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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타난 니체의 영원회귀

권오경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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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구글이미지

[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크게 두 줄기를 갖고 있다. 하나는 연애이야기, 또 다른 하나는 역사적, 정치적 상황의 이야기이다. 이 둘은 서로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고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사실 여태까지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이 영화 (소설에 담긴 이 큰 두 줄기와 그 안의 미묘한 철학세계를 풀어내지 못한 채 오로지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인)에 대해 엄청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필립 카우프만의 ‘프라하의 봄’은 소설의 내용을 그저 ‘착실히’ 모방하고 있는 영화다. 사랑을 나눌 때 신음이 아닌 비명을 지르던 소설 속의 테레자는 영혼주의자라기보다 웬 십대소녀가 되어 나타났고 가벼운 연애 행각을 벌이지만 테레자를 향한 사랑이라는 무거움으로 삶을 살아가던 토마시는 오히려 가벼운 성생활덕분에 테레자와의 영혼적 교감을 지속해나가는 듯이 보였으며 한없이 자유롭고 매혹적인 매력의 사비나는 자유롭다기보다 어딘가 값싼 퇴폐미가 부각되었고 육체의 가벼움과 이성, 즉 이념이라는 무거움을 대변함과 동시에 이러한 육체와 이성의 지상으로부터의 온전한 도피를 열망하던 프란츠는 소설의 견고한 정사각형의 구도를 사다리꼴로 망가뜨려 놓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로 칼럼을 쓰는 이유는 소설을 읽지 못하고 영화만 본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기 위함이고, 사랑이 운명이라고 믿고 또 그것의 영속성과 힘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하기 위함이다.

니체의 영원회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은 첫 장부터 니체의 영원 회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플라톤의 이데아개념이나 헤겔의 절대정신의 이념과 마찬가지로 현상과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생은 원의 형상을 띠면서 무한히 반복되는 것임을 나타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똑같은 것의 무한 반복이 아니라, 늘 새로운 것이 반복되는, 즉 일회성이 반복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생은 한번밖에 없다는 일회성을 띠며 이 일회성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가능성(es konnte sein : 그럴 수도 있다.)과 필연성(es muss sein :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있다. 똑같은 것의 무한 반복은 es muss sein, 즉 필연성을 나타내지만 늘 새로운 것이 반복되는 것이자 일회성이 반복되는 것은 es konnte sein, 즉 우연성, 가능성을 나타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필연성은 정치와 키치로, 가능성은 사랑으로 드러난다.

   
▲ 출처: 구글이미지

쉽게 말하자면, 본질은 바다이고 현상은 파도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무한히 반복)는 필연적으로 부서지고(일회성) 또 다시 생겨난다.(새로운 것의 반복) 바다에서 일어나는 파도의 반복적인 소멸과 생성은 본질과 현상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렇듯 본질은 늘 새로운 것으로 돌아온다. 이 새로운 것은 생의 충동으로서 디오니소스적 사고를 나타내는데 이러한 것은 오로지 우연으로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필연적인 관계와 필연적인 만남에서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연적인 만남만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발생시키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우연적인 만남은 바로 테레자와 토마시의 만남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것은 바로 사랑이다. 여기서 그들의 만남에 대한 말을 덧붙이자면 토마시가 테레자를 바라보며 그녀가 ‘강물에 떠밀려내려온’ 아기임을 확신한다. 여기서 오이디푸스의 전설이 등장하고 엄마에게 버려진 테레자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 토마시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운명과 만나 이 두 필연이 강물을 타고 가능성으로 흘러들어간다. 여기서 영혼과 육체의 관계를 유추해낼 수 있는데 이것은 필연이 우연이되는 과정으로, 영혼과 육체는 이질적이고 만날 수 없는 것, 각자의 필연을 가진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만나야만 하는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암시하는 것이다.

   
▲ 출처: 구글이미지

행복과 슬픔의 변증법

그들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전개 또한 오로지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es kunnte sein’, 즉 가능성의 세계이자 사랑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의 종말은 행복한 결말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이 소설 말미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오고 갔다. 테레자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는 안개 속을 헤치고 두 사람을 싣고 갔던 비행기 꿈과 똑같은 이상한 행복과 이상한 슬픔을 느꼈다. 이 슬픔은 우리가 종착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이 슬픔의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죽음, 즉 소멸하는 존재를 바라보는 연민의 감정(슬픔)과 둘이 있음에 느끼는 행복의 엑스타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이 맞이하는 죽음은 곧 생의 일회성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양극단’의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움이자 사건인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양극단의 인물, 테레자와 토마시

테레자는 영혼주의자인 반면 토마시는 육체주의적인 인물이다. 테레자는 일회성(언젠가 부서지고 마는 파도처럼 덧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거부하는 인물이지만 토마시는 이러한 본질의 일회성(존재의 가벼움)을 향유한다. 그는 테레자를 만나기 전까지 여러 여자들과 성관계를 맺으며 지내왔고(물론 테레자를 만난 이후에도 성관계는 있지만 영혼을 거부해오던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테레자는 토마시를 만나기 전까지 육체를 거부한 채 영혼간의 결합만을 신봉해왔지만 토마시를 만나고부터 육체를 발견한다. 그들은 일회성으로부터 비롯된 가능성(그럴 수도 있다. 새로운 양태, 여기서는 즉 사랑)과 필연성(사라질 수밖에 없다. 덧없다. 존재의 가벼움)을 각각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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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육체의 봉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이렇듯 양 극단의 두 인물이 가까워지며 봉합되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이다. 다시 말해서 영혼주의적 인물인 테레자와 육체주의적 인물인 토마시가 만나는 일차적인 봉합과 두 인물 각자의 내부에서 영혼과 육체가 만나는 이차적인, 보다 심층적인 봉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는 테레자가 기술자와의 성관계를 통해 자신의 성기 근처에 있던 조그마한 반점을 발견하고 관계 이후의 배설을 통해 영혼이 떠나버린 육체 그리고 방황하는 영혼의 모습을 통해 영혼은 육체없이는 두려움에 떠는 것이자 방향성을 잃은 허울이라는 것을, 즉 영혼은 육체와 함께있어야만 하는 것을, 육체는 영혼을 담아야만 하는 것임을 깨닫고 토마시또한 이전의 여자들에게서 갖지 못한 공감이라는 감정을 통해 테레자의 영혼주의적인 성격이 토마시에게로 건너가 감염관계를 갖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이러한 봉합과정에 가속도를 붙여주는 것이 소설의 다른 줄기인 정치적인 상황이다. 너무나도 양 극단의 인물들이기에 그들만의 힘으로는 어려웠을 봉합과 결속의 과정이 정치적 상황덕분에 토마시가 안정적인 의사직에서 소도시의 의사로, 창문닦이로 또 시골로의 도피까지 이어지는 등과 같이 정치로부터 내쫓기며 테레자와 토마시는 단 하나의 소실점(필연적으로 둘만 존재하는 곳)으로 밀려져 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테레자가 우연에 의해 토마시에게 건져지고 완벽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의 영혼과 육체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정치적 상황’이라는 요소를 통해 가속화시키며 두 인물의 영혼과 육체가 결합한,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종착역에 도달하게끔 하여 그 둘을 가능성의 세계, 즉 사랑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그들의 만남은 각각의 es muss sein (필연)으로서 만나 einmal ist keinmal(일회성, 우연)을 통해 es kunnte sein(사랑) 으로 완벽히 흘러들어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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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기자
okyung120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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