세계는 무엇보다도 견고하다’고. 

하나, 단 한 번의 다가섬으로 충분할 정도로, 그의 울타리는 물러터진 상태였다. 아무런 연이 없던 골동품 가게 주인에게, 또는 처음 보는 여인에게, 마음을 내보이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의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 너무나도 약했기에, 그가 오랜 기간 꼭꼭 숨겨놓았던 그의 몽우리는 그녀를 향해 시나브로 개화(開花)를 시작한다. 처음부터, 그는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가진 클레어에 강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그 감정은 불가해한 그녀의 처지에 대한 동정심으로, 동정심에서 사랑으로, 점차 번져나갔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온전히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 그와 같은, ‘고귀한’ 외로움을 가진 그녀, 클레어에게.

   
▲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녀, 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어느 정도인가?

사랑에는 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 따르는 값도 매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값지고 빛나는 것이 사랑이다. 버질은 자신의 사랑을 무언가와 비교하지 않는다. 비록 그의 인생이 한순간에 추락했음에도 그는 그녀를, 그의 사랑을 탓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의 사랑에 대한 속성조차 궁금해하지 않는다. 위조 작품에도 진품의 미덕이 숨어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에 대한 그녀의 가짜 사랑 안에서도 그는 행복을 느꼈다. 그걸로 됐다. 그는 오직 자신의 사랑만이 중요했다. 

돌아올 것이란 그녀의 말을 마지막 순간까지 믿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그는 끝까지 그녀를 놓지 않았다. 시계가 가득한 카페에서, 그러니까 시간이 무자비하게 흐르는 그곳에서, 그는 시간을 배제한 상태로 하릴없이 그녀를 기다렸다. 버질은 실연한 것이 아니었다. 삶의 밑바닥에 내려가, 그녀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그와 그녀의 교감을 되새기며, 찰나의 행복이 영원할 것처럼.

   
▲ 시계가 가득한 카페에 앉아 클레어를 기다리는 버질

삶에 사랑이 스며들도록

이 영화를 그저 한 여자로 인해 파멸한 남자의 이야기로 본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표면적으로 그의 인생은 단숨에 무너져버렸으나, 궁극적으로 그는 자신의 사랑을 피워낼 수 있었다. 다만, 그의 삶, 그가 삶을 살아가던 방식이 좋지 않은 결말을 가져왔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일찍이 마음을 열었더라면, 미리 교감했더라면, 버질은 그리 멍청한 사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멍청했다는 것이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모 영화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된 사랑은 없다. 단지 그는 그의 제동장치를 너무나도 늦게 풀어버렸을 뿐이었다. 그건 분명 ‘멍청한’ 짓이었다.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를 재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이라는 단순한 감정을 복잡하게 꼬아놓지는 않았는지. 혹은 다른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사랑을 애써 배제하려는 것은 아닌지. 삶과 사랑, 그 둘의 사이는 ‘무경계’다. 사랑은 영원한 억제가 불가능한 감정이다. 버티고 버티다, 언젠가는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뒤늦게, 때아닌 폭발을 겪지 않으려면, 지금까지의 인생에 걸어놓았던 브레이크를 얼른 풀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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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
bugi9522@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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