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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대체 뭐길래,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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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디아티스트매거진=한소리]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여행길에 오른 셰이엔은 15살 때 아버지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했고, 그때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어릴 때 내린 결론은 무르기 힘들다’는 그의 말처럼 아버지에 대한 셰이엔의 생각은 30년 동안 지속되었다. 30년 동안 아버지와 연락 한 통 하지 않았고, 항상 짙은 화장과 덥수룩한 머리로 어딜 가든 캐리어를 끌고 다녔다. ‘과거’를 떨쳐버리지 못한 채 계속 짊어지며 살고 있다 해도 무관하다.

덧붙여 셰이엔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한 때 팝스타로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우울한 노래들로 많은 돈을 번 셰이엔, 그는 자신의 노래들이 나약했던 두 명을 자살로까지 내몰았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컸다. 이런 죄책감을 가라앉히고자 매주 그들의 무덤을 찾지만 죄책감은 더 커지기만 한다.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이는 모두 셰이엔 스스로가 말했듯이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아이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셈이다. 아버지를 향한 미움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죄책감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일하게 담배에 유혹을 느끼지 못하는 어린 아이’처럼 그는 과거 속에 갇혀 살았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과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여행’이다. 물가 앞에서 레이첼에게 ‘두려워도 한 번쯤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순간을 선택해야한다’, 본인에게 그런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 전하던 그의 말을 봤을 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나선 여행이 셰이엔에게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여행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테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바로 여행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셰이엔에게 자꾸만 일어난다. 아버지가 끝내지 못한 복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떠난 여행길이지만 생각보다 그 여행길에서 얻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셰이엔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진다.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눈치 챘듯이 엔딩장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냐고 말하고 싶다. 공항에서 처음으로 담배를 입에 문 셰이엔, 깔끔해진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 그리고 빈손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셰이엔이 등장한다. 그의 진정한 모습을 감추던 화장과 덥수룩한 머리, 죄책감을 대신하듯 언제나 함께했던 캐리어는 사라졌다.

셰이엔은 그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또한 그런 셰이엔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한 번 보면 그것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를 본 뒤에 각자 기억에 남는 장면을 되짚어 보면서 의미를 찾는 것이 좋겠다.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 영화가 우리의 인생을 여러 각도에서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인 것처럼 인생 또한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니까.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에 담긴 ‘인생’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주인공 셰이엔처럼 과거에 갇혀 현재가 권태롭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차가 정말 맛있네요.”라는 셰이엔의 말에 “아니 형편없어. 잘 만들려고 늘 애쓰지만 전혀 나아지질 않아.”라고 외치던 알로이즈 랑의 부인의 말처럼 잘하려고 늘 노력하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감사할 줄 아는 게 제일 좋은 것’이라던 술집 문신남의 말처럼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역시 우리의 인생이다. 또한 셰이엔과 통화하던 메리가 ‘고통은 종착역이 아니래요. 사람들은 가끔 그냥 떠나나 봐요. 우리 오빠도 떠났고…….’라고 했듯이 메리에게 데스몬드가 다가온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있다면 메리의 오빠처럼 영문도 모른 채 홀연히 사라질 수 있는 것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같은 맥락으로 고통 역시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다.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허나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 모든 것은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느 사람이 됐든 간에 우리 인생의 일부이다. ‘인생의 일부’, 어딘가 많이 익숙하지 않냐고 묻고 싶다. 그렇다. 알로이즈 랑이 그녀의 손녀 레이첼이 12살 때 해주었던 말이다. 레이첼이 어른이 된 현재까지도 잊지 못하던 그 말. 알로이즈 랑의 말처럼 정말로 최고의 순간, 최악의 순간, 그리고 최고의 사람, 최악의 사람 모두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그렇다면 진정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계획과 다른 일이 일어나고 고통이 찾아오며, 감사할 순간이 생기는 것,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한편 홀연히 사라져 버릴 무언가도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멈춰있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 인생이다. 멈춰진 새들보다 날아가는 새들이, 넘실거리는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멈춰있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기에 아름답다. 우리가 하는 생각은 발전해서 말이 되고, 말은 행동으로, 행동은 습관이 된다. 그것이 우리를 과거에서 머무르게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인생’이라는 바다에 빠뜨린다. 그렇기에 어느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우리 모두의 인생은 전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잔잔하게 떠다니다가 거센 파도를 만나기도 하고, 폭풍우와 마주하기도 한다. 잔잔하다가도 거센 파도가 치는 것이 바다 아니겠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여름철, 물놀이를 하러 가서 생각보다 센 파도를 만나 물을 왕창 먹어도 우리는 마냥 웃는다. 바다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어린 시절에 ‘와 바다에서 물놀이하면 이러겠지?’하는 기대감은 나이를 먹어가며 ‘바다는 원래 그렇지! 그런 맛에 물놀이 하지’하는 생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이쯤에서 영화 속 명대사 하나를 소개한다.

우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을 이럴 거야’라고 말하는 나이에서

‘인생이 그런 거죠’라고 말하는 나이가 되어 간다는 거…….

영화 중반부, 뉴 멕시코 주 알라모고르도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셰이엔이 도착했다. 그런 셰이엔을 향해 ‘31번 손님’을 외치던 여점원이 있었다. 레이첼이다. 그녀에게 셰이엔은 ‘뭐가 문제인지 아냐’며 위와 같은 말을 전한다. “우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을 이럴 거야’라고 말하는 나이에서 ‘인생이 그런 거죠’라고 말하는 나이가 되어 간다는 거…….” 이것이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의 핵심일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 인생의 핵심이기도 하다.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계획을 세운다. 방금 수능을 마친-19살의 끝자락에 있는-학생들이 ‘20살이 되면…….’이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성인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듯이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 한 편도 소개하고자 한다. 류시화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82쪽에 실린 시이다.

‘인생의 계획’

난 인생의 계획을 세웠다.

청춘의 희망으로 가득한 새벽빛 속에서

난 오직 행복한 시간들만을 꿈꾸었다.

내 계획서엔

화창한 날들만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수평선엔 구름 한 점 없었으며

폭풍은 신께서 미리 알려 주시리라 믿었다,

슬픔을 위한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 계획서에다

난 그런 것들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고통과 상실의 아픔이

길 저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난 내다볼 수 없었다.

내 계획서는 오직 성공을 위한 것이었으며

어떤 수첩에도 실패를 위한 페이지는 없었다.

손실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았다.

난 오직 얻을 것만 계획했다.

비록 예기치 않은 비가 뿌릴지라도

곧 무지개가 뜰 거라고 난 믿었다.

인생이 내 계획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난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인생은 나를 위해 또다른 계획서를 써 놓았다.

현명하게도 그것은

나한테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내가 경솔함을 깨닫고

더 많은 걸 배울 필요가 있을 때까지.

이제 인생의 저무는 황혼 속에 앉아

난 안다, 인생이 얼마나 지혜롭게

나를 위한 계획서를 만들었나를.

그리고 이제 난 안다.

그 또다른 계획서가

나에게는 최상의 것이었음을.

-글래디 로울러(63세)-

위 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인생의 계획을 세울 때는 행복한 시간들만 가득 꿈꾸게 되는 것 같다. 고통과 상실의 아픔, 슬픔, 실패, 손실과 같은 것들은 계획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깨달으면, 우리는 영화 속 레이첼처럼 말한다. “인생이 원래 다 그런 거잖아요.” 현실에 체념하고 만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뭔가 이상하게 꼬였다. 무언가 이상하긴 한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한 마디로 정리한다. “인생은 원래 다 그런 거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이는 영화 속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영화 초반 마리와 셰이엔이 함께 한 카페에 데스몬드가 등장한다. 마리에게 관심이 있다는 데스몬드를 셰이엔이 도와주려 나서지만, 안타깝게도 둘은 쿵짝이 맞지 않는다. 결국 마리의 관심을 얻어내는데 실패한 데스몬드는 그녀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그리곤 셰이엔이 마리를 향해 말한다. “뭔가 잘못 됐어.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상해.”

또한 과거 아버지에게 모욕감을 준 ‘알로이즈 랑’과 마주한 셰이엔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셰이엔은 정작 그를 죽이기 위해 챙겨간 권총은 사용하지 않고 알로이즈 랑을 발가벗은 채 집밖으로 나가게 한다. 그러곤 차에 타며 말한다. “여기 뭔가 이상해요.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이상해.” 생각, 계획,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 아닐까.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어느 날 갑자기 흔하지 않은 일이 우리를 반길 수 있다. 영화에서 나오던 것처럼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일어나는 일’말이다. 음료수를 마시려고 할 때 그 컵 안으로 누군가가 친 탁구공이 퐁당 빠져버린다든가, 운전석을 비운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앉아 있다든가, 자동차 엔진 오일을 과하게 넣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차에 불이 붙어버린다든가, 여행길에 우연히 캐리어를 발명한 장본인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실망하거나 혹은 기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도 시간이 흐르면 어느덧 그러한 일들을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일어나는 일’이라 여기고 ‘인생이 원래 다 이런 거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올 것이다. 불에 타는 자동차 앞에서 셰이엔에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일어나는 일이지’라고 말하던 어느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영화 속 셰이엔이 느꼈던 죄책감, 아버지와 연락을 끊은 것에 대한 후회, 이 모든 것은 셰이엔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죄책감을 느꼈고, 아버지의 사랑을 늦었지만 깨달았고, 충분히 후회하고 반성했다면 다시 일어나야 한다. 진정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 제 일을 해야 한다.

‘This must be the place’, 이 영화의 주제곡이자 원제이다. 여행 중 몽골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셰이엔의 자동차 조수석에 떡 하니 앉아 있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 남자는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내려 무작정 걸어 나간다. 정장을 차려입은 그가 진정으로 머물고 싶었던 곳은 자연이 아니었을까. 또한 박제되어 있던 소, 그 소가 있어야 할 곳도 사실은 어느 집의 벽난로도 아니다.

   
▲ 네이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그 소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셰이엔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우리 각자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곳에서 눈동자를 반짝이며 가슴 뛰고 있을 것인가 고민해보자. 마지막으로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글을 인용한다.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이 옳다. 그러니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자. 내 스스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꼭 그만큼만 내 죽음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산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는 영화 속 알로이즈 랑이 레이첼에게 말했듯 ‘인생의 일부’이다. 인생의 전부일 수는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계속해서 고민해야겠다. 확실히 이 고민은 끝이 없고 힘들 것이다. 그러니 만약 힘들면 버티지 말고 지자. 마음껏 실수하자. 현재는 불완전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완전해질 것이다. 고통도 기쁨도 영원한 것이 아니니 포기하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인생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며 우리는 계속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부디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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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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