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성희]
영화 속 로맨스들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 남녀는 너무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진다. 모든 것이 쉽게 흘러가기에 영화니까, 주인공이니까 저런 로맨스가 찾아오는 거라는 다소 냉소적인 시선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주인공이기에 쉽게 로맨스가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주인공이 직접 사랑을 찾아나서는 영화도 있다. 영화 <4월이야기>의 우즈키, 그리고 <오스틴랜드>의 제인처럼 말이다.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정해 사랑을 찾아가는 그녀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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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4월이야기>, <오스틴랜드>포스터 | ||
삶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 영화 <4월이야기>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4월은 노래 가사처럼 찰나 같아 찬란한 봄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봄도, 새학기도 4월부터인 일본에서 4월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따뜻한 햇살과 들떠있는 사람들 속에서 사랑의 시작을 얘기하기에 딱 좋은 달이다.
주인공 ‘우즈키’는 ‘무사시노’라는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가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됐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도시에서 온전히 혼자서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건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고 외로운 일이다. 같은 동네에 살며 자연스럽게 친해지던 고등학교와 달리, 다른 지역에서 다른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과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되긴 쉽지 않다. 내성적인 성격의 우즈키에겐 적응이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때론 용기를 내 이웃집 사람에게 다가가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있긴 하지만 자신에게 다가와준 친구와 가까워지며 우즈키의 새학기는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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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4월이야기> 스틸컷- ‘무사시노’책을 읽는 우즈키 | ||
무사시노로 이사오자마자 우즈키가 찾아간 곳은 ‘무사시노도’라는 서점이다. 책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보이진 않는데도 우즈키는 틈만나면 서점을 찾아가 두리번거린다. 바로 우즈키가 짝사랑하는 고등학교 선배 ‘야마자키’를 만나기 위해서다.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했지만 우즈키는 야마자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낯선도시, 무사시노로 왔다. 우즈키에게 ‘무사시노’는 야마자키를 의미한다. 고등학교 시절 야마자키가 무사시노 대학에 입학해 ‘무사시노도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무사시노’는 우즈키의 삶에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무사시노’라는 책을 읽고,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해 무사시노 대학에 합격했다. 그렇게 우즈키는 마음속으로 그리던 ‘무사시노’에 오게 된 것이다.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한 짝사랑을 따라 대학을 가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도시로 간다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 무사시노까지 온 우즈키의 순수한 열정이 참 부럽기도 했다. 내성적인 성격의 우즈키가 사랑 앞에선 적극적인 사람이 되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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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4월이야기> 스틸컷- 야마자키에게 우산을 빌리는 우즈키 | ||
결국 서점에서 야마자키를 만났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야마자키에게 아는척도 못하고 그냥 돌아오는 모습은 우즈키 답다. 하지만 또 우즈키 답게 용기를 내 다시 찾아가 결국 야마자키와 대화를 나누고, 우산까지 빌리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다 부서진 빨간 우산을 빌리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우즈키의 웃음과 그런 우즈키를 바라보는 야마자키의 모습은 그 어떤 달달한 로맨스영화보다도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한다. 영화는 거기서 끝나 뒷이야기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때론 가장 좋은 순간에 끝내두는 것도 좋으니.
비가 많이 내리던 그 날은 우즈키 삶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 같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다가올 우즈키의 삶도 그렇게 순수하고 열정적일 수 있길 응원한다.
나만의 미스터 다아시 찾기 : 영화 <오스틴랜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오랜시간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아온 로맨스 소설이다. 특히 주인공인 ‘미스터 다아시’는 ‘Keep Calm And Love Mr.Darcy’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만인의 이상형이다. 어마어마한 부자에, 잘생겼을 뿐 아니라, 아닌 사람에겐 차갑지만 내사람에게만은 한없이 따뜻한 이 남자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스틴랜드>의 주인공 ‘제인’역시 ‘다아시’의 열렬한 팬이다.’ I♥Mr.Darcy’가 써진 물건들을 들고다니며, 방도 온통 리젠시 시대처럼 꾸며놨다. 실제로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남자친구와의 시간보다 오만과 편견을 제대로 보는게 더 중요하고, 남자는 제인 방의 다아시 등신대와 경쟁을 해야할 판이다. 이처럼 제인은 오만과 편견 중독수준에 이른 ‘진성 덕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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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오스틴랜드> 스틸컷- 리젠시시대를 체험하는 제인(가운데)과 사람들 | ||
제인의 오만과 편견 사랑은 서른살이 넘어도 계속된다. 그저 그런 삶에 솔로로 지내며 오만과 편견에만 빠져 있으니 사람들은 제인을 조금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도 같다. 제인은 자신이 좋아하는걸 좋아할 뿐이고, 진짜 사랑을 찾고있을 뿐인데 말이다. 찌질한 옛 남자친구까지 찾아와 괴롭히는걸 견디지 못한 제인은 전재산을 털어 리젠시시대 테마파크, ‘오스틴랜드’로 떠나기로 한다.
제인의 결심은 그녀를 어느 정도 이해해주던 친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친구는 현실을 자각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에도 여전히 오만과 편견에 빠져 전재산을 쓰겠다는 제인을 비난한다. 하지만 <오스틴랜드>는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직접 체험해볼 기회이자 현실을 잊을 탈출구이기도 했다. 실망할 때 하더라도 그녀에겐 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었다.
오스틴랜드에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리젠시시대 처럼 꾸미고, 리젠시시대풍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휴대폰 사용 금지에, 다양한 성격의 다양한 역할 배우들과 함께 그시대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 다함께 일종의 역할극을 하며 예쁜 드레스와 무도회, 그리고 교양넘치는 대화가 있는 제인오스틴 소설속 시대에 대한 로망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오스틴랜드에서도 현실을 완전히 벗어날 순 없었다. 돈을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옷도, 지내는 방도, 맡는 역할도 차이났기 때문이다. 제일 값싼 패키지를 선택한 그녀에겐 칙칙한 옷과 머리스타일이 주어졌고, 마차 뒤에 걸터앉아야 했다. 돈 때문에 자신만의 소설속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 된 제인은 괜히 온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실망하기도 한다.
특히 다아시처럼 옷을 입은 ‘헨리 노블리’라는 배우는 어딘가 불만있어보이는 차가운 인상에 제인과 나름의 논쟁까지 벌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된다. 실제로 다아시같은 차가운 사람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건 어려운 일인 가보다. 제인은 우연히 만난 마굿간지기 마틴과 몰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위해 연기해주는 배우들이 아니라, 자유분방하고 다정한 마틴이 자신의 사랑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오해하고 처음에 위컴에게 속아 호감을 가졌던 것처럼, 제인 역시 실제 다아시와 비슷한 성격의 헨리가 아닌 자유롭고 다정다감한 위컴과 같은 마틴을 선택한다. 다아시를 그렇게 좋아하고 눈앞에 그와 비슷한 사람이 있는데도, 연기를 위한 곳에서 만나 자신을 위한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편견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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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오스틴랜드> 스틸컷- 리젠시시대 의상으로 갈아입기 | ||
하지만 사실 마틴이 그녀와 로맨스를 연기하도록 배정된 배우였고, 오스틴랜드에서의 역할은 그에겐 일일 뿐이다. 오히려 제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건 헨리였다. 고모를 도와 잠시 일하는 중이었던 헨리는 모든게 어색하고 하고 싶지 않았다. 로맨스를 연기하는 마틴이 못마땅하고 그에게 속고있는 제인이 신경쓰인다. 제인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이 기울고, 제인에게 그런 마음을 조금씩 표현한다.
결국엔 미스터 다아시에게 끌리는 걸까. 헨리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제인의 마음 역시 조금씩 그를 향하지만 제인은 애써 부정하려한다. 그의 얼굴을 그리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녀가 원했던건 연기가 아닌 진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진심이라 생각했던 마틴의 실체를 알고,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알 수 없던 그녀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오스틴랜드를 떠난다. 사랑을 찾아 나섰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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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오스틴랜드> 스틸컷- 헨리와 마틴, 제인 | ||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결국 진실한 사랑을 찾아온 헨리에 의해 두사람은 다시 만난다. 헨리 역시 그곳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리라 생각지 못했지만, 결국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랑이 불가능할거라는 편견과, 진심에 대한 의심이라는 큰 장애물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이뤄낸 사랑은 오만과 편견보다 더 오만과 편견 같았다. 주체적이고 당당하며 사랑받는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달리, 제인의 상황은 좀더 현실적이었고 주인공처럼 고고하진 못했다. 하지만 제인은 진짜 사랑을 찾기위해 용기를 냈다. 자신의 전재산과 앞으로의 삶까지 걸 정도로. 그리고 그렇게 모든 걸 걸고 떠난 오스틴 랜드에서 결국 자신의 미스터 다아시를 찾은 것이다.
4월이야기의 우즈키도, 오스틴랜드의 제인도 쉽게 사랑받는 영화속 주인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걸 걸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고 결국엔 성공했다. 단지 사랑을 찾았기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위해 과감히 나아갔기에 용기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영화처럼 쉽게 모든것들이 해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영화속 주인공도 용기를 내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는 마당에 우리도 결국 뭐라도 행동해야 내가 원하는 삶, 그 근처에라도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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