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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영화 <데드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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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드풀> 메인 포스터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스포일러 포함*** 10년 만에 개봉이다. <엑스맨>시리즈의 판권을 가진 20세기 폭스는 약 10년 전에 <데드풀>의 영화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코믹하고 잔인하고 정신 나간 안티 히어로는 높은 선정성과 폭력성, 몇몇 <엑스맨>시리즈의 실패 등으로 여러 차례 제작이 연기되었다. 2009년에 개봉한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 역할로 등장하긴 했지만, 칼을 주무기로 이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의 데드풀 캐릭터가 아니었다. 입을 막고(마블 세계관을 통틀어 가장 말이 많은 캐릭터가 데드풀) 울버린, 싸이클롭스 등과 어처구니없는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2009년의 데드풀은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되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후 2011년 DC의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을 통해 슈퍼히어로 장르에 다시 도전하지만 역대 최악의 악평을 들으며 흥행과 비평 모두 실패. 그러던 중 데드풀이 포함된 히어로 팀 <엑스포스>의 제작이 확정되면서 <데드풀>의 제작에 청신호가 켜진다. 하지만 R등급이라는 한계 때문에 5800만 달러의 적은 제작비가 투입 되었고(영화 안에서 엄청 깐다) 심지어 라이언 레이놀즈의 사비가 투입되기도 했을 정도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데드풀>은 북미에서 역대 R등급 영화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한국에서 유료시사 첫날 4만5천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 <데드풀> 스틸컷

<데드풀>은 발렌타인 데이 시즌에 개봉하는 만큼 ‘트루 러브스토리’를 표방한다. 특수부대 출신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우연히 만난 바네사(모레나 바카린)과 사랑에 빠진다. 설날, 발렌타인 데이, 추수감사절, 사순절, 세계 여성해방의 날 등의 명절을 음양합일하며 보내던 그들은 마침내 결혼을 결심하지만 웨이드에게 불운이 찾아온다. 간, 폐, 뇌, 전립선에 퍼진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 어느 날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오고 암을 낫게 해줌과 동시에 강력한 힘을 줄 수 있다고 제안한다. 바네사 몰래 제안을 받아들인 웨이드는 실험에 참가해 능력을 얻지만, 그것이 그를 슈퍼 노예로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계략을 알게 되고(여기에 그가 흉측한 외모가 되었다는 것에 분노를 품고) 실험을 진행한 에이잭스(에드 스크레인)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흉측해진 몸을 가리기 위해 코스튬을 만들어 입고 ‘데드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동분서주하던 웨이드는 결국 에이잭스의 행방을 알아내고 그를 거의 잡는 데 성공하지만, 여기저기 사고를 친 데드풀을 막기 위해 출동한 엑스맨의 콜로서스(앙드레 트리코테우스)와 네가소닉 틴에이지 웨헤드(브리아나 할데브란드)로 인해 놓쳐버린다. 이후 에이잭스는 바네사를 납치하고, 이에 데드풀은 엑스맨의 탓을 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데드풀> 스틸컷

기나긴 여정 끝에 결실을 맺은 <데드풀>. <데드풀>은 위트와 패러디, 개그와 고어, 선정성과 폭력성을 두루 탑재한 성인용 슈퍼히어로 영화이다. 본격 성인용 슈퍼히어로를 표방한 <데드풀>은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의 많은 것들을 비틀고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한다. 첫 번째로, 비선형적 서사구조가 있다. 시간 순을 따르는 직선적인 슈퍼히어로 장르 영화들의 서사구조 대신 <대부2>처럼 현재와 플래시백을 오가는 서사구조를 취하고 있다. 영화는 에이잭스의 일당을 데드풀이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자동차의 충돌로 튕겨나가는 데드풀이나 콜로서스에게 맞아서 날아가는 데드풀의 표정이 웨이드 윌슨의 표정과 오버랩 되며 플래시백이 진행되고, 데드풀의 잔망스런 내레이션이 관객들을 다시 현재로 데려온다. 걸쭉한 입담을 소유한 데드풀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선택이고, 수시로 제 4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데드풀의 모습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또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 적은 제작비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의 에이잭스 일당과 데드풀의 결투 장면은 영화의 중반부까지 반복해서 등장한다.

   
▲ <데드풀> 스틸컷

두 번째는 콜로서스 캐릭터의 이용 방법이다. 콜로서스는 기존 엑스맨 시리즈에 여러 번 등장했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의 사건으로 리부트된 엑스맨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바뀐 설정으로 다시 등장한 콜로서스는 기존의 슈퍼히어로적인 가치관을 의미한다. 키즈마인드닷컴의 통계에 따르면 <데드풀>에는 무려 84번의 F*ck과 수십 번의 다양한 비속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올바른 슈퍼히어로 가치관을 지닌 엑스맨 콜로서스의 입에서는 절대 비속에가 나오지 않는다. <데드풀>이 아닌 <엑스맨>영화에서의 모습을 위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이를 비웃듯이 비속어와 음담패설을 쏟아내는 데드풀을 보고 있자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히어로가 등장했음을 공표하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올바른 슈퍼히어로에 대한 일장연설을 듣다 에이잭스를 쏴죽여버리는 데드풀의 행동은 그 자체로 새로운 녀석의 등장이라는 선언처럼 보인다. 영화 내내 관객들에게 자신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고 말하는 데드풀의 대사가 데드풀의 독특한 위치에 힘을 실어준다.

   
▲ <데드풀> 스틸컷

세 번째는 역시 수많은 저급한 욕설과 음담패설, 각종 패러디와 오마주이다. 일단 오프닝에서부터 관객의 혼을 쏙 빼놓고 시작한다. 뒤집어지고 있는 벤에서 격투중인 데드풀의 모습을 정지화면으로 훑으며 등장하는 오프닝 크레딧만 봐도 폭소가 터지는데, 그 이유는 크레딧이 CGI 캐릭터, 쓸데없는 카메오, 졸라 섹시한 남자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작가진은 존나 쩌는 천재들, 감독은 심지어 예산 많이 쳐 받은 초짜로 등장한다. 이후 라이언 레이놀즈의 흑역사들인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과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그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등장시킨다. 그린랜턴의 사진을 지갑에 넣어 두고 다니고, 과거 데드풀의 피규어가 웨이드의 책상에 놓여있는 식이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엑스맨>시리즈에 대한 농담도 가득하다. 예를 들면, “자비에 교수님이 보자고 하신다.”라는 콜로서스의 대사에 “누구? 맥어보이? 스튜어트?”라고 대꾸하는 식이다. 심지어 모든 <엑스맨>영화에 카메오로라도 출연했던 휴 잭맨은 잡지 표지에 본인으로(그리고 데드풀의 가면으로)등장한다. 이외에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대부>), “죽든 살든 넌 나와 함께 간다.”(<로보캅>) 등 여러 영화의 대사들을 그대로 인용하고, <127시간>의 상황을 그대로 가져와 “미안한데 <127시간>의 스포일러야~”라는 대사와 함께 패러디한다. 이외에도 <매트릭스>, <에이리언3>, <스타워즈> 등의 영화와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 <볼트론>까지 별의 별 문화코드들로 뒤범벅 되어있다. 그것도 매우 적나라하고 저급한 단어들과 함께 등장한다. 영화광들이 술자리에서 영화들로 농담따먹기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영화의 적은 제작비를 한탄하는 대사(“배우들 캐스팅 비용 때문에 엑스맨 카메오가 없다”라는 식)까지, 관객들은 스토리보다 농담을 스포일러를 조심해야할 정도이다. 데드풀 원작의 팬들이 가지고 있던, 그리고 데드풀의 홍보가 부추긴 기대를 200% 충족시켜줄 입담이다.

   
▲ <데드풀> 스틸컷

마지막으로 R등급, 청소년 관람불가다운 액션이다. 작년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정도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쏘우>나 <나이트메어>같은 본격 고어나 슬래셔 영화들 정도는 아니지만, 상업영화에서 흔히 기대하는 잔인함과 고어함을 살짝 뛰어넘는 수위를 보여준다. 데드풀의 능력이 신체가 재생되는 힐링팩터인만큼, 데드풀의 신체훼손, 이를테면 손발이 부러져 너덜거린다거나, 총을 맞고 구멍이 송송 뚫린다던가, 손이 잘리고 그 위에 다시 자라난다거나하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데드풀이 상대하는 적들은 더욱 가관인데, 헤드샷에 맞고 뇌가 터져나오는 일은 다반사이고, 오토바이 체인에 목이 잘려 날아가고, 차량충돌로 튕겨나가 표지판에 맞고 떡이 되는 측은지심이 생길 정도의 악당 졸개도 등장한다. 총 대신 칼을 이용한 액션이 많다는 점도 영화에 잔인함을 더한다. 제작비 부족으로 후반부의 대규모 총격 장면(총이 들은 가방을 잃어버리는 설정…)이 칼 액션으로 바뀌고 난 뒤의 액션은 말 그대로 끝내준다. 그리고 죽은 시체들로 악당의 이름을 쓰는 센스까지 갖추고 있다. 잔인한 액션뿐만 아니라 R등급다운 노출도 가득하다. 설날, 발렌타인 데이, 사순절, 심지어 세계 여성해방의 날(무려 웨이드의 뒤가 개방된다)로 이어지는 8번의 배드신 몽타주는 코믹하면서도 화끈하다. 마블의 원 어보브 올 스탠 리 옹이 등장하는 스트립 클럽 장면도 짧고 굵게 등장한다.

   
▲ <데드풀> 스틸컷

유투브의 영화 리뷰어 크리스 스턱만은 “<데드풀>은 새로은 <시민 케인>은 아니다. 하지만 데드풀을 원작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영화”라고 하며 최고 점수인 A+를 부여했다.(작년에 A+를 받은 작품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뿐이다.) 스턱만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데드풀>은 절대 <시민 케인>이 아니고 팀 밀러 감독은 오손 웰스가 아니며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오손 웰스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과 각본가 렛 리스, 폴 워닉은 최고의 <데드풀> 영화를 만들어 냈다. 물론 소소하게 딴지를 걸고 불평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나는 데드풀이 스탠 리 옹을 알아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불평불만들보다 <데드풀> 영화 안에서 챙겨가고 있는 장점들이 너무나도 많다. 사소한 불만거리들은 쿠키영상에서 말 그대로 대놓고 예고한 속편에 담기지 않을까. 게다가 이미 성인용 슈퍼히어로를 표방한 순간부터 관객들이 기대한 거의 모든 것이 <데드풀>안에 담겨있다. 관객들은 단지 극장을 찾아 기대한 것을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더러운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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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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