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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슬픔, 그 저돌적인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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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 스트리트> 포스터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스포일러 있음

경제가 붕괴된 아일랜드, 노동자들을 일자리를 잃고 영국으로 살길을 찾아 떠난다. 아일랜드에 남은 사람들은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비를 줄여가며 시궁창 속 같은 생활을 이어간다. <싱 스트리트>의 주인공 코너(페리다 월시-필로)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부모님은 학비를 줄이기 위해 코너를 전학시킨다. 코너가 전학간 학교는 싱 스트리트(Synge Street)에 있는 학교. 그 곳에서 우연히 매력적인 모델 지망생 라피나(루시 보인턴)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코너는 에이먼(마크 맥케나) 등의 친구들과 싱 스트리트(SIng Street)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싱 스트리트>는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은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음악영화다. 앞선 두 영화처럼 사랑에 대한 음악을 담고 있지만, <싱 스트리트>에서는 경제가 무너진 과거 아일랜드의 모습을 담으며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그 희망이 결국 시궁창에 핀 꽃의 이야기가 아닌 시궁창을 벗어난 고양이의 이야기라 전형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살짝 아쉽다. 그렇지만 <원스>의 쓸쓸한 분위기나 <비긴 어게인>의 마냥 따뜻했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싱 스트리트>에 존재한다. 반항기 있는, 스스로를 퓨처리스트(Futurist)라고 부르는 10대들이기에 가능한 저돌적인 에너지가 영화에 가득하다.

   
▲ <싱 스트리트> 스틸컷

코너는 자신의 형 브랜든(잭 레이너)을 정신적 스승으로 삼는다. 브랜든은 자신이 평생 모아온 비장의 음반들을 코너에게 들려주며, 예수교 학교에 다니던 범생이 코너를 싱 스트리트의 듀란듀란이자 데이빗 보위로 탈바꿈 시킨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로큰롤에 빠져들며 어수룩한 밴드에서 라피나를 감동시킬 곡들을 만들어가는 코너와 밴드 멤버들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런데 <싱 스트리트>는 밴드를 결성하고 밴드가 곡을 쓰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활동을 하며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지 않는다. 에이먼을 비롯한 친구들은 코너의 제안을 단번에 수락하고, 필요한 멤버들은 더러운 낙서로 더럽혀진 게시판 공고를 보고 알아서 밴드에 합류한다. “커버곡 대신 진실된 곡을 쓰는 것이 로큰롤이다”라는 브랜든의 조언을 듣자마자 왕성해진 창작력으로 여러 곡들을 뽑아낸다. 라피나를 뮤직비디오의 주연으로 섭외하는 것조차 큰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공연 역시 이렇다할 걸림돌 없이 진행된다.

   
▲ <싱 스트리트> 스틸컷

<싱 스트리트>는 오히려 아일랜드 더블린 싱 스트리트에 사는 코너의 삶이 얼마나 시궁창인지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마치 에미넴의 <8마일>이 청춘 밴드 영화의 껍데기를 입은 느낌이랄까. 실직한 아버지와 바람피우던 어머니는 매일같이 싸우고, 코너가 전학 간 카톨릭 학교는 쓸데없는 교칙에 집착하고 코너를 탄압한다. 교칙에 따라 신어야 될 검은 신발을 살 돈이 없는 코너의 가계사정은 그의 상황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결국 코너를 구제해 주는 것은 로큰롤이자 희망이다. 그가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이유가 오로지 그녀의 외모 뿐만은 아니다. 그녀는 모델로 일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런던으로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다. ‘탈조선’처럼 ‘탈아일랜드’를 해 기회의 땅 런던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그 곳에서 잘 될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코너가 진짜 반한 것은 희망이다. 영화 중후반부, 런던으로 떠났다 희망을 잃고 돌아온 라피나를 보고 코너는 실망한다. 코너가 진심으로 반한 것은 외모가 아닌 희망에 가득 찬 모습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코너는 그 희망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간다. 밴드를 만들고,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공연을 한다.

   
▲ <싱 스트리트> 스틸컷

영화는 행복한 슬픔이라는 말로 ‘탈아일랜드’의 희망을 품은 밴드를 표현한다. 영화가 그려내는 아일랜드는 슬픔 덩어리다. 시궁창 같은 삶 속에서 희망을 잃고 쓸모없이, 의미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영화가 보여주는 아일랜드의 모습이다. 코너의 밴드 싱 스트리트는 그런 시궁창의 삶을 타파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코너와 라피나는 결국 영국으로 떠난다. 아무런 연고도, 돈도 없이 데모테잎과 포트폴리오만을 들고 떠나는 그들의 여정엔 쪽배와 비바람이 함께한다. 영화는 그들이 영국에 무사히 도착했는지도 보여주지 않고 엔딩크레딧을 올려버린다. 이미 런던을 경험한 라피나는 그 곳도 또 다른 시궁창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허나 같은 시궁창이라면 행복한 시궁창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싱 스트리트>는 그들의 추진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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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dsp9596@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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