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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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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CGV에서 예매 가능한 영화들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캐롤>이 개봉했다는 소식을 듣고 예매하기 위해 CGV어플을 켰다. <검사외전>, <쿵푸팬더3>, <빅쇼트> 등등 최근 개봉작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그 사이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예매가 보인다. 1968년 작품으로 요리보고 조리봐도 최근 개봉작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만 예매가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제작년도가 몇 십 년은 된 영화들이 즐비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한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들, 1959년도 영화 <벤허>, 1972년도 영화 <대부>, 1986년도 영화 <영웅본색>, 1995년도 영화 <러브레터>, 2004년도 영화 <이터널 션샤인> 등등 다양한 시대와 국적과 장르의 영화들이 가득하다.

   
▲ 현재 CGV에서 예매 가능한 작품들 총 75편

재개봉의 현재

 CGV 어플에 표시되는 예매 가능한 영화들 중 최근개봉&개봉예정작과 재개봉&재상영작(2015년 개봉작 중 내렸다 다시 상영하는 작품 포함)을 표로 만들어 보았다. 예매 가능한 영화는 총 75편, 그 중 정상적인 최근개봉&개봉예정작은 38편, 재개봉&재상영작은 37편이었다. 물론 스크린 수를 따지자면 최근 작품들의 스크린 수가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상영 작품수를 봤을 때 최근작과 과거작의 비율이 거의 5:5라는 점은 비정상적으로 느껴진다.

지금의 재개봉작들은 다양한 명목으로 재개봉&재상영을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탠리 큐브릭 展>에 맞춰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들을 상영한다던가,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에 맞춰서 <대부>, <브로크백 마운틴> 등 역대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상영하는 식이다. <이터널 션샤인>처럼 개봉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재개봉도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에 편승해 재개봉하는 <영웅본색>이나 설 특선 명작 상영이라는 명목으로 심야상영하는 <시네마 천국>, <벤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의 영화들도 있다. 그럴듯한 명목과 이게 뭐지 싶은 명목들이 섞여있다.

재개봉에 제대로 불이 붙은 것은 <인터스텔라>의 IMAX 재상영과 작년 <이터널 션샤인> 재개봉 때의 흥행이 기점이다. 본 개봉 때 IMAX열풍을 일으키며 높은 재관람율과 특별관 열풍을 일으킨 <인터스텔라>는 ‘좀비스텔라’라는 이름이 붙으며 여러 차례 상영 되어왔다. 지난 1월에도 IMAX로 재개봉 되어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이터널 션샤인>은 2005년 개봉 당시를 훌쩍 뛰어넘는 49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올해 재개봉하는 <영웅본색>, <쇼생크 탈출>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제 2의 <이터널 션샤인>을 찾아라’같은 제목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이터널 션샤인> 재개봉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다. 사실 그 이전에도 <피아니스트>나 <지옥의 묵시록> 등이 재개봉하긴 했지만, 일종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이터널 션샤인>이후라고 볼 수 있다.

   
▲ <영웅본색>과 <이터널 션샤인> 재개봉 포스터

재개봉의 득

재개봉의 가장 큰 메리트는 극장에서 본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TV, 노트북, 태블릿 등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수많은 플랫폼들이 생겨났지만, 영화를 보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극장에서 보는 것이다. 특히 지나간 명작들을 극장에서 만난다는 점은 씨네필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굉장한 메리트로 다가온다. 필자도 이번 아카데미 특별전에서 <대부>의 필름상영을 다녀와 여러모로 감탄했다. 게다가 필름상영이나 IMAX상영 등은 재개봉이 아니면 절대 만날 수 없다. 이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등포 스타리움관 상영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개봉에 맞추어 영화 감독, 배우, 평론가 등의 GV 역시 재개봉의 긍정적인 면이다. 재개봉은 영화 감상의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여러 행사를 통해 감상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추억의 작품들은 세대 간의 추억을 공유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들처럼 <영웅본색>에 열광하고, 소피 마르소의 두 귀에 헤드폰을 씌워주던 <라붐>을 개봉 당시 직접 경험한 세대와 그 다음 세대가 함께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재개봉만의 장점이다. 물론 IPTV나 넷플릭스로 집에서도 충분히 추억을 나눌 수 있지만, 함께 손잡고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본다는 것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가족단위가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연인끼리 좋은 영화를 함께 만나러 극장을 찾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데이트가 있을까?

   
▲ CGV 설특선 명작 심야상영 이벤트

재개봉의 독

동전에 양면이 있고 빛에는 그림자가 있듯이 재개봉에도 일장일단이 있다. 특히 지금처럼 재개봉작의 수가 최신작의 수를 넘보는 상황에선 단점이 영화산업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개봉작의 수가 늘어날수록 새로 개봉하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들이 걸릴 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아무리 재개봉작들이 흥행에서 성과를 보여주고는 있다지만, 재개봉작을 최신 상업영화들이 상영될 자리를 내주면서까지 상영하지는 않는다.(물론 IMAX 포맷 재개봉 같은 예외는 있다) 특히 최근 재상영중인 작품들의 대부분은 CGV기준 아트하우스 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재개봉작이 그만큼 스크린 수를 잡아먹고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소위 작은 영화들의 스크린이 조금씩 줄어든 형국이다.

사실 이는 재개봉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자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다. 영화 선택의 다양성을 늘리기 위한 재개봉이 오히려 영화 선택의 폭을 줄여버리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선택할 수 있는 영화들의 가짓수는 늘어났지만, 스크린 수를 그만큼 나눠가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 된다. 한 영화가 걸리는 스크린 수가 줄어들면, 그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와 장소가 줄어든다. 어떤 영화는 심야에만, 어떤 영화는 조조로만 걸리게 되는 현상이 재개봉작의 증가로 심화될 수도 있다. 현재 재개봉작의 홍수 속에서도 <검사외전>과 <쿵푸팬더3>가 스크린을 휩쓸고 있기 때문에 <캐롤>, <자객 섭은낭> 등 최신작들의 위치는 재개봉작들에게 침해당한다.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재개봉&재상영은 작은 영화들을 밀어내게 된다.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과도한 재개봉을 좋게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 <쇼생크 탈출>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재개봉 포스터

재개봉, 2016

작년의 <이터널 션샤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렛미인> 등의 재개봉에 이어 올해 2016년에도 <인터스텔라>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IMAX 재개봉을 시작으로 <러브레터>,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이 이미 재개봉 했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웅본색>, <쇼생크 탈출> 등이 재개봉할 예정이다. 재개봉은 이미 트렌드가 되었다. 10대와 20대, 30대들은 <응답하라~>시리즈에서 접한 영화들을 보러 가고, 40대, 50대는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하지만 득이 있는 만큼, 실도 있는 법. 필자는 집 앞의 극장에서 <벤허>보다는 <자객 섭은낭>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검사외전>의 상영 횟수를 줄이고 <캐롤>의 상영 횟수가 늘어나길 바라는 만큼, <이터널 션샤인> 대신 자파르 파나히의 <택시>와 한국 독립영화 <들꽃>이 멀티플렉스에서 걸리길 바랐다. 재개봉이 미래의 씨네필들을 위한 기회가 될지, 오히려 극장 관람의 다양성을 죽이는 독이 될지는 더욱 지켜봐야 되겠다. 하지만 위의 비정상적인 표를 다시 보자면 불안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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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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