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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감당하기 힘든 세계

김정민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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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 = 김정민 칼럼니스트] <곡성>은 ‘불가해한 세계’, ‘혼란’을 가장 잘 구현해낸 영화이다. 이 영화는 끝내 관객의 마음에 ‘혼란에 의한 공포’ 혹은 ‘전율’을 깊숙이 심어준다. 이 영화를 보고 극장 밖을 나서며 자신이 방금 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곱씹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해하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방금 그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었단 말인가’, ‘대체 이유가 뭐란 말인가’ 끊임없이 곱씹게 된다. 문제는 각종 해석 프레임을 끌어오며 이런 수많은 의문들을 해석하려들지만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설명이 안 되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 <곡성> 포스터

 <곡성>은 완벽한 해석이 불가능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나홍진 감독이 원하는 것은 극 중 캐릭터들이 느끼는 혼란과 공포를 관객이 고스란히 느끼는 것이다. 극 중 캐릭터들이 느끼는 혼란과 공포는 기존의 해석 프레임으로는 도무지 해석이 불가능한 현상들에서 오는 공포다. 이것을 관객이 느끼게 만드려면 관객 역시 어떤 해석 프레임을 가져와도 해석이 힘들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애초에 완벽한 해석이 불가능한 정도로 단서들이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다.

 <곡성>은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을 언급하며 시작한다. 영화는 시작하기 전 관객에게 미리 일러뒀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사건이 발생할 텐데,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관객은 기어코 자신이 본 그 불가해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극 중 캐릭터나 관객이나 모든 인간은 어떤 것을 인식할 때 이해를 해야만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해석 프레임 밖의 현상이 발생해 이해를 하지 못하게 되면, 인간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곡성>은 인간의 이런 특성에 냉소를 보낸다. 극 후반부 동굴에서 ‘외지인’이 부제인 ‘이삼’을 앞에 두고 읊는 대사는 영화 오프닝에 나왔던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이다. 불가해한 것을 마주하고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부제마저 한 인간으로써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조롱으로 볼 수 있다. 그 ‘외지인’은 비웃는다. 인간은 애초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듯이.

 <곡성>은 해석할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 대한 깊은 연민을 보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종구’는 해석을 할 수 없는 일이 자신의 딸을 집어삼켜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는 극의 절정의 순간 ‘무명’과 마주칠 때까지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는데, 그는 그 순간 반드시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한다. 마지막 순간 ‘종구’의 표정은 연민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낸다. 우리도 그의 상황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인간은 너무나 무기력해서 거대한 세상의 원리를 이해할 수 없고 우연이라는 요소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당장 내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감히 알 수 없지 않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먼 훗날 돌이켜보면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느 순간 내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 인생사 아니던가.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 인간은 살아가야만 하지 않나.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고 해도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처절하게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 곡성 포스터

 극 중 ‘종구’가 반복해서 하는 대사가 있다 “이유가 뭐야?” 이 질문이 나오는 장면은 모두 흥미롭다. 의사가 대답한다. “모르겠다.” 이 현상을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질문을 ‘무명’에게 한다. ‘무명’은 명확한 답을 내려준다. “니가 의심했기 때문”이라고.(물론 이 답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종구’의 의심을 증폭시킨 것은 ‘무명’ 아니었나.)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무명’의 답이 확실하다고 해도 인간은 이해되지 않는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종구’는 끝내 ‘무명’을 믿지 않는다. 인간은 해석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같은 질문을 ‘일광’에게도 한다. 이에 ‘일광’의 대답이 재밌다. 낚시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데, 풀어서 말하자면 ‘종구’의 딸이 희생양이 된 것에는 ‘이유가 없다’라는 것이다. 이 참혹한 사건에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뿐만 아니라 종교도 세상의 일에는 이유와 어떤 질서가 존재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곡성>은 말한다. ‘세상의 일에는 아무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라고.

 세상이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공포감을 준다. 인간이 죽는 이유가 아무 이유 없이 우연에 의한 것이라면 어떻겠는가. 마지막 순간에 나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면 인간은 그 생이 얼마나 허무하게 느껴지겠는가. 굳이 ‘죽음’이 아니더라도 세상사의 작동 원리에 이유가 없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허무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에는 분명 우연에 의해 좌우되는 일들이 많고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 또한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은 이를 이겨낼 힘이 없다.

   
▲ <곡성> 포스터

 결국 <곡성>안의 세계는 인간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세계다. 해석할 수 없거나,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해석을 하고 어떤 질서를 발견하려 애쓴다. 이런 과정에서 ‘소문’이라는 프레임에 의존해 상황을 이해한다. 그런데 이것은 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방금 본 것을 영화 내외에 존재하는 해석 틀을 끌어들여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해석 틀을 끌어와도 완벽한 해석이 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애초에 완벽한 해석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영화니까.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외지인이 낚시를 하는 장면이다. 낚인 것은 과연 곡성 사람들뿐일까? 우리 역시 미끼를 물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영화가 ‘이 안의 세계는 질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해석 틀(현재까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해석 틀)로는 해석하기 힘들다.’라고 말하고 있는데도 기존의 다양한 해석 틀에 현혹되어 그것들에 근거해 어떤 질서를 세우려 한다. 극 중 인물들과 같은 행동을 똑같이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 같은 것이다.

   
▲ <곡성> 포스터

 영화는 꿈에 비유된다. 극장 밖을 나서면 꿈이 깬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곡성> 역시 대단한 악몽이었다고 찬사를 보내며 극장 밖을 나설 수 있다. 그런데 극장 밖을 나서봤자 우리는 <곡성> 안의 인물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무명’이 말했다. “그거 꿈 아니라고” 이것은 마치 관객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곡성> 꿈 아니라고. 우린 극장 밖을 나서봤자 <곡성>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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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ashgray1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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