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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성장담? 비극.

김정민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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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 = 김정민]***스포일러 있습니다.***

시종 박진감 있게 심장을 쳐대는 영화는 많지 않다. 놀랍게도 음악 영화에서 이런 영화가 등장했다. <위플래쉬>는 관객의 시선을 옭아매고 놀라운 리듬으로 심장을 울려대는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미친 박자감으로 관객을 쥐고 흔드는 것도 모자라 탈진상태로 몰고 가는 영화. 마지막 10분의 연주로 전율마저 느끼게 하는 영화. 그러면서 통념에 문제제기까지 하는 영화.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 <위플래쉬> 포스터

<위플래쉬>, 성장담? 비극.

 <위플래쉬>는 인생의 행복이 ‘일류’가 되는 것에만 존재한다고 믿는 한 소년의 성장담, 혹은 비극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앤드류’와 ‘플렛처’는 모두 일류가 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의미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주변의 어떤 것을 희생시켜서라도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주변이 망가져가든, 자신이 끔찍한 과정을 지나고 피폐한 삶을 살고 있든, 결과만 좋다면 그런 과정들은 결국 긍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 존스’가 ‘찰리 파커’에게 심벌즈를 던진 폭력적인 일이 ‘찰리 파커’를 최고의 연주자로 만들어서 미담이 되었듯이.

   
▲ <위플래쉬> 스틸컷
   
▲ <소셜네트워크> 스틸컷

 

이 영화를 보면 생각나는 캐릭터가 있다. <소셜네트워크>의 ‘마크’다. <위플래쉬>의 주인공 ‘앤드류’는 <소셜 네트워크>의 주인공인 ‘마크’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일등지상주의자라는 점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마크’는 여자친구에게 대학 레벨이 높지도 않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막말을 한다. 심지어 헤어진 후 다시 만나 한다는 짓이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회사 성과 자랑이다. (물론 이것은 영화일 뿐, 실제 ‘마크 저커버그’의 삶과 다르다.) <위플래쉬>의 ‘앤드류’도 마찬가지다. 그도 오로지 위만 바라보고, 일류가 되는 것만 중요시 한다. 친척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자신은 미국 최고의 악단에 들어갔음을 강조하면서 사촌들은 3부리그 풋볼 선수라고 깔본다. 여자친구와 헤어질 때도 가관이다. 여자친구에게 자신은 앞으로 계속 일류 드러머가 되기위해 연습에만 시간을 쓸 것이고, 넌 날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니 헤어지자고 말한다. 헤어지는 과정은 무척이나 배려심 없다.

 비슷해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마크’와 ‘앤드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마크’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앤드류’는 천재라고 말하기엔 애매하다는 것. ‘앤드류’는 분명 훌륭한 드러머이다. 평균을 훨씬 웃도는 실력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플렛처’의 악단에 들어가기 이전에 ‘나소 밴드’에서는 보조 드러머였다. ‘플렛처’가 테스트 당시 즉석에서 주문했던 ‘더블 타임’은 ‘앤드류’가 이미 연습한 상태였다. ‘앤드류’가 메인 드러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실력이 남달리 출중해서라기 보다는 경쟁자의 악보가 사라진 덕분이기도 했다. 그가 남들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있었다면 ‘야심’이었다. 음악 이외의 삶이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일류가 되고 말겠다는, 독기 충만한 야심.(아마도 첫 신(scene)에서 ‘플렛처’가 ‘앤드류’에게 본 것은 재능이 아니라 야심일지도 모르겠다.) 

 ‘앤드류’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중요하다.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는 천재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천재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과도한 열정과 집념이 광기와 집착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능이 부족하면 노력해야하는 것은 맞다. ‘앤드류’는 노력하고 집념을 불태운다. 이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우리는 통념적으로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집념을 불태우는 것을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목표를 향한 집념은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과해서 집착으로 변질된다면 광기만 남을 뿐이다. 집념과 열정을 불태우는 이유가 성공뿐이라면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앤드류’는 공연에서 메인 드러머 자리를 빼앗길까봐 공연장을 향해 미친듯이 운전해 간다. 앞만 보고 달리던 그는 옆을 보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러고도 어떻게든 공연장까지 달려가 드럼을 치려고 한다. 이 모습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저 광기 어린 폭주로 보일 뿐이다.

   
▲ <위플래쉬> 스틸컷

미디어나 수많은 명사(名士)들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열정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진실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그 열정이 우리 삶의 많은 것을 희생시킨다면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확언할 수도 없다. ‘앤드류’도 만약 사고 후 공연을 멋지게 해냈다면, 그리고 결국 일류 드러머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전 어떻게든 메인 드러머가 되어야 했기에 차 사고를 당하고 피투성이가 되었음에도 공연장을 향해 달려갔죠. 그것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플레쳐 교수가 저에게 뺨을 때리며 어머니 욕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을 거에요. 그대로 안주했겠죠.” “여러분도 끊임없는 열정을 가져야 해요! 포기하지 마세요!”  끔찍하지 않은가?

 가끔은 내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딱 한 곳에만 죽어라 집착하면 그만큼 시야는 좁아지고 현재의 내 주변은 황폐해질 위험이 있다. 또한 행복을 반드시 담보해주지도 않는 꿈과 목표를 위해 지금 당장의 소중한 행복을 망칠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 내려놓아보자. 그럼 보다 넓은 시야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위플래쉬> 스틸컷

 ‘앤드류’는 끝내 신들린 드럼 연주를 선보인다. ‘앤드류’는 과연 성장한 것인가? 성장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난 ‘앤드류’는 성장하지 못했고 이 결말은 비극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는 결국 ‘플렛처’와 같은 인생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앤드류’는 학교에서 쫓겨난 후 일류가 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것으로 보였지만, 우연히 만난 ‘플렛처’와 대화 후 다시 그의 사상에 동조하고 만다. 마지막 10분의 드럼 연주장면은 대단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뒤는 어떻게 될것 같은가? ‘앤드류’와 ‘플렛처’ 모두 ‘봐, 포기하지 않으면 되잖아.’라고 생각하며 다시 그 끔찍한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이때까지의 과정도 모두 미담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말이다.

   
▲ <위플래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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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ashgray1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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