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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길티 플레져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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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메인 포스터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199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전 세계의 독립기념일이 된 날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외계인들이 다시 지구를 침공했다. 대륙 하나만한 크기의 거대한 우주선이 지구를 덮치고, 지구에 구멍을 뚫어 지구의 핵을 자신들의 연료로 쓰려고 시도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20년 전 외계인을 물리친 데이빗(제프 골드브럼)이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결국 외계인의 우주선에 대한 총 공격을 하고, 전투기 조종사인 제이크(리암 햄스워스)와 딜런(제시 어셔)등이 출동해 전투를 벌인다.

20년 만에 나온 속편인 만큼 더 커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영화의 스케일은 요약하자면 이렇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빌딩과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트윈타워를 뽑아서 런던에다 꽂아버리는 스케일을 선보인다. 말 그대로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한다. 거대한 우주선 한 대는 미국, 파리, 중국 등등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보일 정도이다. 제이크와 딜런을 비롯한 전투기들과 외계인들의 전투기 부대가 공중전을 벌이는 장면은 <스타 워즈>나 <스타 트렉>을 연상시킨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지구를 배경으로 얼마나 스케일이 큰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얼마나 지구를 잘 부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같다.

   
▲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스틸컷

외계인 전함의 잔해를 통해 20년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는 설정은 영화 속에서 꽤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외계 기술을 통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달을 비롯한 태양계에 방어기지를 세우는 등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납득이 간다. 20년의 간극을 극중 대사와 영화 속 도구들(발전된 전투기, 달의 기지, 새로 지어진 백악관의 모습)등으로 쏠쏠히 채워주기 때문이다. 또한 비중이 커진 중국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당연히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안젤라 베이비 등의 중화권 배우들을 기용한 측면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중국의 비중이 커진 것은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영상이 진보했을 뿐 스토리와 캐릭터, 대사와 유머는 1996년의 속편을 그대로 재현한 듯하다. 전체적인 플롯 구조는 1편의 재탕이고, 여전히 미국 대통령은 세계 대통령 행세를 한다. 윌 스미스처럼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업 시켜주는 캐릭터의 부재도 아쉽다. 1편에도 나왔던 캐릭터들은 “랜드마크는 모조리 파괴하네.”같은 시시껄렁한 농담들을 위기의 순간에 뱉어댄다. 특히 오쿤 박사(브렌트 스피너)와 동료 박사의 개드립 향연은 참기 힘들 정도였다. 새로 투입된 제이크와 딜런은 하이틴 영화의 마초 남자 주인공처럼 행동하고, 마이카 먼로가 연기한 페트리샤는 단지 기능적으로 소비된다. 구색 맞추기 느낌인 안젤라 베이비의 레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쓸데없이 속편을 셋업하고 있다. 우린 <인디펜던스 데이>가 <스타 워즈>나 <스타 트렉>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스틸컷

게다가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도 사람들의 표정에서 공포와 슬픔, 절망감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이번 영화의 가장 큰 결점이다. 특히 데이빗의 아버지가 만나게 되는 10대들은 자신의 남자친구, 부모님 등을 잃었지만 전혀 슬퍼 보이지 않는다. 속수무책의 거대한 재난 앞에서도 도망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만 공포가 느껴질 뿐, 주인공들과 엑스트라들의 표정에선 재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처음 거대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할 때의 여파로 주요인물들의 친인척들이 죽어나가는데도 감정적인 변화가 없다시피 하다. 배우들의 연기의 문제라기 보단 각본과 연출의 문제로 보인다.

대사의 표현들이 9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아쉽다. 여전히 할리우드에 만연한 미소지니적 대사들은 그렇다 쳐도, 나름 대통령 직책의 캐릭터가 인종을 color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20년 동안 영화의 비주얼적인 완성도와 지구를 갈아엎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열중한 나머지 트렌드를 놓쳐 버린 것일까? 아니 트렌드라기 보단 사회적인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에 대단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크게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사실 스토리의 유치함이나 어딘가 아쉬운 캐릭터들은 영화의 액션과 비주얼과 상쇄되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소할 수도 있는 부분들이 걸리는 것은 많이 아쉽다.

   
▲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스틸컷

그럼에도 대화면(천호 IMAX)으로 즐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올해의 길티 플레져 영화(못 만든 영화지만 재밌게 본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재난영화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에머리히 감독의 <2012>와 <투모로우>는 정말 좋아한다), 이번 영화의 스케일이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봤다. 전편만큼 충격적이진 않지만 팝콘무비로써 이보다 더 적격인 영화가 있을까? 미국의 리뷰 매체 IGN은 이 영화를 두고 크고, 멍청하고, 재미있는 영화(big, dumb, fun movie)라고 평했다. <스톤월>로 잠시 외도했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다시 파괴지왕의 자리로 복귀했다. 그냥 생각 없이 즐기다. 팝콘도 씹고 콜라도 홀짝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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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dsp9596@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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