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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 중 10일 간의 밀라노 <0.5>

남희정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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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남희정]

한달 전, 학과 선배님들과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e del Mobile. Milano)에서 열리는 salone satellite에 참가할 수있는 기회가 생겼다. 총 10일 정도의 여행(4.08 ~ 4.19)이었으며 유럽을 가본 적도 없는 내게는 충분히 그 전부터 떨릴 만한 큰 일이었다. 학기 중에 떠나야 했기 때문에 팀플과 과제들, 갔다왔을 때의 중간고사 준비 등 불안함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던 중, ‘가게 된 만큼 그 기간 동안 충분히 즐기고 느끼고 와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굳은 다짐으로 떠날 준비에 임했다.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 글의 요지가 Milano Salone Satellite에 오로지 집중되어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그것을 위해 간 것은 맞지만, 10일간의 생활에 주목하려 했다. 살롱사텔리테는 10일간의 일상 중 일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4월 8일

비상구 앞자리로 미리 예약을 해놔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에 편했고 앞으로 발을 쭉 뻗을 수 있었다. 무려 8974km를 날아가 로마에 도착해야 경유지인 로마에 도착한다는 것을 보고 놀랬다. 기내식을 3번 정도 먹은 것 같다. 아쉽게도 다 맛있었지만 맛있게 먹느라 사진을 하나도 찍지 못했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제공되었던 Birra Moretti(왼쪽)와 크로스티니, Bram과 같이 한 퍼즐(오른쪽) 

나의 오른쪽 자리엔 Bram이라는 네덜란드인이 앉았다. 비행 중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Bram과 얘기를 하러 Bram의 자리로 왔었는데 친구들과 얘기를 하는 걸 보면서 다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내식을 먹기 전 맥주와 와인으로 “짠~” 하며, 기내식의 라자냐는 현지의 라자냐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Bram 옆에 꽂혀있는 퍼즐에 관심을 가지자 직접 내게 방법을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12시간 넘게 로마까지 가는 데에 심심하지 않았다. 로마가 목적지인 Bram과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로마에서 경유를 하고, 밀라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우리가 참가할 페어 포스터가 공항 전광판에 보였다. 도착해서 짐을 찾고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를 타려고 나오니 한밤 중이었다.

숙소는 키의 3배되는 철문과 1.5배되는 철문을 지나야 했고, 무조건 출입카드가 필요했다. 그러고 중앙문을 통과한 후에야 방 문을 열 수 있었다.

밤의 음산한 느낌과는 반대로 내부는 엄청 아늑했고, 복층 구조와 큰 창문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4월 9일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숙소 근처를 탐방하기로 했다. 우선 점심을 해결해야 했어서 음식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음식점을 둘러보면서 조금 놀랬던 것은 “영업하나요?” 오후 1시가 되어서도 “준비 중입니다.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라는 얘기만 들었다. 당장 해결해야 했던 우리는 준비가 된 곳을 결국 찾아냈다. 물론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식전빵을 먹고 해물리조또를 먹는 중에, 친절한 직원이 와서는 엄청 큰 식전빵을 주는 것이었다. 다소 의심스러웠던 우리는 기분 좋게 먹을 수 없었다. 나중에 영수증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비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아직도 왜 식전빵을 두번이나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했다.

밀라노의 카페들 중 제일 아름답고 또 가고 싶은 곳을 정하라 하면 라벤더가 가득했던 카페를 선택할 것이다. 연보라색의 만개한 라벤더들은 은은한 향을 뿜으며 나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이탈리아’의 커피를 먹어봐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매일 커피 한잔씩 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던 터라 가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고 당황을 하신 나머지, 어쩔 줄 모르셨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때에, 손님 중 아저씨 한 분이 영어가 가능하다며 나타나셔서 주문을 도와주셨다.

커피 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그저 coffee라고만 적어 놓았다. 메뉴는 Coffee, Cappuccino. 두 가지뿐이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는 고소하고 쓰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서 당연하게 시켰다.

귀여운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공원에서 열린 작은 시장 분위기를 즐겼다.

감각적인 그래피티를 거리마다 볼 수 있다.(왼쪽) 숙소에서 반대로 조금 더 걸어나가면 강이 있었다. 사람들과 주변의 건물 그리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분위기가 함께 잘 어우러져있었다.(오른쪽)

충분히 즐긴 후 디자인 위크 중 교수님들이 전시를 준비 중이신 Ventura Lambrate를 가기로 했다.

트램과 지하철을 이용해서 대략 4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트램은 앞으로도 계속 어딘가로 이동할 때에 가장 편하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어서 10일간 1회권을 계속 사기엔 불편할 것 같아 10회권을 끊었다.


Ventura 거리에서는 영화 촬영, 디자인 워크샵, DP 준비, 전시 오프닝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규모의 전시 거리를 평소에 접하기는 쉽지 않아서 보이는 대로 무작정 찍은 것 같다.

볼 것이 많은 곳에 온 만큼 하루의 시간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거리에서 조금 나와보니 공예품, 벼룩시장 등이 크게 열려있었다. 숙소 근처에서도 시장이 자주 열렸는데, 사람도 많았고 연령층도 다양했다. 공원에서는 시민단체에서 연극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신기하게도 시간이 언제던, 장소가 어디던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휴일을 거의 가족들이랑 보내서인지 연령대에 상관없이 구애 받지 않고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기 좋았다. 특히 또 애견이 무조건 함께였다. 강아지의 존재에 대해 제한을 하지 않는 모습도 신기했다. 지하철, 음식점, 술집, 전시관 등 아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으며 당연시 여겼다.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종(種) 도 많이 보였다.

이곳에서의 기간 동안 주변 모든 식물들은 향과 색을 만발했다. 각종 색들의 향연이 화창한 날씨와 조화롭게 흩날렸다.

시장에서 생맥주와 공예품 구경, 연극을 충분히 본 뒤 초등학생들의 왁자지껄함도 즐기고 역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흩어졌던 일행들을 기다리던 중, 역 주위에 문신이 가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나와 친구들에게 어려보이는 남자가 “담배있어?”라며 다가왔다.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게 그 자리를 피했다.

그러던 중 역 앞에서 클래식한 느낌의 파란색 트램을 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 타고, 보고 지나쳐온 트램들이 엄청 많은데, 그 중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아한 샹들리에밑에서 고급 음식을 먹으면서 레일을 통과하는 레스토랑 트램과 힙합, 일렉 음악이 울려퍼지던 DJ 트램이었다. 다음에 갈 땐 꼭 예약을 해서 이용해보고 싶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폰에 설치되어있던 건강 어플을 열었다. 하루에 스스로가 걸은 걸음을 자동으로 세어주는 기능이 있는데, 찍힌 것이 무려 3만5천보였다. 한국에 있을 때 제일 많이 찍혔던 것이 2만5천보였는데 충격이었다. 돌아다니느라 수고한 내 자신에게 하루의 마무리를 야식으로 했다. (10일 동안 맥주를 포함한 야식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돌아다녀봄으로써 구체적으로 지리를 익히기 위해 모든 신경을 쏟게 되었다. 원래의 별명도 ‘네비게이션’이었는데 이탈리아를 가니 구글맵과 한 몸이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요 역으로 가면 집시들이 많다는 소리, 소매치기가 지하철에 상주하고 있다 등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들으며 긴장을 놓칠 수 없는 하루가 반복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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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정
havenothorn@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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