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홍진희] 교토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롭 마샬 감독의 <게이샤의 추억>이다. 일본 게이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대부분의 주연은 중화권 배우이고 미국에서 제작된 무늬만 일본인 이 영화는 게이샤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교토의 풍경을 담은 영화로만 보일 뿐이다. 교토의 주요 관광지를 돌다보면 영화 속 장면들이 겹치곤 한다. 2차 세계대전 때의 교토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난 후 교토를 방문하니 이 도시가 얼마나 과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지 새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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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게이샤의 추억 | ||
교토의 아름다운 풍경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호강시켜 주지만 특히 그 중에서도 주인공 치요의 어린 시절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토리이길을 달려가는 장면이 가장 유명하다. 그리고 당연히 이 신사는 교토의 주요 관광명소이다. 치요는 최고의 기생 마메하의 제자로 발탁되어 게이샤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이 토리이길을 달려간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평생을 걸쳐 사랑하던 남자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다시 이 길을 달려가는 어린 시절의 장면이 등장한다. 약 4Km에 걸쳐 이어져 있는 토리이길은 사람들의 기원을 담은 것이니, 치요가 자신이 염원하던 일을 이룰 때마다 이 길을 달려가는 장면이 등장하는 건 감독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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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게이샤의 추억 | ||
치요의 염원과는 전혀 다르지만 나 역시 교토에 왔으니 나의 염원을 담아 이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입장이 무료인데다 24시간 개방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방문이 가능하다. 교토의 대부분 신사들이 저녁이면 입장이 제한되는데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24시간 개방이라니 다른 신사들을 모두 돌아보고 밤에 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려 해가 뉘엿뉘엿 질쯤에 신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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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질 무렵의 후시미이나리 신사 | ||
여우신사답게 신사의 입구를 통과하는 곳마다 여우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재미있는 건 여우가 입에 물고 있는 물건들이 전부 다르다. 곧 어두워질 기미가 보였지만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밤의 후시미이나리를 즐기고 싶은지 방문객들이 제법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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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여우상 | ||
치요가 달리던 환한 낮의 토리이길과는 다르게 밤의 토리이길은 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다. 입구 쪽에 많던 사람들은 점점 정상을 향해 올라갈수록 줄어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사는 더욱 어두워진다. 어둠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제법 담력이 좋다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낮 시간을 피해 한적한 방에 오는 것도 나쁘진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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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을 밝힌 토리이 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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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슥한 토리이길 | ||
사람이 없는 토리이길을 한참 걷다가 되돌아오는 길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길을 잃어버렸다. 인적이 없는 신사를 걸을 때의 공포를 그나마 주황빛을 내며 서있는 토리이들이 완화시켜줬었는데 그마저도 없는 어두운 길을 내려오려니 과연 출구를 찾을 수나 있을지 무척이나 겁이 났다. 물론 그 와중에도 교토의 야경은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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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려오는 길에 바라 본 교토야경 | ||
간신히 처음 신사에 들어섰던 문을 찾아가니, 완전히 어두운 밤이었다. 토리이와 같은 주황빛의 신사는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니 밝을 때 봤던 모습보다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조금 무서운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이 풍경을 보니 밤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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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 중의 후시미이나리 신사 | ||
서양의 눈으로 바라본 교토와 그 교토에 사는 게이샤는 아름답고 또 아름답지만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어 했지만 게이샤는 연인일 뿐 사랑하는 남자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순응하는 치요처럼 자신의 삶은 없다. 전쟁이 휩쓸고 가든 패망 후 미군에 점령당하든 그 곳은 계속 아름다울 뿐이다. 제목은 게이샤의 추억이지만 영화는 교토의 추억이기도 하다.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아름답게 미화되듯이 격동의 시기의 교토도 한없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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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게이샤의 추억 | ||
영화는 게이샤는 비밀에 휩싸인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하듯이 교토 역시 게이샤처럼 비밀을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나로서는 그들의 극심한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이 가득 담긴 이 영화를 비웃어야 하는지 영화는 그저 영화이니 아름답다고 해야 하는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하지만 게이샤의 추억 따위는 접어두고라도 교토에 가면 누구나 이 도시가 얼마나 많은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추억은 물론 아름다운 추억만은 아니다. 영화의 시선과는 다르게 아프고 잔혹했던 추억들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어느 한쪽 면만을 바라보든 씁쓸한 면을 함께 바라보든 그건 각자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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