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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민선영] 블라인드 데이트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집으로 이사 온 여주인공은 집에서 처음 맞는 밤을 공포로 보내게 된다. 예민하고 까칠한 데다 독보적 개인주의의 성향인 옆집 남자가 이사 온 여주인공을 쫓아내기 위해 고안한 묘책을 썼던 것. 그러나 여태까지 먹혔던 수법이 이 여주인공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빈 벽을 두고 옆집 이웃들의 소리 전쟁, 더불어 소리 연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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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스틸컷 中> | ||
1. 쇼팽의 피아노 연주곡
피아노 레슨교사인 여주인공은 피아노만 20년을 쳤지만 자신의 피아노 선생 에브기니의 혹독한 가르침 속에 틀에 박힌 연주를 되풀이한다. 정형화된 여자의 연주를 듣던 옆집 남자는 여자의 연주를 자유롭게 자신의 몸에 맡기도록 어시스트하고, 여자는 눌러왔던 자신의 음악적 욕망을 남자로 인해 충족시킨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섹슈얼적 개그코드를 접목시키며 감각적인 영화장면을 형성한다. 쇼팽의 피아노 연주곡은 둘의 태도 변화를 일으키고 호감을 끌어내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후 둘은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때문이다. 7년째 진전 없이 개발 중인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자와 자신의 콩쿠르 트라우마를 털어놓는 여자는 지쳐 잠들 때까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서로의 얼굴을 전혀 보지 못한 채로, 목소리만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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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스틸컷 中> | ||
2. 카우보이 부츠
열정적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던 지난 밤, 여자는 옆집 남자가 최근에 카우보이 부츠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 신기 시작했다는 말을 기억해내고 얼굴도 모르는 옆집 남자를 추측하는 데에 열중한다. 집 주위 모든 남성들의 신발을 주시하느라 땅만 보고 걷게 되는 것이다. 이 카우보이 부츠는 여자의 옆집 남자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호감 모든 감정들을 대변해주는 사물이다. 마침내 여자는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남자를 만난다. 게다가 옆집 남자가 착용한 손목시계와 똑같은 소리까지 듣자, 거의 확신한다. 이 남자를 따라간 여자는 쪽지를 남겨 자신의 집으로 저녁초대를 하고, 조건은 하나 “쉿” 서로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색다른 데이트를 제안한다. 집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옆집 여자는 집으로 돌아온 옆집 남자의 소리를 듣고서야,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남성이 옆집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는 어쩌면 이웃남자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감을 남겨둔 채로 있는 지금이 훨씬 설레고 좋은 일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되고 이웃남자가 제안한 만남을 거절한다. 그렇게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연애가 시작된다.
옆집 남자 역시 하룻밤에 나눈 이야기가 개인주의로 똘똘 뭉쳤던 자신의 벽을 허물어주는 느낌을 받고, 여자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던 찰나였다. 수학기호로 가득 차 있던 칠판에 무의식적으로 꽃그림을 그리는 부분은 자신의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단 결정적인 증거이다. 그래서 만나고 싶었다. 어쩌면 자신의 7년을 송두리째 보상해줄 수 있는, 목소리와 마음이 자신과 잘 통하는 옆집 여자를. 그러나 얼굴을 보지 않고도 이대로 연인일 수 없냐는 황당한 질문만이 돌아온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봐주는 유일한 친구 ‘아투스’만이 인생의 유일한 대화상대였던 이 남자에게, 여자의 제안은 꽤 괜찮은 제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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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스틸컷 中> | ||
3. 저녁만찬
이 영화가 블라인드 데이트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소중한 지인에게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연인을 소개하는 기막힌 연출은 여태 어느 영화에서도 다루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언니 ‘샬롯’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만찬을 즐기자고 제의하고, 남자 역시 유일한 사람친구인 ‘아투스’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같은 음식을 먹지만, 서로가 요리한 음식을 보지 못하고 어떤 의상을 입었는지도 전혀 확인할 길 없는 저녁만찬, 여전히 벽을 사이에 둔 채로 네 사람은 기묘한 데이트를 즐기게 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조언했을 듯이, “만지지 못하고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무슨 사랑이고 무슨 행복이야.” 샬롯과 아투스는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적잖게 당황한다. 그러나 이내 보이지 서로를 추측하는 기묘한 떨림은 나름 재미있는 연애일 수도 있을 것 같은 데에 동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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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스틸컷 中> | ||
4. 에브기니 선생
두 사람의 연애는 나름 순조로웠다. 여자의 피아노 선생인 ‘에브기니’의 방문 전까지는 말이다. 앞서 남자의 도움으로 여자는 자신만의 피아노 방식과 연주법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에브기니’는 이러한 여자의 변화가 아주 불만족스러울 뿐이다. 여자를 여전히 “아기”라고 부르는 이 선생은 여자의 자세부터 연주 박자까지 모두 자신의 컨트롤 아래에 두려 하고, 남자는 벽 너머 들리는 이 모든 상황들에 화가 난다. 남자는 여자를 처음 이웃으로 맞이했을 때처럼 에브기니를 겁주고, 수모를 겪게끔 만든다. 선생의 방문에 날을 잔뜩 세웠던 여자는 자신을 위해 한 남자의 행동에 오히려 화가 나고, 옆에서 위로할 수 없는 연인인 두 사람은 감정의 벽에 다시 한 번 가로막히게 된다. 남자는 여자에 대한 사랑을 진심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여자는 이어폰을 낀 상태라 들을 수 없다. 이 장면은 그 동안 잘 맞아들었던 사랑에 대한 둘의 이해관계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서로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연애과정에 설상가상으로, 언니 ‘샬롯’이 여자가 집을 비운 새 자신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하필 동생의 집을 몰래 방문하고 이웃남자는 옆집여자의 집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 이 상황을 오해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언니의 방문을 눈치 채고 남자에게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은 가끔 보여 지는 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강한 진실이 되는 법이다.
5. 벽
남자와 말싸움을 하던 여자는 물끄러미 자신의 앞에 놓인 벽을 바라본다. 애초에 옆집 남자의 모든 형태, 목소리는 이 빈 벽이였다. 그래서 이 벽 너머로 진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벽에 가로막힌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까먹었는지도 모른다. “헤어지자는 거에요?” 라는 남자의 물음에 여자는 “우린 이미 헤어져있잖아요.” 라고 대답한다. 이들의 거리는 단순 이들 사이에 놓인 방음 안 되는 벽이 아니라, 남자가 7년 전 겪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그리고 압박으로 얼룩진 여자의 피아노로 대변될 수 있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서로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들의 목소리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었다. 콩쿠르 당일, 여자는 좌석에 앉은 ‘에브기니’를 보고 몸이 뻣뻣하게 굳고 연주는 딱딱하게 흘러간다. 벽 뒤에서 여자의 연주를 듣던 남자는 옆집여자임을 알아채고 안타까워하다가 관계자에게 들켜 소동을 일으키게 된다. 남자는 제지당하면서 여자에게 놔버리라고 소리치고,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여자는 묘한 안정감과 자신만의 페이스를 되찾는다. 여자는 성공적으로 자신의 연주를 마치고 남자와 대면할 용기를 얻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옆집 남자와 그녀 사이에는 여전히 벽이 놓여져 있다. 여자는 집으로 돌아와 남자에게 당신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한다. 남자는 자신이 7년 동안 공들인 작품으로 여자와 자신 사이의 벽을 허물어버린다. 벽이 허물어졌다. 이들은 다시 전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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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스틸컷 中> | ||
이 영화는 두 남녀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언니 ‘샬롯’이 여주인공을 부르는 애칭인 ‘부부’, 남주인공을 ‘꼴통’이라고 부르는 친구 ‘아투스’. 두 남녀 주인공의 이름은 끝까지 익명인채로 영화는 끝난다. 1시간 30분 동안의 영화에서 고작 1분 동안의 실제 만남을 위해 달려온 영화스토리는 진부한 남녀의 사랑을 다루지 않았음에 지루하지 않다. 게다가 뻥 뚫려 소리가 다 들리는 벽을 사이에 두고 동시적인 행동을 하는 남녀의 재치 넘치는 사랑 때문에 보지 않더라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휩싸이기 쉽다. 이 영화를 감독한 남자주인공 역할의 배우 클로비스 코르니악은 세자르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을 만큼 필모가 꾸준한 남자배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가 연출과 각본, 주연까지 도맡은 올해 이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은 프랑스 영화의 특유의 감성적, 묘사적 장치들이 많기도 하고 현대인의 빠른 사랑, 순서와 대비되는 속도로 풀어간 영화방법으로 특유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익명의 사랑의 오프라인화, 이 영화를 짧게 표현하자면 이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상상으로 만드는 올해의 영화로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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