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긴 여행의 동반자. 영화 <보이후드>, <미스 리틀 선샤인>

김성희 조회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디아티스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성희]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존재>라는 책에는 작가가 어릴적 아버지의 차를 타고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리던 이야기가 나온다.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즐거운 모임에 가던 그 때의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고, 여전히 그는 돌아서 가더라도 꼭 그 길을 지나간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아빠의 차를 타고 온 가족이 산으로, 바다로 다녔다. 부모님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목적지로 가는 길에도 여기저기를 들리곤 했다. 그 당시엔 관심도 없는 것들을 위해 잠에서 깨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 귀찮아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창밖 풍경이 지루해질 때 쯤이면 동생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지금, 나에게도 그 시절 아빠의 차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던 추억이 남아있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혹은 혼자 여행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의 긴 여행에서 늘 함께 하는 건 ‘자동차’다. 때론 복작복작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나의 차가 아닌 차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동을 위해선 차라는 수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차는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 것이며, 그 자체로도 추억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 영화 <보이후드>, <미스 리틀 선샤인> 포스터

소년이 어른이 되어: 영화 <보이후드>

 <보이후드>는 여섯살 소년이 엷여덜 청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실제로 12년간 촬영한 이 놀라운 영화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시간의 조각들이 모인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작품이다. 메이슨이라는 한 소년의 12년을 다루며 그동안 일어난 많은 일을 담았지만, 제목을 <어덜트후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소년과 그의 누나를 키우기 위해 애쓰고, 사랑하고 상처 받았던 엄마 올리비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성장한 메이슨은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나가지만,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그녀의 삶은 이제 끝난 것 같다고 느끼는 올리비아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한편, 나름 아빠노릇을 하려고 애썼던 메이슨 주니어의 아빠 메이슨 시니어와 메이슨의 관계가 자동차를 통해 표현되는것도 인상적이었다.

   
▲ 영화 <보이후드> 주인공 메이슨의 변화

 메이슨의 엄마아빠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졌고, 이혼했다. 여섯살 메이슨은 알래스카로 떠나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되고, 가끔 아빠와 만나 시간을 보낸다. 메이슨의 아빠는 아직 철이 좀 덜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엄마는 가족을 위한 큰 차를 타고 매일 아이들을 싣고 다니는 반면, 그는 멋진 GTO 자동차를 타고 아이들을 만나러 온다. 좀 철이 없긴 해도, 아이들에겐 아빠가 ‘쿨 대디’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잔소리도 하고 아이들과 갈등도 겪어야 하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그저 가끔 만나서 맛있는 걸 사주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멋진 자동차는 쿨한 아빠를 만나러 가는 수단이자,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또한 메이슨에겐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빠는 10살의 메이슨에게 16번째 생일선물로 그 차를 준다고 약속했다. 스쳐가는 말이었지만 메이슨은 그 약속을 기억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아빠의 멋진 차를 물려받는 건, 동경하던 것을 얻는 동시에 ‘아빠의 것’을 물려받는다는 유대감을 의미했을 것이다. 메이슨 시니어- 메이슨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다져진 유대감 외의 또 다른 아빠와 아들만의 유대감 말이다.

 엄마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에도 메이슨의 아빠는 자신의 무언가를 찾아 다닌다. 그리고 그저 ‘쿨 대디’가 아닌 짧은 만남 속에서도 아이들을 많이 알아가는 아빠가 되려 하지만, 늘 함께 했던 엄마만큼 아이들을 알긴 힘들다. 

   
▲ 영화 <보이후드> 中 – 메이슨 아빠의 GTO 자동차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엄마 올리비아의 새로운 결혼으로 메이슨에겐 2명의 새로운 아빠들이 생기기도 하고, 여기저기 이사를 가기도 한다. 결코 성공적으로 끝나진 않았지만, 세번째 아빠에게 선물받은 카메라를 통해 포토그래퍼의 꿈을 키우게 됐을 정도로 메이슨의 인생엔 큰 영향을 준다. 메이슨의 아빠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만들어 아기까지 생겼다. 그리고 메이슨에게 준다고 했었던 GTO 자동차를 팔아 베이비시트를 놓을 수 있는 승합차를 산다. 메이슨과 약속했다는 사실조차도 잊은채 말이다.

 이는 아빠도 이제는 조금 철이 들어 자신의 가족에게 헌신을 하리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더 이상 아빠가 메이슨만의 쿨 대디가 아님을 의미하기도 한다. 메이슨의 어린시절이 담겨 있는 그 자동차는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것이 아니다. 셋이서 멋진 차를 타고 놀러 가는게 아닌, 온 가족이 승합차를 타고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잊은채 그 차를 팔아 새차를 샀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 순간은, 아빠에 대한 실망과 함께 이제 아빠도 새로운 삶, 새로운 가족이 있으며 이제는 그 사랑이 그 아기에게 좀 더 갈지도 모를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린시절의 그 유대감이 사라지는 동시에,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으로서 아빠와의 관계, 새로운 가족들과의 관계가 생기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과 그 속에서 관계의 변화를 차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 영화 <보이후드> 中- 자신의 트럭을 타고 떠나는 메이슨

 열여덟 메이슨은 이제 그가 가지리라 생각했었던 아빠의 멋진차가 아닌, 낡은 트럭을 타고 새로운 길을 떠난다. 조금 낡았지만 그 자신의 것이고, 그의 길에 당분간은 함께 할 것이다.

이런 가족이어도 괜찮아: <미스 리틀 선샤인>

   
▲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 평범하지 않은 가족

 여기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이 있다. 이상한 이론을 팔려고 애쓰며 성공에 집착하는 아빠, 그런 아빠를 경멸하는 엄마, 손녀에게 가르치기엔 이상한 것들을 가르치는 할아버지, 묵언수행을 하는 아들, 자살시도를 했던 삼촌, 그리고 너무나 귀여운 딸 올리브가 있다. 올리브는 전형적인 미인대회상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이지만, 미인대회를 갈망한다. 그리고 우연히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의 출전자격을 얻게 되고, 서로를 그닥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 가족들은 나름의 이유로 올리브의 미인대회 출전을 위한 여행에 몸을 싣는다.

 이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는 영화 내내 등장하는 노란색 폭스바겐 버스다. 비행기는 비싸고, 모든 가족을 태우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선택된 이 귀여운 버스는, 이 여행의 든든하지만은 않은 동반자이다. 얼마 가지 못해 고장나 온가족이 차를 밀며 가속도를 붙이고 한명씩 차안에 올라타는 힘겨운 방법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족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다같이 힘을 모아 차를 밀고, 모두 올라탔는지 서로 확인하고, 차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다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中- 여행의 든든하지 않은 동반자, 노란버스

 이 버스는 각 구성원들의 물리적 거리를 강제로 가깝게 만들기도 한다. 서로 그닥 편하진 않더라도 이동하는 동안엔 어쩔 수 없이 이 차에서 가족들과 함께 붙어 타고 있어야 한다. 이 노란 버스가 처음부터 투닥대던 이 가족들을 계속해서 한 공간 안에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올리브의 오빠는 자신이 색맹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로인해 꿈이었던 전투조종사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긴 묵언수행을 그만두기도 한다. 또 많은 일을 겪으며 도착한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는 올리브의 가치와 맞지 않는 곳임을 깨닫고 박차고 나온다. 그 와중에 죽은 할아버지의 시신을 병원에서 쟁탈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게 엉뚱하고, 그래서 더 유쾌한 이 영화속의 사건들엔 늘 노란버스가 함께한다.

   
▲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中- 좁은 버스 안에 함께 있어야만 하는 가족

 물론 이 여행은 처음 목적이었던 올리브의 미인대회 우승이라는 기쁨을 안겨주지 못했다. 또 많은 일을 함께 겪었다고 해서 이 가족이 더 없이 화목한 가족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버스라는 공간에서 함께 있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사건을 겪으며, 무언가를 ‘함께’ 겪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그들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점성이라곤 없어보였던 이 가족들이 아주 조금 더 끈끈해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자동차는 돈을 주고 사는 ‘물건’인 동시에 아주 작은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차를 타고, 또 어떤 길을 갈지 모르겠지만 그 공간에서, 그 물건이 데려다 주는 곳에서 좋은 추억들만을 쌓을 수 있었으면 한다.

관련 기사

author-img
김성희
ksh9193@theartist.co.kr

댓글0

300

댓글0

[칼럼] 랭킹 뉴스

  • 당신의 관념을 인버전할 테넷
  • 세계로 나아간 한국영화 Choice 5
  • 2019년 한국영화계 키워드 Choice 5
  • 제40회 청룡영화상 주요 부분 수상 예상 Choice 5 (인물 부문)
  • 여성이 주도한 한국영화 Choice 5
  • 나는 사물이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공유하기

[cosmosfarm_share_buttons url="https://theartist.co.kr" title="디아티스트" align="cente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