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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다.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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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태엽 오렌지> 포스터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스포일러 있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시계태엽 오렌지>가 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스탠리 큐브릭 展>을 맡아 압구정 CGV에서 상영되었다. 세로자막영사 때문에 관람 환경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만들어진지 45년이나 된 걸작을 극장상영으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어서 관람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까지 인생 내내 기억될 몇 안 되는 행복한 하루였다.

   
▲ <시계태엽 오렌지>의 주인공 알렉스(말콤 맥도웰)

<시계태엽 오렌지>는 영화 역사상 최악의 악역 알렉스(말콤 맥도웰)과 그의 패거리를 등장시키며 시작한다. 알렉스와 패거리는 길에서 동냥하던 노숙자를 폭행하고, 다른 패거리와 패싸움을 일으키며, 어느 작가의 집에 무단 침입해 그를 폭행하고 그의 아내를 강간하는 등 갖가지 비행을 저지른다. 그러던 중 알렉스는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그를 싫어하던 패거리의 배신으로 경찰에 잡혀 교도소에 수감된다. 2년 동안 수감생활을 거친 알렉스는 빠른 석방을 위해 루도비코 실험에 지원한다. 이 실험은 알렉스에게 강제적으로 폭력적, 선정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이후 폭력적, 선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 강제적으로 선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험 이후 석방된 알렉스는 자신이 폭행했던 노숙자, 그를 배신하고 경찰이 된 패거리를 만난다. 그들은 알렉스에게 폭력적인 복수를 하지만, 폭력성이 강제적으로 억제된 알렉스는 저항하지 못한다. 이후 어떤 집에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그 집은 그가 과거에 폭행했던 작가의 집이었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실험의 부작용으로 알렉스가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들으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들은 알렉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그를 감금하고 베토벤 9번 교향곡을 틀어 고통을 가해 그가 자살하게 만드려 하지만, 알렉스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입원된다. 이후 그에게 실험을 강행한 장관이 찾아와 정치적 협조를 부탁한다. 그의 제안을 승낙한 알렉스의 “나는 완전히 치유되었다”라는 대사와 함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영화가 끝난다.

   
▲ <시계태엽 오렌지> 스틸컷

<시계태엽 오렌지>는 자유의지에 관한 이야기다. 자유의지를 거세당하고 강제적으로 폭력성을 지우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교화인가? 자유의지를 거세하는 방법은 알렉스와 같은 범법자들이 저지르는 폭력과 무엇이 다른가? 스탠리 큐브릭은 <시계태엽 오렌지>를 통해 자극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제시한다. 다양한 의문이 제시될 수 있고, 사실 다양한 답이 제시될 수 있는 주제이다. 다양한 논쟁이 오가고, 철학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그럼에도 스탠리 큐브릭은 과감히 문제를 제시하고 자신만의 답을 내놓았다. <시계태엽 오렌지> 직전에 발표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호함과는 다른 방향의 영화이다. 물론 상업영화들 만큼 직접적이고 직설적이지는 않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생각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무자비한 알렉스의 악행과 그 악행만큼 무자비한 루드비코 실험을 통해 문제제기는 확실히 되었다. 그렇다면 큐브릭의 답은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우선 장면의 대비를 통해 한 가지를 읽어낼 수 있다. 우선 오프닝 장면, 알렉스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카메라는 줌아웃 되면서 그의 패거리와 밀크 바의 음란한 조각상들을 서서히 드러낸다. 대칭적으로 균형 잡힌 화면과 어딘가 불안한 음악이 대비를 이루며 알렉스와 패거리의 악행을 예고한다. 이후 루드비코 실험 이후의 알렉스가 작가의 집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들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 오프닝에서의 기법이 그대로 사용된다. 알렉스가 있는 위층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작가의 얼굴 클로즈업에서 줌아웃 되며 작가의 동료들을 비춘다. 알렉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그들의 의도가 드러나며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비슷한 방식으로 알렉스가 노숙자에게 가했던 폭력을 루드비코 실험이 성공했는지 발표하는 자리에서 유사하게 재연하기도 한다.

   
▲ <시계태엽 오렌지> 스틸컷

알렉스의 악행부터 루드비코 실험, 그의 피해자인 작가의 폭력까지 <시계태엽 오렌지>가 그리는 세상에선 다양한 폭력이 존재한다. 폭력으로 가득 찬 세상이다. 알렉스와 작가는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 서로의 자유의지를 거세하려 들고 정부는 그들에게서 자유의지를 거세하려고 시도한다. 루드비코 실험뿐만 아니라 마지막 병실에서의 제안도 결과론적으로 알렉스의 자유의지를 장관의 마음대로 하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알렉스는 “나는 완전히 치유되었다”라는 내레이션을 내뱉는다. 환상 속의 섹스신과 함께 등장하는 이 대사는 루드비코 실험으로도 거세할 수 없는 알렉스의 자유의지가 신체적 고통에서 해방되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폭력으로 가득 찬 <시계태엽 오렌지> 속 세상에서 알렉스의 폭력성은 일상적인 것이고, 때문에 그의 폭력성이 사라지지 않았어도 ‘완전히 치유된’것으로 간주된다. 큐브릭의 그려낸 근미래는 폭력이 자유의지를 지배한다.

영화와 동명의 원작소설 작가 앤서니 버지스는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알렉스가 어른이 되어 ‘철이 드는’ 일종의 해피엔딩인 소설과는 다른 암울한 엔딩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원작 소설을 뜯어 고치는 것으로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이지만, 이번 선택은 그만의 답을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더욱 흥미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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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dsp9596@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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