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강태욱] 사진에서 가장 다양한 기호를 가진 부분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색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들이민다고 하여도,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이유이다. 그만큼 색이란 것은 주관적이며 100% 만족할 수 없는 어려운 부분인 것이다. 카메라의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다양한 방면에서의 발전이 있어왔지만 색감을 제대로 뽑아내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 공장에서 카메라를 만들어내는 구조에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색감을 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색감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연출하는 것은 후보정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다.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화이트밸런스(특정 톤의 색채가 심하게 두드러져 다른 색들을 모두 침식해버리면 보정이 불가능하다. 이때는 촬영 당시 카메라 세팅으로 화이트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로 RAW파일 촬영을 하였다면 포토샵에서 색을 거의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색이라는 것이 사진에서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혹은 색이 없을 때 더욱 빛나는 구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때는 과감하게 흑백처리를 시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1. 색은 시선을 분산시킨다.
색은 분명히 시선을 사로잡는(Eye-Catching)의 가장 좋은 수단이다. 화려한 색감의 사진은 지나치다가도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만큼 사진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색감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러한 강력한 끌림이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눈을 현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은 부분에 포인트가 있는 사진의 경우에는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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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피섬, 푸켓 / 2015년 8월 / 작가 : 강태욱 (본인) | ||
위 사진의 시선은 중앙의 선원으로 향한다. 구도적 이점을 활용하여 삼각구도의 정점에 강조하고 싶은 피사체를 위치시키고, 주변 물의 색깔과 강한 명암 대비를 이용하였다. 이러한 구도에서도 충분히 피사체가 강조될 수 있지만, 주변의 녹색과 청색의 강한 색채때문에 시선이 금방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가 찍은 사진의 중요한 부분을 최대한 오랜 시간동안 집중해서 보게 되기를 원한다면 강한 주변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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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피섬, 푸켓 / 2015년 8월 / 작가 : 강태욱 (본인) | ||
이제 사진을 흑백으로 바꿔 보도록 하겠다. 특별한 흑백 필터 효과를 적용하지 않고 단순히 라이트룸에서 Black&White 전환 버튼만을 눌러 얻은 사진이다. 보정하기 전의 사진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시선이 주변으로 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지 상단부의 산과 배들에 더 이상 시선이 가지 않고, 아랫쪽에 머물면서 선원의 아름다운 근육이 더욱 부각된다. 시선의 집중이 중요한 구도에서는 해당되는 피사체의 색채를 튀게 만들거나, 얕은 심도를 이용하여 피사체 이외의 부분들을 흐리게 하거나, 혹은 위의 예시처럼 흑백으로 만들어 주변에 주의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을 차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 흑백은 질감을 강조한다.
사진의 분위기를 내는 방법 중에서 대상의 질감을 강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예가 나무의 질감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명암이 확실히 대비되는 아름다운 나뭇결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진을 좀 더 살아있는 것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색감이 짙은 사진의 경우 색채가 명암 효과를 잠식하여 질감 자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색채는 사진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질감을 표현하는 것과 함께 적절히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질감 자체를 강조하는 것이 이러한 조화를 이루는 것보다 더 많은 이점을 가져간다면, 색채를 제거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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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 일본 / 2014년 8월 / 작가 : 강태욱 (본인) | ||
이번 예시는 개인적으로 칼라와 흑백 버전 모두 좋아하는 사진들이다. 따라서 흑백 처리를 한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 보다는 둘 사이의 차이를 찾아보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위의 칼라버전은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풍긴다. 이미지 전체의 색채가 붉은색이나 주황색의 따뜻한 색으로 채워져 있어 색온도가 높고, 나무의 결 또한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밝은 주황색과 어두운 나이테가 어우러지면서 원목의 느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나무 질감에 색채가 개입하면서 질감의 효과는 약간 가감되었으나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느낌의 이미지가 될 수 있었다. 다음은 흑백 버전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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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 일본 / 2014년 8월 / 작가 : 강태욱 (본인) | ||
흑백처리를 했을 경우에는 명암의 대비가 더욱 극명하다. 색의 개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소재의 질감에만 집중할 수 있고, 색채에 집중하던 시선들이 모두 명암에 쏠리기 때문이다. 칼라 버전에서는 시선이 이미지 전체에 퍼져있는 반면, 위 흑백 버전의 경우 우측 부분은 살짝 훑어보고 넘어가는 정도의 시선을 끌고, 왼쪽 조각이 대부분의 시선을 가져가게 된다. 이것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보는 사람의 시선의 흐름을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FIN.
흑백과 칼라는 서로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 오늘 살펴본 예시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색채의 유무가 작품을 감상하는 스타일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같은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들에 의해서 시선의 흐름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 편이다. 취향이 매우 독특하거나,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그러한 장치들에 대부분 시선을 빼앗기고, 순서대로 작품의 요소요소를 감상하게 된다. 그 말은 사진을 찍는 우리가 후보정을 통해서 감상의 포인트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고, 포인트를 조절한다는 것은 주제를 우리의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대상에서 다양한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예술적 관점에서, 같은 사진에서 감상의 포인트를 제어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색을 과감히 포기하고 흑백을 선택함으로써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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