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아가씨>가 불편한 이유 고찰:나는 박찬욱의 상업영화를 반대한다.

신동혁 기자 조회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디아티스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디아티스트매거진=신동혁] 영화는 흔히 수사학적 매체라고 한다.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를 얼마나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가가 작품에 대한 평가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아가씨>는 조금 애매하다. 아마 작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바로 이 애매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가씨>의 기본 정서는 ‘사랑’이다. 그것도 동성애다. 자칫 엄숙주의의 위험이 빠질 수 있는 동성애 코드를 영화는 교묘히 빗겨간다. 의도적으로 정체성의 혼동이나 난해한 사랑의 과정을 소묘하지 않는다. ‘동성애나 이성애나 똑같은 사랑’이라고 주장했던 박찬욱 감독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연출이다. 그러나 이 연출로 영화 속 사랑은 당위성을 상당히 잃는다.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의 옷과 재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백작(하정우)과 공조한 하녀 숙희(김태리)는 어려서부터 안락한 삶에 목마르다. 가난하고 지질하게 살았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마지막 작전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런 숙희가 아가씨를 처음보고 내뱉는 속말은 의외다. ‘예쁘면 예쁘다고 말을 해줬어야 하는 거 아냐?’ 평생을 가난 탈출에 목숨을 걸었던 숙희는 모든 걸 내던질만큼 강렬한 사랑에 빠져든다.

   
 

이 대목에서 드는 의문은 숙희가 히데코에게 느끼는 사랑의 이유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건 ‘모성’이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아이들에게 모성을 느끼던 숙희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이모부(조진웅)에게 핍박받는 삶을 사는 아가씨에게 동정을 느낀 건 그럴듯하다. 하지만 한 끼니를 떼우기 위해 갓난쟁이를 팔곤 했던 숙희는 명백히 동정보다 이기심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성은 사랑의 이유로 딱히 설득력이 없다. 그게 아니라면 어려서 부모를 잃은 이들 간의 유대가 끈끈한 애정의 시발점일까? 단 하나의 공통점으로 애틋함을 느끼기에 히데코와 숙희 간 계급, 국적, 물질, 성적 한계는 너무도 괴리가 크다. 이제 남은 건 딱 하나다. 아주 옛날부터 들어왔던 “사랑은 다 그래!”하는 멜로적 상상력. 모든 한계를 뛰어 넘는 논리가 오직 감정뿐이라는 건 꽤 게으르다.

영화 전반의 정서가 당위를 잃자 3부 구성의 입체적 스토리도 짜임새를 잃는다. 숙희의 시선을 그린 1부와 히데코의 생각으로 흘러가는 2부, 모든 것이 합쳐지는 3부까지 의문점을 남기지 않고 흘러가는 이야기 구성은 철저히 ‘남성의 세계에서 도주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는다. 극 초반, 히데코는 춘화집과 낭독회로 상징되는 남성의 굴레에 갇혀있다.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정서적 공감과 위로를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아가씨>에선 섬세하지 못하고 게으른 감정 소묘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이 방향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이 작품은 압도적 영상미를 활용해 남성이 철저히 배제된 두 여성 간의 베드신을 과시하며 여성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시도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세계는 남성적 시각에 매몰돼 버린다.

   
 

사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란 사실로 <아가씨>에서 <캐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베드신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눈빛을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아가씨>의 베드신에서 애틋한 감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히데코가 벗어나려 몸부림쳤던 춘화집의 재현에 가깝다. 이로써 영화 속 세계의 방관자였던 관객은 남성적 시선의 주체로 변화한다.

히데코의 자유는 좌절되고, 그들의 자유로운 걸음은 오직 스크린이란 사각 틀에 갇힐 뿐이다. 여성 해방의 한계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엔딩신에 둘 만의 공간으로 향하는 히데코와 숙희가 나누는 끈끈한 섹스가 괜히 편하진 않다. 이모부의 학대 도구였던 한 쌍의 구슬이 쾌락성의 도구로 변화하지만 이 감상에 일순 흥분감을 느꼈던 나 스스로 학대의 가해자가 된 듯 불편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결말부, “그래도 자지는 지키고 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던 백작의 퀘퀘한 말과 햇살 가득한 여성의 도주를 대치한다. 2시간 동안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한 메시지를 단 몇 컷으로 간단히 정리하는 영리함. 마지막 해답지처럼 답을 선물해 극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로 하여금 ‘좋은 영화였다’는 심상을 심는다. 박찬욱 감독이 “그 동안 영화 중 가장 상업적이고 명쾌한 영화”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런 탓일까? 물론 영화 속 인상적인 미장센과 배우들의 연기력은 훌륭하지만 <친절한 금자씨> <박쥐>에서 그토록 촘촘히 쌓았던 문제풀이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남는다.

관련 기사

author-img
신동혁 기자
ziziyazizi@theartist.co.kr

댓글0

300

댓글0

[칼럼] 랭킹 뉴스

  • 당신의 관념을 인버전할 테넷
  • 세계로 나아간 한국영화 Choice 5
  • 2019년 한국영화계 키워드 Choice 5
  • 제40회 청룡영화상 주요 부분 수상 예상 Choice 5 (인물 부문)
  • 여성이 주도한 한국영화 Choice 5
  • 나는 사물이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공유하기

[cosmosfarm_share_buttons url="https://theartist.co.kr" title="디아티스트" align="cente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