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Disassembly required in life. End가 아닌 And를 위해 과거를 부수다. 영화<데몰리션>
은서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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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만 25년을 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산다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란 것이다. 삶이란 녀석은 얄궂은 구석이 있어서 여러 번 변화구를 던지기 마련이다. 즉, 사는 한 내 능력을 벗어나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언제고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때때로 찾아오는 불청객은 우리를 꽤 당황케 한다. 그것이 당황스러움으로 끝나는 일이면 다행이겠지만 때론 우리를 비탄에 잠기게 하거나 심지어는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가버리기도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다채로웠던 세상이 오늘은 모노크롬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행복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어디에선가 삶은 ‘이게 바로 인생이야(That’s the life it is)’라고 속삭인다. 그럼 우린 이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다. 난 잘못한 것이 없는데, 내 잘못도 아닌데 난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오는 13일 개봉하는 장 마크 발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 연출) 감독의 영화 ‘데몰리션’(Demolition ‘폭파’,’파괴’를 의미) 은 이렇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들의 ‘삶’이란 녀석에 대해 다룬다. 그가 말하는 ‘삶’이란 어떤지 한번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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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데몰리션> 스틸이미지 | ||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오프닝을 여는 영화 ‘데몰리션’은 한순간의 사고로 인해 사랑스러운 아내 ‘줄리아’를 잃게 된 주인공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 役)의 심적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가 중환자실에서 깨어나 처음 들은 소리는 ‘그녀는 죽었어(She’s gone)’였다. 같이 사고를 당했고 난 별다른 상처 하나 없는데 그녀는 저세상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렇게 힘없이 일어나 그는 자판기로 향하였고 돈은 먹고 물건은 뱉지 않자 그는 후에 고객센터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줄리아’의 장례식 날 홀로 빈방에 갇혀서 말이다.
그는 태연한 척 행동했다. 주위 사람들 앞에서 눈물 하나 보이지 않았고 회사에 나가 일도 하고 거래도 따냈다. 그리고 그는 화장실 거울 앞에서 홀로 울었다. 어찌 미래를 약속한 아내를 여의었는데 괜찮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이런 절망적이고 혼란스러운 심경을 일면식 없는 낯선 이에게 모두 토해냈다. 그저 ‘당신네 자판기가 내 돈만 먹었어요. 변상하셔야죠?’ 라고만 쓰면 될 것을 구구절절 써 내려갔다. 내가 왜 그때 중환자실에 있었으며 그때로부터 십분 전에 난 아내를 잃었으며 그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처음에 어떻게 만났으며 하는 얘기 말이다. 가끔은 내 처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주위 사람보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픈 때가 있잖은가?
‘데이비스’는 그렇게 편지를 네 통이나 보냈고 이는 고객센터 직원인 ‘캐런'(나오미 와츠 役)’의 맘을 확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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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데몰리션> 스틸이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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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데몰리션> 스틸이미지 | ||
한 회사에서 일하는 장인어른은 자신처럼 힘들어할 사위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려면 외부에서 봐선 알 수 없어.
하나하나 다 뜯어내봐야 해.
그래야 어딜 손봐야 하는지 알 수 있는거야.”
그는 이 말을 듣고 아내가 전부터 말썽이라고 하던 집의 냉장고를 시작으로 회사 화장실, 사무실 컴퓨터 등을 전부 분해해버렸고 회사 사람들은 그가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라고 수군거렸고 장인어른은 회사를 쉴 것을 권했다. ‘데이비스’는 이렇게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분해하고 급기야 부숴버렸다. 이는 실은 자신 안에 자리하고 있던 사랑하는 아내’줄리아’가 떠남으로써 불완전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자신을 뜯어보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것이었으리라.
그는 회사를 쉬는 동안 ‘캐런’과 그의 아들과 지내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줄리아’생각에 괴로웠지만 그는 받아들였다. ‘줄리아’는 돌아오지 않지만 난 이곳에 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그는 과거의 환영 같은 신혼집을 손수 부숴버렸다. 헌집을 부숴야 새집을 맞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그는 현실을, 삶을, 아직 할 일이 있고 살 날이 남은 자신의 삶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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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데몰리션> 스틸이미지 | ||
더 오래 살수록 산다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어찌 삶은 내 의지를 비켜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영화의 엔딩곡 ‘Half moon run’의 ‘Warmest regards’처럼 그럴 때일수록 인생의 밝은 면을 보고 새로운 삶을 살고픈데 또 자신은 없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그런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런 때에는 자신에게 시간을 주기를. 숨을 고르고 이 영화 포스터의 카피처럼 하나하나 인생을 찬찬히 뜯어보기를. 그렇게 걷어내야 할 것을 걷어내고 나면 ‘데이비스’처럼 과거란 ‘헌 집’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삶은 당신에게 ‘새 집’을 줄 것이다. 근사하지 않은가?
아,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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