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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 성급한 시작,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박동수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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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포스터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스포일러 있음

DCEU(DC Extended Universe)의 서막이 올랐다. 역사상 처음으로 배트맨과 슈퍼맨이 하나의 실사영화에 함께 등장했고, 원더우먼을 비롯해 플래쉬, 사이보그, 아쿠아맨까지 짧게나마 등장했다. 마블의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성공에 따른 DC의 첫 결과물인 셈이다. 사실 MCU보다 먼저 세계관을 구축하려 한 쪽이 DC인데, <슈퍼맨 리턴즈>의 못 미더운 흥행과 <그린랜턴>의 흥행적, 비평적 실패로 무산되었었다. 그러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이 2013년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헨리 카빌이 새로운 슈퍼맨으로 등장하면서 <저스티스 리그>의 영화하가 가시화 되었다. 3월 24일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 바로 <저스티스 리그>와 DCEU의 첫 발걸음이다.

DC는 마블과 정반대의 방법을 택했다. 마블은 페이즈1에서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 <퍼스트 어벤져>, <토르: 천둥의 신> 등으로 히어로들을 각각 소개하고, 그 안에서 쿠키영상을 통해 연결고리를 만들어 <어벤져스>로 완결시켰다. 반면 DC는 <맨 오브 스틸> 단 한 편의 영화로 단 한 명의 히어로만을 소개한 뒤, 이번 영화에서 배트맨과 원더우먼을 비롯해 5명의 히어로를 등장시켰다. 11월 개봉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선 거의 10명 정도의 슈퍼빌런들이 한꺼번에 소개될 예정이다. 어떤 방식이 옳은지를 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을 통해 DC가 다소 성급했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배트맨 대 슈퍼맨>은 확실히 부족한 영화이다. 세계관 확장을 위해 너무나도 많은 요소들을 집어넣었고, 이야기는 산만해졌다. 쿠키영상 여러 개를 이어 붙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슈퍼맨(헨리 카빌)에 대한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의 열등감은 설명이 부족하며, 배트맨(벤 에플렉)이 슈퍼맨에게 가지는 분노는 갑자기 다른 길로 새버리고 황당하게 끝나버린다. 원더우먼(갤 가돗)의 등장 역시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유투브 영화 리뷰어 크리스 스턱만의 표현대로 <배트맨 대 슈퍼맨>은 “다음 편을 위한 세팅을 하는 데 러닝타임을 소비하는 영화”이다. 원더우먼은 둠스데이와의 격투 전까지 불필요한 등장을 반복하고, 그 등장은 결국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을 소개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 다시 말해, <배트맨 대 슈퍼맨>이라는 영화의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치이다. 또한 배트 케이브의 로빈 의상, 배트맨의 대사에서 암시되는 조커, 할리퀸, 스케어크로우, 캣우먼 등의 존재 등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배트맨 솔로 영화를 위한 세팅들이 과하게 많다. 마치 <시니스터 식스>를 위해 밑밥을 깔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그럼에도 마블의 히어로들과는 다른 노선을 취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트릴로지와 <맨 오브 스틸>에서 접할 수 있었던 철학적인 주제를 담으려 노력했고, 어두운 톤의 영상과 묵직하고 격렬한 액션의 스케일은 스턴트 액션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마블의 영화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마블과 차별화된 지점들이 마블의 영화들만큼의 성취를 이뤄냈냐는 점이다.

우선 철학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언급되긴 했다. 『슈퍼맨 레드선』이나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와 같은 코믹북에서 다뤄진 슈퍼맨이 지구/인간을 통치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와 힘의 억제에 대한 필요성 등은 꽤 만족스럽게 설명된다. 클락 켄트가 법 위에 서려는 배트맨을, 브루스 웨인이 신처럼 행세하려는 슈퍼맨을 서로 고깝게 보며 갈등이 생겨나는 장면들도 꽤 설득력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불필요하게 길고 지루하다. 151분의 러닝타임동안 <배트맨 대 슈퍼맨>은 끝없이 세팅한다.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떡밥뿐만 아니라, 배트맨과 슈퍼맨의 신념이 대립하는 것에 대한 세팅, 배트맨의 트라우마를 강조하는 장면, 렉스 루터가 두 영웅을 대립시키려는 준비 등이 거의 2시간 동안 이어진다. 플롯의 문제라기 보단 반복적으로 플래시백이 등장하고, 배트맨과 슈퍼맨, 렉스 루터의 시점을 탁구공처럼 오가며, 다음 영화를 위한 떡밥을 세팅하며 뜸을 들인 덕에 발생한 문제이다. 기나긴 세팅에 비해 어머니의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허무하게 끝맺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격돌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사실 복잡한 철학과 신념 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배트맨이 살인을 자행한다는 점이다. 물론 데드풀처럼 범죄자의 머리통을 쏴버리고 칼로 조각내지는 않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자들을 죽여 버리는 배트맨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배트맨의 꿈(인지 멀티버스인지는 확실히 모를) 장면에서 악당들을 총으로 쏘는 장면은 꿈(혹은 멀티버스)이기에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배트모빌과 배트윙 전면부에 떡하니 기관총을 달아놓고 범죄자들이 탄 자동차를 폭파시켜버리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본래 배트맨은 불살(不殺)의 히어로이다. 적을 불구로 만들어 버릴지언정 죽이지 않고 아캄 수용소에 집어넣는 것이 바로 배트맨의 특징이다. 조커가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으로 몰아넣는 장면이 코믹스와 <다크 나이트>트릴로지에서 배트맨의 주된 도덕적 고뇌였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와 각본가 데이빗 S. 고이어, 크리스 테리오는 배트맨의 도덕적 고뇌를 삭제시켜버린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배트맨은 어릴 적 부모님을 잃어버린(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트라우마만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한다. 두 영웅의 격돌이 허망하게 끝나버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의 액션은 역시나 웅장했지만 강약조절이 없었다. 전작 <맨 오브 스틸>에서도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맨 오브 스틸>의 액션은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빠르고 강렬하고 파괴적인 액션이지만, 강하게 내려치기만 해대는 액션을 보고 있자면 쾌감보다 피로감이 먼저 도착한다. 피오라와 슈퍼맨의 첫 대결은 인상적이었으나, 조드 장군과 슈퍼맨의 대결은 메트로폴리스가 가루가 되든 말든 지루할 뿐이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도 마찬가지다. 메트로폴리스에 이어 고담이 파괴되든 말든 관객들은 피로감만을 느끼게 된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 허망하게 끝나버렸기에 느껴진 실망감과 강약조절 없는 슈퍼맨의 액션들은, 이제는 영화의 단점으로 작용하게 되어버렸다. 후반부 원더우먼의 액션이 가뭄의 비처럼 느껴지도록, 그래서 <저스티스 리그>와 <원더우먼> 솔로 영화에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도록 설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행히도 배트맨이 마사 켄트(다이엔 레인)을 구하는 장면에서의 액션은 배트맨만의 액션을 선보이며 어느 정도 액션의 쾌감을 전달한다.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배트맨 대 슈퍼맨>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다. 특히 세 슈퍼히어로의 캐스팅은 끝내준다. 헨리 카빌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뒤를 잇는 끝내주는 슈퍼맨이다. 영국인임에도 미국적인 히어로를 외모와 연기 양면에서 만족스럽게 소화해낸다. 클락 켄트일 때의 모습이 많이 등장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지만, 헨리 카빌은 확실히 좋은 슈퍼맨이다. 크리스천 베일에 이어 배트맨에 등극한 벤 에플렉은 우려와는 달리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했다. 192cm 거구의 체구가 <배트맨 대 슈퍼맨>의 무자비한 배트맨에 딱 어울렸다. 다만 맹목적인 목적의식과 냉철한 탐정인 배트맨답지 못한 아둔한 모습은 아쉬웠다.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완벽하다. 최고의 캐스팅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가장 큰 수혜자는 원더우먼이다. 한스 짐머와 정키XL이 제공한 ‘Is She With You?’에 맞춰 등장한 원더우먼의 존재감은 두 히어로를 압도한다. 배트맨의 조력자 알프레드는 마이클 케인에 이어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했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알프레드와 폭스를 합친 듯한 캐릭터인데, 모든 배트맨 코믹스와 영상물 중에서 이렇게 섹시한 알프레드는 처음이다.

렉스 루터는 어딘가 아쉬웠다. 제시 아이젠버그라는 배우의 캐릭터에 기대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소셜 네트워크>나 <아메리칸 울트라>에서 보여준 수다쟁이 너드 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좀 더 정신병적인 느낌을 넣었달까.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는 뛰어나지만 간혹 과하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등장해 관객들을 당혹시킨다. 다만 렉스 루터와 핀치 상원의원(홀리 헌터)이 맞부딪히는 모든 장면은 최고였다. 그 순간의 연기는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는 인디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최악의 캐릭터는 로이스 레인이다. 초반부의 아프리카 나이로비에서의 총격전을 추적하는 로이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전혀 흥미를 주지 못한다. 또한 용감한 기자로써, 저널리스트로써 슈퍼맨과 배트맨을 다루던 로이스의 모습은 후반부에 온데 간데 사라진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주인공의 각성을 위한 여주인공의 모습뿐이다. 크립토나이트 창을 물속에 던져버렸다가 다시 찾으러 들어가서 그 속에 갇혀버리는 모습은 로이스 레인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모독에 가까운 처사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슈퍼히어로가 아닌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은 이거 밖에 안 된다.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저스티스의 시작이라는 영화의 부제대로 <배트맨 대 슈퍼맨>은 DCEU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5편의 솔로 영화로 기반을 다진 뒤 발표된 마블의 <어벤져스>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DC가 성급하게 DCEU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드러났다. 11월 개봉할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촬영을 마치고 내년에 개봉 예정인 <원더우먼>이 어떤 결과물일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슈퍼맨 리턴즈>와 <그린 랜턴>의 전철을 밟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험난한 시작이지만 마블의 MCU처럼 DCEU도 자리를 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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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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