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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가성비가 좋다는 것은 이런 것

김정민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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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 = 김정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영화 <데드풀>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데드풀>은 다른 히어로 영화의 반도 되지 않는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기발한 아이디어 몇 개만으로 여타 히어로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오락이 되었다. 러닝타임 내내 갖가지 방식의 유머를 총 동원하여 관객을 무너뜨리며, 초반부 액션은 잘 연출되어 액션영화로써의 재미도 있다. 여기에 사랑스런 로맨스는 덤이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망작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이는 히어로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데드풀>의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 데드풀 포스터

<데드풀>의 재미는 거의 캐릭터에서 나온다. 전형적인 히어로의 모습과 거리가 먼 인물을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기존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재미-즉 관습 파괴의 쾌감-를 만들어 냈다. ‘데드풀’은 세상을 구하는 일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수다스러운 데다 하는 말의 대부분이 욕설이고 성적인 농담이다.(‘캡틴 아메리카’가 보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정도다.) 또 기존의 히어로들의 모습을 ‘모범생’이라며 비꼬며 “나는 슈퍼(super)하지만 히어로는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덕분에 영화는 기존 히어로물이 표현하지 못했던 것까지 표현해낸다. 섹스장면은 물론이고 B무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과격한 폭력묘사까지 있다. ‘데드풀’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자칫 과하게 연출될 수도 있었지만 극단적으로 노골적인 묘사는 없다. 섹스장면은 과해보이기는 커녕 한 연인의 사랑했던 시간을 훌륭히 압축하면서 오히려 로맨틱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과격한 폭력은 악당들에게만 국한되어 있어 불쾌함이나 거부감이 덜하다.

 ‘데드풀’의 언행은 웃음에 대한 성공률이 높다. 성적인 농담이나 화장실 유머가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는데, ‘데드풀’의 랩에 가까운 화법 덕분에 질리지 않는다. 슬랩스틱 코미디도 훌륭하다. ‘데드풀’이 온 몸이 강철로 된 ‘콜로서스’를 공격하고 팔이 부러져 괴로워하면서도 계속 공격하려는 장면은 배꼽을 잡게 만든다. ‘데드풀’의 풍부한 대중문화 지식을 유머의 원료로 삼는 것도 성공적이다. 영화 <테이큰>, <스타워즈>, <127시간>, <매트릭스>, 밴드 ‘림프 비즈킷’ 등을 적절하게 인용함으로써 폭소를 자아낸다.(또한 이 대중문화의 인용은 영화를 풍요롭게 즐기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 <데드풀> 스틸컷

 물론 <데드풀>에도 단점은 있다. 초반부 액션은 나쁘지 않지만 후반부 액션은 단조롭고 개성이 없다. 악역 역시 후반부로 갈수록 위압감이 떨어져 재미를 반감시킨다. 히어로물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액션과 강력한 악역을 보는 재미가 적다는 것은 이 영화의 분명한 약점이다. 게다가 이야기와 플롯은 전형적인 복수극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약점 중 이 영화의 유머의 재료가 되어 오히려 강점으로 바뀐 것도 있다. 클리셰(관습적인 표현)가 그렇다. <데드풀>은 주인공은 신선한데 다른 캐릭터는 전형적이다. 히어로의 관습을 깨는 것까지는 좋은데 큰 틀에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관습은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 <데드풀>은 스스로 이런 클리셰를 인정하고 영화 내내 유머의 재료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데드풀> 자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헐리우드 영화의 클리셰를 보다 효과적으로 꼬집고 있으며, 각종 클리셰를 비웃는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에 힘까지 실어줬다.

 대표적인 장면이 오프닝이다. <데드풀>은 오프닝에서부터 이 영화의 단점을 까발린다. 이 크레딧에는 ‘화끈한 여주인공’, ‘영국인 악당’, ‘무정한 십대’, ‘CG 캐릭터’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흔하게 등장하는 요소들이다. <데드풀>은 스스로 이 영화가 이렇게 관습적인 요소들을 등장시킬 것이라고 비꼰다.(그리고 실제로 이 요소들이 등장한다.)

   
▲ 데드풀 포스터

 클리셰를 유머화 하는 것은 ‘데드풀’이 가진 능력 중 ‘제 4의 벽 부수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가능했다. ‘제 4의 벽’이란 캐릭터와 관객 사이의 벽을 의미하는데, ‘데드풀’은 이 벽을 뚫고 나와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이 영화 속이라는 것을 안다.(그는 ‘매그니토’를 만나면 이렇게 말할 캐릭터다 “안녕! 마이클 패서밴더!”) ‘데드풀’은 종종 ‘제 4의 벽을 뚫고 나와 이 영화의 클리셰를 비꼰다. 앞서 언급한 이 영화의 오프닝도 ‘데드풀’이 ‘제 4의 벽’을 뚫고 나와 오프닝에 관여해 클리셰를 비꼰다는 설정으로 보인다.

 ‘제 4의 벽 부수기’는 이 외에도 영화 속 세계를 살짝 살짝 흔들며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하고 적은 제작비로 인한 단점을 유머로 승화시켜 극복해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데드풀’이 돌연변이 학교에 X맨의 도움을 청하러 가는 장면이 그렇다. 이 영화에는 조력자로 X맨이 등장하는데, 영화 내내 ‘콜로서스’와 ‘네가소닉’ 둘만 계속 등장한다. 이에 ‘데드풀’은 일갈한다. “왜 이 큰 학교에 둘만 있어, 제작비 없는거 티내?”

   
▲ 데드풀 홍보사진

 <데드풀>은 영리한 각본과 연출 덕분에 적은 제작비로도 좋은 오락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드풀’이라는 좋은 만화책 속 캐릭터 하나를 영화 속 세계 안으로 안착시켰다. <데드풀>의 영화 판권은 ‘20세기 폭스’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연결되긴 힘들다. 하지만 ‘엑스맨 유니버스’와는 연결될 수 있다. ‘데드풀’이 워낙 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다. 이제 ‘20세기 폭스’는 작년 <판타스틱 4>의 악몽에서 벗어나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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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ashgray1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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