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도혜린]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는 긴 제목만큼이나 관람 이전부터 큰 기대감을 주었었다. 전시의 부제이기도 한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는 1980년 마종기 시인이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발표한 시집과, 그 시집에 수록된 한 편의 시의 제목을 인용한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떼는 이 시를 통해 작가는, 멀어져서 혹은 사라져서 더이상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시 제목 자체가 전시 제목이 되어,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번 안규철 전시야말로, 시와 예술이 하나로 여겨졌던 시대에서 지향하던 ‘展詩(전+시)’ 가 구현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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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ARTIST MAGAZINE | ||
전시 제목이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이 전시는 미술의 장르를 넘어서서 문학과 출판, 그 외에도 영상이나 음악 등을 아우르는 융복합적인 관객 참여형 전시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전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공간 한 가운데에는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위치해 있고, 그 계단에서는 설치 작품들 외에도 폐쇄된 방 안에서,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알고보니 이 곳은 ‘필사의 방’으로, 사전에 신청을 받은 일반 관람객들이 공간 내에 들어가 문학 작품을 필사하는 것으로, 이렇게 쓰여진 1000 권의 책 필사를 전시 마지막에 모아서 책으로 엮어낸다고 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전시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읽고, 이를 다시 써봄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경험까지 할 수 있는 것 같아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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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ARTIST MAGAZINE | ||
필사를 하는 사람 이외에도, 이 전시는 수많은 ’살아있는’ 유기체들이 중심이 되는 전시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지닌다. 한 쪽에서는 아홉 개의 레일로 이루어진 원형 수조에, 아홉 마리의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다. 그 앞에서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고 있으며, 반대쪽 천장에는 식물 화분이 천장에 키네틱 아트의 형태로 매달려 전시되고 있었다. 직접 참여하여, 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관람객을 포함한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들까지 미술관이라는 한 공간 내에서 공기를 공유한다는 점이 내게는 매우 독특하게 다가왔다. 살아있는 자연 내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공미술은 이제 자주 볼 수 있지만, 그 반대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생소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폐쇄된 수조에 갇힌 물고기들을 보고 ‘동물 학대’라고도 하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시 기간 동안 심혈을 다해서 관리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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