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을 품은 장인정신
[디아티스트매거진=강태욱] 사진기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나타나는 병이 하나 있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진지병’이 바로 그것이다. 경험이 쌓이고, 더 정교한 기술을 쓰는 것이 가능해지면 퀄리티에 대한 욕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사진을 찍을 때 고집으로 찐득하게 농축된 장인정신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칼럼의 초반에 ‘진지병’이라 명명한 것을 통해 짐작하겠지만, 때로는 진지한 것이 독이되는 때가 많다. 특히 그 진지함의 독성이 극에 달하는 때는 ‘평범한 것’을 찍을 때이다.
#2. 썩어도 준치
준치는 썩어도 값어치가 있지만 ‘흔한 사진’은 싱싱해도 봐주는 이가 없다. 휴일에 바다로 놀러가면 볼 수 있는 일관된 풍경이 있다. 사진에 열정(?)을 지닌 나이 지긋한 분들이 단체로 삼각대를 펼쳐놓고 일출이나 일몰을 찍는 모습 말이다. 물론 그 부지런함과 집중력을 높이 사고 있으나, 결과물을 높이 사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실력 부족’ 보다는 ‘차별화의 실패’에서 그 패인을 분석하는 것이 이성적이다. 솔직히 일출, 일몰 사진이 얼마나 차별화될 수 있겠는가? 물론 요세미티 국립공원 같은 곳에서 찍는 일출은 다르겠지만, 평소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지리적 한계에서는 ‘의미있는’ 일출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힘들다. 결국 삼각대를 설치하고, 측광을 면밀히 하고, 초점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행위들이 ‘집중력 키우기 학습’ 이상의 것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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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몰, 2016년 6월, 작가 : 강태욱 (본인) | ||
위 사진은 영종도의 일몰을 찍은 사진이다. ND필터를 이용하여 렌즈를 반 정도 가리고 셔터를 눌렀다. 필터 끝의 아웃포커싱 덕분에 마치 노을이 하늘을 어둠으로 채우는 느낌을 주고 있다. 사실 일반적인 일몰 사진의 핵심은 태양의 적정노출, 주변 하늘의 구름 및 색의 구성, 주변 환경의 구도적 보완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칼럼 초반에 밝혔듯 그러한 노력은 촬영에 들인 힘에 비해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저 사진의 컨셉은 대단할 것이 없다. ND필터의 특성인 ‘감광’을 부분적으로 이용하여 콘트라스트를 극대화하고, 주인공이어야 할 태양을 조연으로 강등시킨 것 뿐이다. 필터는 꼭 렌즈에 끼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부분적인 필터효과를 주기 위해 렌즈 앞에 덧대는 사각 필터를 쓰는 포토그래퍼들도 많다. 어쨋든 핵심은 남들도 다 찍는 구도에서 퀄리티 승부를 보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일 뿐이다. 한번에 눈을 사로잡는 아이디어로 승부하자.
#3. 가볍게 찍어보자
내가 찍는 모든 사진이 작품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때로는 재미로 찍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진지한 사진만 찍다가는 결국 사진에 흥미를 잃게 될것이다. 마음대로 상상하고, 마음대로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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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 팬던트, 2016년 6월, 작가 : 강태욱 (본인) | ||
전깃줄과 달을 겹쳐 찍어 팬던트처럼 표현해 본 사진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찍은 사진이지만 신선하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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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몰, 2016년 6월, 작가 : 강태욱 (본인) | ||
ND필터를 끼우고 찍은 일몰 사진이다. 일몰이라는 단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찍어본 사진이다. 큰 의미는 없지만 충분히 스토리텔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이미지가 나왔다.
#4. FIN.
사진을 찍다보면 사람이 진지해지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을 더욱 정교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사실 사진을 찍는 재미 중 하나가 숙련된 기술을 이용하여 작업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너무 빠지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사진을 전업으로 할 수도 있고, 취미로 즐길 수도 있지만 결국 본질적인 부분은 사진을 찍을 때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그 힘든 과정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재미있는 사진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가방을 가득 채운 장비들을 내려놓고 장난을 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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