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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 장르적 쾌감의 상실.

신동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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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신동혁]****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의 상황이 암울한 탓인지, 사회를 작동시킨다는 그 구조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다. 언제나 뜨거운 숟가락 논쟁과 지옥(Hell)과 같다는 사회적 자조는 꽤나 씁쓸한 체념을 소묘한다. 이런 트렌드를 따라서 <베테랑>과 <내부자들>처럼 노골적으로 사회 구조를 비난하며 통쾌함을 선사했던 영화들이 흥행했다. <검사외전>도 이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단한 사회 구조, 이를 작동시키는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에 대항하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 돈과 권력은 없지만, 누구 말처럼 가오는 있는 사람들의 무모하나 그래도 꽤나 느낌 있는 반항. 새로울 건 전혀 없는 그러나 흥행은 보장된 스토리다. 거기다가 황정민-유아인(<베테랑>), 조승우-이병헌(<내부자들>)이란 흥행력과 연기력 모두 갖춘 남자 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운 대세에 따라 <검사외전> 역시나 강동원-황정민이라는 흥행 파워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들을 내세운다. 여러모로 천만을 향한 의지가 보이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 비교 되는 운명을 가진다. 여하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사외전>은 아쉽다. 장르적 유사성과 권태감 때문은 아니다.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검사외전>의 아쉬움을 보고 있노라면 2009년 <해운대>의 흥행이 파생시킨 <퀵>, <7광구> 등 <해운대>의 흥행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는 아류 영화들의 난립을 보는 것만 같다. <해운대>의 성공에 고취되어 단순히 ‘트렌드’를 쫓아 만들어진 작품은 아무런 영화적 메시지를 남기지 못했다. 물론 <검사외전>이 단순한 아류라거나 흥미롭지 않은 작품이란 의미는 아니다. 다만 <베테랑>, <내부자들>에 이어 <검사외전>까지 흥행한다면,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우리는 또다시 하향평준화 된 한국 영화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는 탓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검사외전>은 악당과 주인공이 하나의 명문화된 목적을 공유한다. ‘마땅히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도달하겠다’ 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은 반드시 서로를 끌어내려야만 목적에 도달할 수 있기에, 치열한 줄다리기의 형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이러한 장르의 영화적 재미는 악당과 주인공 간의 줄다리기가 얼마나 팽팽한가로 결정된다. 주인공이 너무 쎄서 아무런 위기 없이 승리를 한다던가, 지나치게 많은 우연이 개입하여 주인공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면 흥미는 반감한다. 팽팽함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더욱 중요한 것은 결국 아슬아슬하게 대략 51:49 정도로 주인공이 승리해야 한다는 점. <베테랑>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역시, 너무나도 강인한 악당 조태오(유아인)의 자본 권력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주인공 서도철(황정민)의 공권력이 아슬아슬한 대결을 펼치고 결국엔 당위성 있는 이유를 밝히면서 주인공이 승리한 까닭이다. <내부자들> 역시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언론, 재벌, 정치 권력에 대항하여 민주주의의 절대 가치인 ‘법’이 최대한 ‘그럴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쟁취하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갔기에 흥미로울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51:49로 승리한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다소간의 억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억지는 그럴만한 당위성을 갖추면 된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하지만 <검사외전>은 이 아슬아슬함과 당위성이 부족하다. 영화의 배경을 흥미롭게 구성한 오프닝 시퀀스는 징역 15년 형을 선고 받은 변재욱 검사가 과연 어떻게 누명을 벗고, 어떻게 복수에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하지만 위기는 검사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오프닝 이후로 등장하지 않는다. 코믹하고 잘생긴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의 우연한 등장과 스쳐가는 말 한 마디로 변재욱이 누명의 전말을 다 알게 되는 우연은 차치하더라도, 악당 우종길(이성민)의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를 하지 않는다. 변재욱의 뛰어난 법조인으로서의 능력은 이미 교도소 안에서 시각화 되었고, 한치원의 천재적인 사기꾼 기질은 교도소까지 찾아와서 엉엉 울어대는 여자친구(사기의 대상이지만)의 모습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요란스레 전문가 티를 내는 법과 사기의 프로들이 모여서 합작하는 복수극은 어떤 모습으로 벌어질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 당연하지만 아쉽게도 <검사외전>은 이 궁금증에 무관심하다. 사기꾼은 평소하던대로 거짓말을 하면서 정보를 모으면 된다. 그런데 사기꾼의 착실(?)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 가지 의문이 불쑥 찾아온다. 검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변재욱은 한치원에게 ‘위증을 했던 사람들의 전화번호’만 넘기고 하는 일이 없다. 지극히 우연에 기댄 한치원의 사기행각이 성공하길 기도할 뿐. 우종길의 선거 캠프에서 한치원이 춤으로 분위기를 띄우지 못했다면? 혹은 경리가 실없는 여인네가 아니었다면? 서울대 법대 총동문회에서 남부지검 검사라고 신분을 속였던 한치원은 그 정도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도 왜 남부지검 검사들은 한 명도 만나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을 우연에 기대어 돌파하는 모습은 뻔한 결말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악역은 어떤가? <베테랑>과 <내부자들>의 매력적인 악당들에 비해 <검사외전>의 우종길은 너무 유약하다. 아무리 우연이 넘친 흐름이었다지만, 한치원의 사기와 변재욱의 자기변호에 시종일관 끌려다니며 마지막에 결국 악다구니 한 번 내지르는 게 끝이다. 앞서 비유로 들었던 줄다리기의 형상에서 너무 일방적인 승부가 되어버렸다.

우연에 기댄 서사 구멍에 <검사외전>이 택한 위장술은 ‘강동원의 유쾌함’이다. 이 영화가 ‘장르가 강동원’이란 평가를 받는 까닭은 교도소 바깥에서 고군분투하는 한치원이 가진 유쾌한 매력 때문이다. 중졸이지만 능청스레 펜실베니아 주립대를 나왔다고 사기를 치면서 때로는 서울대를 다니는 학생으로 변하고, 사기 전과 9범이 법정에서 당당히 살면서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질 않나, 엉터리 영어를 쓰면서 경상도 방언과 유사한 펜실베니아 악센트의 재미교포 메소드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덕분에 러닝 타임 내내 극장 안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배우가 주는 매력적인 웃음과 동시에 흥미롭지 않은 변재욱 검사의 복수기가 교차됨은 한치원을 매력적인 사기꾼으로 포장했지만, 변재욱을 어중간한 검사로 만들어 버렸고, 우종길을 무능력한 악역으로 만들었다.

장르적 쾌감이라는 관점에서 <검사외전>은 상당히 허술하다. 어찌됐건 극의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할 엔딩의 법정 씬. 법정으로 오기 전, 우종길의 계략에 빠진 변재욱은 믿었던 깜빵 동료에게 칼을 맞는다. 하지만 극장 내의 관객들은 아무도 동요하지 않는다. 또 어떻게든 우연히 그가 이길 것을 알기에. 하지만 이 우연에도 당위는 마땅히 필요한데, 꽤나 극적으로 도착한 변재욱이 어떻게 고통을 이기고 법정에 출두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중간중간 아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참고 있음을 알 뿐이다. 그리고 결국 악당은 패배하고, 주인공은 고통을 이겨내고서 승리한다. 배우 황정민이 빛날 수 있는 유일한 시퀀스가 이렇듯 너무나 평면적인 구성을 취함은 강동원이란 배우가 더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요약하자면 <검사외전>은 교도소 내부 변재욱의 사건과 교도소 외부 한치원의 사건이 교묘한 얼개로 엮여 복수 이야기를 작동한다. 하지만 내부와 외부의 사건이 발을 맞춰 나아가지 못하고, 교도소 외부의 한치원만이 빛나는 구조를 차용함으로 서사적 얼개는 되레 허술해져 버렸고, 이는 곧 장르적 쾌감을 반감시켰다. 다만 꽤나 무거울 수 있는 장르에 대해 가벼운 접근을 시도한 개성만큼은 너무도 또렷하다. 하지만 어쩌면 이 가벼운 개성과 사회 고발을 외치는 장르는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없는 관계였는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확실한 것은 부족한 서사의 얼개를 유머로 무마하는 것을 코드와 개성이라 치부할 수 없다는 것. 이는 확실히 게으른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이 지금 천만 관객을 향해 순항하는 <검사외전>과 이를 본 관객들의 흥미가 틀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입장은 잘못과 가치를 논하자는 것이 아닌, 앞으로 보다 진일보한 장르로 승화시킬 것인가를 따져보잔 것이다. 가치를 논함과 성찰은 전혀 다른 범주의 문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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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혁 기자
ziziyazizi@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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