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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 서서히 조여오는 그 짜릿함

김훈기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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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훈기] 인간은 언제나 호기심을 갖는다. 그런 호기심은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 궁금증은 무언가를 탐색할 힘을 불어 넣는다. 하지만, 어느 선을 벗어나면 ‘훔쳐보기’라는 자극성을 지닌다. 훔쳐본다는 것. 그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행위이다. 훔쳐보기에 윤리적 물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온 지 오래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합법적인(?) 훔쳐보기가 있다는 사실! 아마도 우린 이 ‘매체’를 몰래 음미해왔다는 점을 인지하기 힘들다. 그 ‘매체’가 바로 ‘영화’이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관객은 극중 인물의 일상사를 빠짐없이 들여다본다. 심지어는 그들의 비밀과 사랑까지도 포함한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과 배우,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 있기에 ‘예술’이라는 소통을 가능케 한다. 더 나아가 의도적으로 연출된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가 극중 주인공이자 어쩌면 관객이기도 한 이 애매모호한 인물의 ‘훔쳐보기’라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할까? 우리와 처지가 같은 그를.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1954)>이 그 정곡을 찌른다.

   
▲ <이창>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그런데 우습게도 <이창>은 재미있다. 그 찔림조차도 짜릿하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실험적인 시도 속에서도 수많은 오마주를 탄생시킨 스릴러 작품으로 탄생함은 뭐니 뭐니 해도 감독인 알프레드 히치콕이기에 가능하였다. 그는 모두 알다시피 ‘서스펜스의 대가’이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릴러 장르의 주된 양념과 같은 요소를 뜻하는 ‘서스펜스’. 그런 ‘서스펜스의 장인’인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두 개 모두 치켜들어도 솔직히 부족할 지경이다.

   
▲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영화란, 지루한 부분이 커트된 인생이다.”

“영화의 재미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결정된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남긴 말들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재밌는 영화를 중요시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상업영화에서 재미는 대중성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하지만 히치콕은 그 어떤 감독보다 자기 방식대로 맛을 낼 줄 아는 ‘작가’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먹혀들었고, 다른 감독들에게는 존경의 이유가 되었다. 이는 마음대로 관객을 컨트롤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한다. 우리는 그에게 완벽하게 당하지만, 또한 그런 배반도 즐긴다.

   

▲ 히치콕의 오마주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그 특유의 배반은 히치콕의 트레이드마크인 ‘맥거핀’에서 적중한다. ‘맥거핀’은 스코틀랜드 고지대에서 사자를 잡는 도구를 이른다. 그런데 영국에 위치한 스코틀랜드의 기후를 떠올린다면 무언가 의문을 갖기 충분하다. 야생의 사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 말이다. 그렇다. 스코틀랜드에는 야생의 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히치콕의 영화에서는 표면적으로 핵심적인 소재로 각인되어 관객들의 시선을 묶어놓는 장치로써 작용한다. 시선은 자발적인 추리로 이어지고, 결국엔 그들만의 고정관념에 빠진다. 하지만, 그것들은 클라이맥스에선 무용지물일 뿐이다. 관객 자신들의 헛발질을 통해 히치콕의 배반은 성공한다. 알아서 서스펜스는 배가 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히치콕은 ‘맥거핀’ 뿐만 아니라 신선하고, 실험적인 기법을 끊임없이 도입하였다. 자신의 영화에 직접 카메오로 출현하기도 하며, <로프(1948>의 롱테이크 원샷 촬영에서 <새(1963)>의 혁신 그 자체였던 특수효과에 이르기까지 전부 나열만해도 입이 아프다. 특히 그 중에서도 <다이얼 M을 돌려라(1954)>, <이창>, <현기증(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싸이코(1960)> 그리고 <새>로 이어지는 그의 전성기는 히치콕, 그가 직접 가장 창의적이고 실험정신이 넘쳤던 시기라고 말할 만큼 영화 한 편 한 편이 멋들어지게 빛을 발한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 그의 정점에 달한 <이창>을 얘기해보자.

   

▲ 히치콕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 <싸이코>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다시 말하면 <이창>은 ‘훔쳐보는 영화’이다. 주인공 제프리는 유명 사진기사이지만, 레이싱 촬영 도중 다리가 부러져 집에 박힌 휠체어 신세이다. 그는 하루 종일 창문 너머에 이웃들을 ‘훔쳐보면서’ 무료함을 보낸다. 거기에는 정말 다양한 이웃들이 살고 있다. 외로운 작곡가, 막 이사 온 신혼부부, 발레댄서 ‘미스 토르소’, 그녀의 처지를 말해주는 ‘미스 고독’ 그리고 아픈 아내와 밥 먹듯이 다투는 ‘쇼월드’ 등등.

그런데 비오는 어느 날 밤, 쇼월드가 블라인드를 내린 채, 칼과 톱을 챙겨 집을 나온다. 더구나 블라인드가 올라간 아침엔 쇼월드 부인의 모습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를 제프리는 쥐 죽은 듯이 ‘훔쳐보고’ 있었다. 그는 긴 의문으로 이어진 추리에 빠지고, 확신에 가득 찬다. 그 순간부터 영화는 우리를 숨 막히듯 조여 온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관객들은 제프리의 시선을 따라 같이 ‘훔쳐보기’에 동조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를 ‘훔쳐보기’도 한다. 그를 훔쳐봄으로써 그의 신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제프리가 벌이는 ‘훔쳐보기’에 조금이나마 정당성이라는 무게 추를 올려놓게 된다. 그러나 제프리 자신조차도 훔쳐보는 행위에 대해 의문성을 부여한다. 관객들이 한 번쯤 그 행위에 대해 돌아볼 동기를 부여하는 지점이다. 또한, 그와 애매하기 그지없는 피앙세 아닌 피앙세 ‘리사 프리몬트’와의 그 애매한 관계도 들여다보게 된다.

   

▲ 제프리와 리사 프리몬트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따로 있다. 제프리가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정보를 우리는 보게 된다는 점이다. 제프리에게 고스란히 이입이 되면서도, 그의 불완전한 추리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슬슬 우리의 자발적인 추리도 꼬여오기 시작한다. 히치콕은 끝까지 자신의 게임에서 ‘관객’이라는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필자는 히치콕이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측면에서 주인공 제프리보다 리사 프리몬트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본다. 본인이 원치 안튼 간 제프리와 쇼월드를 필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존재이다. 집밖으로 한 걸음도 나서지 못하는 ‘소극적인 존재’인 제프리와 달리 그녀는 행동 그 자체에서 당돌함이 묻어나오는 ‘적극적인 존재’이다. 제프리를 대신해 쇼월드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증거를 찾지만, 제프리와 쇼월드, 서로가 응시하는 끔찍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순간이 어떤 ‘서스펜스’를 몰고 올지는 짐작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히치콕은 이런 말을 남겼다.

“쾅!하는 소리가 두려운 게 아니라 다가올 일이 두려운 것이다.”

곧 이게 무슨 말인지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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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
onam162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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