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 | ||
[디아티스트 매거진 = 박동수]
*스포일러 있음
뉴욕, 소코비아, 워싱턴DC, 와칸다 등 MCU의 세계에서 파괴된 도시들의 영상이 스크린에 등장한다.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등에서 어벤져스가 빌런들과 벌인 격투로 파괴된 곳들이다. 여기에 영화 초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이끄는 뉴 어벤져스 팀이 ‘크로스 본즈’ 럼로우(프랭크 그릴로)를 잡는 과정에서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의 실수로 많은 시민들이 죽는 상황이 발생한다. 미국 국방부 장관 썬더볼트 장군(윌리엄 허트)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함께 슈퍼히어로 등록 법안인 ‘소코비아 협정’을 작성하고 UN에서 117개국의 승인을 받아 비준한다. 이에 반대한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솔져’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등과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 등이 각자의 이유로 편을 나눠 대립하게 된다. 하지만 분열의 중심에는 제모(다니엘 브륄)가 있었음이 밝혀지며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 |
||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 컷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외적으로만 봤을 때 <어벤져스> 시리즈의 2.5편처럼 보인다. 캡틴과 아이언맨을 비롯해 MCU의 처음 데뷔하는 블랙팬서와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까지 총 12명의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부터 예견된 그들 사이의 대립이 영화의 내용이니, 영화의 외향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라기 보단 <어벤져스>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의 내면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의 그것을 닮았다. 정치 스릴러, 현대적 첩보물을 표방하며 내부의 적이라는 소재를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냈던 전작의 분위기와 <퍼스트 어벤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캡틴의 ‘의리’라는 소재가 이번 영화에서 매끄럽게 얽힌다. 원작 코믹스에서 만큼 깊은 신념과 정치적 대립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캐릭터들이 소코비아 협정에 가지는 입장과 생각을 보는 것 자체로 흥미로워진다. 또한 일련의 사건들, 조작된 버키의 UN테러, 토니를 찾아온 소코비아 사건의 유가족, 로고스 사건 등을 거치며 캡틴과 버키, 토니 등의 심리 변화를 보는 것도 쫄깃한 경험을 선사한다. 루소 형제 감독은 이번 영화가 심리 스릴러의 틀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 |
||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 컷 | ||
그렇다고 무작정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MCU의 영화들은 절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를 따라하려 하지 않는다. 무거운 이야기가 등장하면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유머와 액션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를 조정하는 균형감각은 기존의 블록버스터들 보다 월등히 탁월하다. MCU의 전작들보다 이번 영화에서 그 균형감각이 특히 탁월하다. 조스 웨던 감독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루소 형제는 딱히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영화의 초반 로고스 사건에서부터 UN테러와 블랙팬서의 등장까지 두 진영의 대립과 소코비아 협정의 탄생을 보여주는데 주력하여 심각하게 진행되다가, 중반부의 분위기가 <어벤져스>나 <앤트맨>같은 영화들의 분위기로 변주된다. 토니와 스파이더맨이 만나는 장면-이번 메이 숙모 캐스팅은 천재적이다-에서부터 12명의 히어로가 격돌하는 공항 전투장면까지 이어지는 MCU 특유의 유머감각은 역시나 발군이다. 특히 아이맥스로 촬영된 공항 전투 장면은 슈퍼히어로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액션 장면으로 등극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정신없이 펼쳐지는 난투극 사이에서도 데드풀 못지않은 스파이더맨의 구강액션과 앤트맨의 비밀무기, 블랙팬서와 윈터솔져의 격투는 영화의 백미를 장식한다. 특히 두 진영의 캐릭터들이 한 달 전의 배트맨과 슈퍼맨처럼 서로 죽일 듯이 싸우기 보단, 치열한 격투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애증이 드러난다는 점이 굉장했다.
![]() |
||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 컷 | ||
영화의 액션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자면, 이번 영화가 MCU의 액션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넷플릭스의 <데어데블>시리즈에서 <올드보이>나 <레이드>에서 영감을 받은 끝내주는 근접격투 액션을 선사하긴 했다. 허나 스크린에서, 더 이상 어떤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던 블랙 위도우나 캡틴, 윈터솔져의 새로운 액션(액션이 새롭다기 보단 그걸 담아내는 방식이 새롭다)을 보고 있자면 마블이 점점 무서워질 정도이다. 루소 형제는 이번 영화의 액션, 특히 초능력이 없는 캐릭터들의 액션을 위해 <존 윅>의 감독 데이빗 레이치와 채드 스타헬스키를 섭외했다고 한다. <존 윅>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총기를 사용한 근접격투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선사한 작품이었다. 그런 스타일에 <본 시리즈>스타일의 핸드헬드 촬영(쉐이키 캠이 동반되지만 타격감은 더해진 촬영)이 더해지니 기존의 MCU 액션 스타일보다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 생긴다. 극 초반 로고스에서의 전투 장면에서 이런 스타일이 위력을 발휘한다. 루소 형제는 이렇게 다시 블랙 위도우와 캡틴의 액션의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 |
||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 컷 | ||
20여 분간의 공항 전투 장면을 거치면 히어로들의 대립이 제모의 계략이었음이 드러나고 영화는 다시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거의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의 분위기 전환인데, 이렇다 할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필자가 이러한 코믹스 스타일의 연출(여러 에피소드를 나열하듯 스피디하고, 게임의 스테이지를 거치는 느낌의 전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연출 방식을 선택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사례를 생각해본다면 이번 영화의 성공은 루소 형제의 공이 크다. 제모가 만들어 놓은 판에서 대립하는 아이언맨과 캡틴, 그리고 버키의 마지막 격투는 굉장히 처절하다. 비주얼의 톤이 낮아짐과 동시에 두 캐릭터의 감정선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캡틴이나 아이언맨 한 편을 콕 집어서 반대편을 악역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대신, 독특한 감상을 남기도록 유도한다.
![]() |
||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 컷 | ||
이번 영화에는 MCU에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가 꽤 많다. 스파이더맨, 블랙팬서, 제모 그리고 마틴 프리먼이 연기한 에버렛 K. 로스이다.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솔로 영화가 예정되어 있는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비전의 등장이 다소 뜬금없었던 것과는 달리, 두 캐릭터의 등장은 충분히 설명되고 관객들은 이 설명에 납득하게 된다. 스파이더맨의 경우는 사전 홍보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1대 스파이더맨 토비 맥과이어를 묘하게 닮은 톰 홀랜드의 외모와 2대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의 입담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설정은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를만하다. 액션 스타일이 새롭지는 않지만 토니와의 관계와 새로운 웹슈터에 생기는 기대감이 크다. 블랙팬서는 스토리적인 면에서 자연스러운 등장을 보여준다. UN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와칸다의 왕자라는 설정은 캐릭터에 확실한 동기를 부여해주고, 소코비아 협정의 제3자 같은 입장에서 캡틴과 아이언맨의 대립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또한 아이언맨와 스파이더맨의 관계처럼 캡틴과 그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쿠키영상 덕에 솔로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
![]() |
||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 컷 | ||
제모는 로키 이후 MCU최고의 빌런이다. 그 동안 울트론, 옐로우 자켓, 로난, 말레키스, 하이드라 등 여러 빌런들이 MCU에 등장하고 퇴장했지만, 제모만큼 동기가 확실하고 목적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영화의 소재, 주제와 맞물리는 동기를 가지고 있고, MCU의 세계관 안에서 충분히 등장할 만 한 빌런이었다. 특히 직접 싸우는 대신 히어로들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로키와 비슷하기도 하다. 심지어 제모는 완벽히 성공한다. 마틴 프리먼의 캐릭터 로스는 국제 대테러 안보국(?) 같은 기관의 사람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셜록>이나 <호빗>시리즈에서 보여준 익살스러운 모습이 아닌, 냉철하고 사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그의 연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베네틱트 컴버배치와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 |
||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 컷 |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너드(Nerd) 모범생 같은 영화이다. 엄청난 혁신도 새로운 신선함도 없지만, 마블이 어째서 헐리우드의 최전선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증명한다. 마블은 DC처럼 성급하지도 않았고,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 슈퍼히어로라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 때로는 정석대로, 때로는 변칙적으로 만들어내는 MCU의 영화들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마블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자신들이 촤강자임을 증명하며 박스오피스에서 포효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