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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적 영화 <그래비티, 2013>

홍진희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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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래비티

<아바타, 2009>의 성공 이후 3D 영화는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고 우리에게 이제는 익숙한 매체가 되었다.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의 발달로 관객들은 이질감 없는 실제와도 같은 화면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고, 입체적인 3D 영상은 보다 완벽한 현실감을 요구하는 관객의 욕구와 잘 맞아 떨어지는 한 쌍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3D 영상을 접했을 때의 감동은 이러한 화면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무뎌지기 마련이라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또 3D 화면을 인식하기 위한 안경 착용에 따른 인지적 한계와 시각적 피로감을 동반한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지구로부터 600km 떨어진 우주에서 한 인간의 생존기를 다룬 <그래비티>는 이런 3D 영화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봉과 동시에 3D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이 영화가 생존이 불가능한 우주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1인칭 관점의 체험적 특성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 재난이 시작되면서부터 영화는 1인칭 시점으로의 변화를 준다

영화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시점의 이미지로 시작한다. 그리고 곧 등장하는 인물들이 지구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 같은 평범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천천히 관찰한다. 카메라는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촬영한 것처럼 등장인물 주변과 배경을 지속적으로 회전하며 촬영을 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함께 우주를 유영하며 관람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체험적 영화의 목적을 잘 살려낸다. 또 극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을 지켜보는 전지적 시점의 화면을 보여주지만 위성의 파편으로 인해 주인공의 재난이 시작되면서부터는 1인칭 시점으로의 변화를 준다. 주인공 스톤이 묶여 있던 구조물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순간 관객은 다시 처음 시작 장면과 비슷한 지구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한없이 작아서 점과도 같이 보이는 스톤이 점점 화면으로 다가오면서 오랜 시간 클로즈업 된다. 이는 광활한 우주에서 아주 작은 존재인 인간의 무력함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클로즈업 된 스톤의 얼굴을 통해 관객이 영화 속 재난의 긴박함을 주인공과 함께 느끼게 하는 효과를 준다. 이 시점부터 관객은 스톤의 시점을 따라가며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3D 영화처럼 평면적인 영상을 입체감 있게 보여주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비티>는 유일한 생존자인 스톤의 시점을 따라가며 주인공과 함께 인간이 살 수 없는 우주공간에 혼자 남은 공포를 관객은 느끼게 된다.

   
▲ 침묵을 원해 지구를 떠났지만 인간은 혼자서만 살아가기는 힘들다

<그래비티>는 1인칭 시점의 생존기를 다룸으로써 관객에게 동일시의 효과를 주지만 이와 별개로 전지적 시점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다. 예를 들면 스톤이 라이언과 과거 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스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다가 서서히 카메라의 시점은 지구를 향한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는 시점을 지구로부터 라이언이 함께 이동하기 위해 스톤과 연결한 선으로 시점을 옮긴다. 스톤이 왜 지구를 떠나 우주를 왔는지 알려주는 이 장면은 침묵을 원해서 지구를 떠나왔지만 결국 혼자서는 살아남기 힘든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는 인간 대 인간과 그런 인물들을 바라보는 전지적 시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확히는 전지적 시점이라기보다는 영화의 제목처럼 중력이 존재하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우주 공간과는 달리 태어난 모습 그대로도 생존할 수 있는 어머니와도 같은 대지가 있는 지구의 시점인 것이다.

   
▲ 무중력 상태의 자궁과도 같은 우주선에서 스톤은 강력한 생존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에서 지구는 도입부에서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등장하고 주인공 스톤이 위기를 당했을 때나 상념에 잠겼을 때, 좌절했을 때, 그리고 다시 일어 날 때등 매순간 등장하여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인간을 침묵을 지키며 바라본다. 그저 영화의 배경으로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래비티> 속 지구의 지속적인 등장은 주인공은 물론 관객에게도 중력의 존재에 대해 각인 시키는 중요 요소인 것이다. 이는 상처받고 커뮤니케이션과 관계의 단절을 선택한 스톤이 가까스로 소유즈에 들어가 무중력 상태의 자궁과도 같은 우주선에서 절실히도 지구의 품에 안기기를 원하는 강력한 생존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재탄생 되는 과정의 결정적 타당성을 주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지구로부터 전해지는 시점의 존재는 결말에 스톤이 양수와도 같은 물속에서 힘겹게 빠져나와 대지를 촉감으로 느끼고 중력의 무게를 견디며 힘겹게 일어나는 장면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공헌을 한다. 1시간 30분가량을 주인공과 함께 힘겹게 생존 체험을 하면서 관객은 실제 우주가 아님에도 지구의 중력을 원하게 되고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고 지구에서 일어섰을 때 안도감과 생존이라는 1차원 적인 차원에서의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비티>의 감각을 자극하는 체험적 영상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각만을 자극하는 영화였다면 이 영화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재난을 당한 인간의 생존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공간 속 인간의 존재론적 관점까지도 영화 속에 녹여내 인문학적 사유까지도 가능하게 한 체험적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아주 영리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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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희 기자
daluma@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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